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은 역시 일자리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인문계와 예체능계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더욱 크다. 대학의 정원도 점점 줄고 있다. 바뀐 커리큘럼에 따라 익숙하지 않은 이공계 수업을 들어야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불안감에 아예 이공계로 전공을 바꿔 새로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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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디렉터 겸 VR개발자 김동수를 만나다.

4차 산업혁명을 HY-ERICA 봄호 테마로 다루면서 기술의 발전을 소개하고 한양대 ERICA의 특화된 학부와 잘 대비된 프라임사업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내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양대 ERICA에게 있어서 기회이지만, 또한 ‘종합대학’으로서 불안감을 느끼는 인문계와 예체능계 학생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라임사업을 통해 잘 대비한다고 해도 자신의 전공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많이 겪게 된다. 이것은 입시를 준비하며 전공을 고민하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한양대 ERICA 학생 기자(강소희 문화콘텐츠학과 13학번. 강성주 경제학부 15학번)들이 김동수 아트 디렉터와 함께 대담을 갖고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봤다. 김동수 아트 디렉터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뉴미디어 아트 디렉터로서 대표적 뉴미디어 아트 작업으로는 ‘뮤지엄 산’의 홀로그램 애니메이션, ‘합천 해인사 대장경 천년기념관’ 360도 미디어 파사드, ‘한국 잡월드’의 4D 입체 애니메이션 ‘마법의 일기장’ 등이 있다. 또한 그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4D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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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새로운 예술을 만들다.

강성주 : 뉴미디어 아트라는 단어도 사실 익숙하지 않은데, 간단히 설명 부탁한다.

김동수 : 예를 들어 제가 많이 작업했던 미디어 파사드라는게 있다. 벽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사드와 미디어가 결합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영상 콘텐츠는 사각의 틀에서 보는데, 그것을 벗어난 형태다. 미디어 파사드 같은 경우, 건축물에 예술적 감성을 입히는 일종의 움직이는 벽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뉴미디어 아트는 새로운 디바이스 형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다. 영사기로만 영상을 접하던 시절 나온 TV도 일종의 뉴미디어다. TV를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아트들도 당시 존재했고.

강소희 : 故백남준 선생님의 작품 같은 것도 뉴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나?

김동수 : 대표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백남준 선생님이 특별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회화, 캔버스 프레임 안에 그림을 그린다는 데 사고가 갇혀있었을 때, 그것을 벗어난 시도를 했다는 거다. 최근에는 VR이 발달하면서 ‘틸트 브러시’라든지 공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개념들이 나오고 있다.

강성주 : 예전에 강남역에서 소녀시대 홀로그램 콘서트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뉴미디어 아트일 것 같다. 실제 공연에서 할 수없는 다양한 공연 이벤트들을 이때 했다. 예를 들면 무대에서 춤추는 중에 옷이 바뀐다든지.

김동수 : 플로팅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뉴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표현 욕구에 따라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짐에 따라 새로운 표현 욕구가 생기고 기존에 없던 형태의 예술이 등장하기도 한다. VR이란 것도 바로 그런 뉴미디어 디바이스 중 하나다. VR이나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섞인 MR(Mixed Reality융합현실)도 있는데, 사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Reality다. 기술을 통해 ‘현실’이란 콘텐츠를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문화콘텐츠의 역할

강성주 :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수준으로 지금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말도 많다. 요즘 소개되는 기술들이 앞으로 혁명적으로 우리 삶을 바꿀 것이냐는 물음이다.

강소희 : 아주 특별한 기술보다는 지금의 현실에서 상정할 수 있을만한 변화들인 것 같다. 실제로 앞으로 지금보다 뭔가 확 달라질까?

김동수 :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얘기할 때 당시에 사람들이 그제3의 물결이라는 것을 막 체감하고 있어서그 현상에 대해서 기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보면 제3의 물결이라는 정보혁명은 존재했고 문명·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그런 미래를 준비해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당대의 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17erica_edt_talk_03강소희 : 과학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유난히 인문계와 예체능계에 비관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기술을 다루는 일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처럼.

김동수 : ICT의 최첨단 연구시설 중 하나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매년 많은 수의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한다. 그런데 그 기술들이 상용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강소희 : 비용의 문제? 또는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기술의 완성도가 부족해서?

김동수 : 그런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기술을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줄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테레오 스코픽’ 기술을 보자. 이것은 일종의 3D 영상 기술이다. 그런데 이 기술은 이미 사장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부활시켜 3D의 붐을 일으킨 것이 영화 <아바타>이다. 이 멋진 기술, 훌륭한 기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그동안 받지 못했다. 나올 당시에는 기술적인 구현도 조금 미흡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그 콘텐츠를 굳이 사람들이 봐야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관련 기술도 발전한다.

강성주 : 최근 주목 받는 AR도 사실 스마트폰 초기에 이미 한 번 주목 받았다가 사그라진 기술이라고 들은 것 같다. 이것 역시 굳이 콘텐츠를 그런 식으로 봐야할 당위성을 못 느꼈기 때문일까?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너도나도 AR과 VR을 말한다.

김동수 : 그렇다, AR이라는 기술이 주목 받은 게 아니라 ‘포켓몬’을 주목한 것이다. 사람들은. ‘포켓몬Go’ 인기비결은 증강현실이 아니라 포켓몬이다. VR도 마찬가지다. 이 기술 역시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꽤 오래 전에 이미 나왔던 기술이다. 이것이 주목 받은 것 역시 게임이다. 소니는 최근 VR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게임은 이 기술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기술의 당위성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기술은 사람들을 단순 대체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의 당위성, 즉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보편화한다.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지금 가질 필요는 없다.

2017erica_edt_talk_04강성주 : 한양대학교 ERICA에서 중점 추진하는 프라임 사업도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기술을 이해하고 두려움을 없앰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장르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 말이다.

김동수 : 한양대 ERICA에서 프라임 사업을 통해 융합의 방향성을 만들어주고 접할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은 학교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찾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모두가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엔지니어들만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기술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언제나 콘텐츠의 몫이었다.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찾아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CG가 생겼다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림 그리는 능력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의 힘이다. VR의 예를 든다면 초창기 VR 보다 기술이 발전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발전한 기술만이 끝이 아니다. 머리에 무거운 기계를 기꺼이 쓰게 만든 것은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지 기획한 사람들, 그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멋진 아트워크를 보여준 사람들이다. 불안감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버리고 기술에 매몰되는 것을 난 반대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는 엔지니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운다는 측면이 제일 중요하다. 서로 소통하면서 기술과 콘텐츠는 서로 발전하는 것이다. 뉴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말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문화예술도 발전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