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열린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레드쇼(RED Show)’에서 ERICA의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실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연구실을 이끄는 최영진 교수는 장애 극복과 트랜스휴머니즘 관련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최 교수는 로봇들을 소개해줄 마음에 황급히 연구실로 향했다.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레드쇼 최우수상 수상

바이오로보틱스연구실 안에는 여러 형태의 로봇 팔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 하나 앞에서 컴퓨터로 명령을 내리니 로봇이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폈다가 오므리고, 팔을 어깨 위로 올렸다 내리며 자연스럽고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사람 팔이 7자유도인데 이 로봇 팔은 6자유도를 갖고 있습니다. 자유도는 위치와 자세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변수들의 최소 개수 즉, 관절의 개수를 말해요. 따라서 이 로봇 팔은 인간의 움직임을 거의 다 모사할 수 있죠. 게다가 일반적인 로봇팔과 달리 사람이 접근해도 위험하지 않은 협업로봇입니다. 그래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용도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최영진 교수는 연구실 곳곳을 돌며 여러 로봇 팔들을 소개했다. 어깨 절단자들을 위한 의수와 사람의 인대를 케이블로 구현한 로봇 팔 등 그 어느 것 하나 그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한 열의는 이미 성과로도 인정받고 있었다. 최 교수 연구팀은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레드쇼에서 ‘어깨 절단자를 위한 웨어러블 sEMG 측정용 베스트 및 어깨 견착용 로봇 팔’을 시연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레드쇼는 실세계의 문제를 공학적, 디자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작한 로봇을 시연하는 행사다. 본 연구는 2015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을 바탕으로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한 ‘바이오닉팔 메카트로닉스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정부 과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깨 절단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경량의 로봇 팔을 개발했는데,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 어깨에서 근육 활성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의복 형태의 베스트(vest) 전극을 같이 개발했습니다. 절단 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사고입니다. 손상된 인체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연구는 사회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의 목표는 인간

처음에 소개한 로봇 팔처럼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뿐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한 부분의수, 전완의수, 상완의수도 최영진 교수의 연구 대상이다. 애초에 연구 목표가 로봇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귀착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의 생체원리를 기반으로 로봇을 연구하는 분야를 ‘바이오닉 로봇’이라 하는데, 지난 20여 년간 로봇 연구를 하다가 5~6년 전부터 바이오닉 로봇 분야에 전념하고 있다.
“로봇 연구자로서 저의 관심대상이자 경쟁상대는 항상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연구하다 보니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다른 관점이 보이더군요. 실험자를 인터뷰하면서 신체 부위를 잃었을 때의 불편함이나 남들에게 숨기려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게 돼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지난 레드쇼에서 선보인 어깨 절단자를 위한 로봇 팔은 물병을 잡아 들어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용티슈도 뽑을 수 있을 만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최 교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을 움직이고 싶었는데 새끼손가락을 움직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최 교수는 연구 결과를 검증할 때마다 큰 기대를 품고 참여하는 실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실험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망을 드리는 것은 아닌지 늘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치지 말고 끝까지 연구에 임해달라는 실험자들과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면 다시 힘을 내게 됩니다.”
이렇게 연구를 위해 장애인과 가족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최 교수는 자연히 장애인의 삶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지난 3월에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 및 경제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사회 환경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모 일간지에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랜스 휴먼의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영진 교수의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내 건물 출입 시에는 예외 없이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일일이 사람이 진행하던 것을 지난 여름방학부터는 QR코드 인증 및 체온 측정을 마치면 자동으로 차단기가 개폐되는 ‘스마트패스’로 교체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 스마트패스가 바로 최 교수의 작품이다. 바이오닉 로봇 연구자가 스마트패스라, 그 둘의 연결고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스마트패스 또한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해 개발한 것입니다. 카메라 센서 및 적외선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측정해 차단기를 자동으로 개방하고 폐쇄하는 것이니까요.”
최 교수는 팔과 손의 움직임을 의학적으로 분석해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인공 골격과 관절 메커니즘도 연구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로봇과 인공 골격을 절단 장애인의 몸에 연결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기술은 인간의 장애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향상하려는 운동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 한다. 사람과 결합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최 교수의 연구도 트랜스휴머니즘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 트랜스휴머니즘의 출발점입니다. 인간의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면 과연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을까 의구심도 들지만,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해보고자 합니다. 신체의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세상은 언젠가 도래할 것입니다. 신체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대체 로봇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지난 10월, 국립재활원은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재활로봇 보급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어쩌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허무는 트랜스 휴먼의 시대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빨리 올 수 있다. 그렇기에 최영진 교수는 그에 관한 연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영진 교수와 트랜스휴머니즘 연구

최영진 교수는 사람과 결합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통해 장애 극복과 트랜스휴머니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만든 ‘어깨 절단자를 위한 웨어러블 sEMG 측정용 베스트 및 어깨 견착용 로봇 팔’은 알고리즘으로 견갑골의 움직임에 따라 활성화되는 근육 신호들의 조합을 모션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먹기, 마시기, 물건 옮기기 등 어깨 절단자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설계된 로봇이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