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권 교수는 올해 전 세계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33회 국제 크와리즈미(khwarizmi) 시상식에서 ‘국제과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미국 의학 분야 논문평가기관으로부터 해양생의학 연구 분야 세계전문가 6위에 선정됐다. 전 세계로부터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는 김세권 교수. 그의 이야기를 통해 열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Q1. 한양대 ERICA 해양융합공학과 석좌교수이십니다. 학생들과 어떤 수업으로 만나시나요?

해양융합공학과는 향후 지구환경 변화의 이해와 보존, 그리고 국가 해양개발 관련 기술의 고도화에 대비해 급변하는 해양환경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과입니다. 올해 학과 신입생들에게 2회 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1차는 ‘바다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4차 산업혁명으로 돈이 되는 해양생물자원’을 주제로, 2차는 ‘해양생물자원을 이용한 헬스케어’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해양생물자원으로부터 생리기능성 물질의 탐색 및 개발’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지난 10년간 SCI급 국제학술지에 해양생물 관련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해양생물과 관련해 어떤 것을 연구해오셨나요?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동의보감과 유사한 『중화본초(中華本草, 13권으로 구성)』라는 의약 고서가 있습니다. 이 책은 예부터 중국에서 한약재로 사용된 생물자원 원료, 성상 및 작용을 다루고 있으며 이미 500년 전부터 약 200여 종의 해양생물이 한약재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해줍니다. 그러나 약용식물 재배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해양생물 활용도가 저조해지면서 현재 해양생물은 단지 10여 종 미만이 이용될 뿐이에요. 저는 『중화본초』에 한약재로 기재됐던 해양생물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과 한약』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한약 재료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이들의 농약 오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해양에 존재하는 미이용 자원인 해양생물로부터 한약 소재(바이오 신약)를 개발하고자 관련 연구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주로 해양생물에서 새로운 천연물질을 분리해 활성을 검토하고, 그 구조를 밝히며, 작용메커니즘을 파악해 활용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그 결과 항암, 항노화, 항알레르기, 항에이즈, 항치매, 항당뇨, 항고혈압 등 다양한 활성을 밝혀낼 수 있었죠.

Q3. 지난 2월 제33회 국제 크와리즈미 시상식에서 ‘국제과학상’을 수상하신 데 이어, 해양의약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마린 드럭스(Marine Drugs, IF=4.6)』에서 2019 ‘최우수논문상’을 받으셨습니다.

김세권 교수는 올해 제33회 국제 크와리즈미 시상식에서 ‘국제과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의학 분야 논문평가기관으로부터 ‘해양생의학 연구 분야 세계전문가 6위’로 선정됐다
국제 크와리즈미 상은 대수학 개념을 최초로 개척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페르시아 무하마드 이븐무시 알-크와리즈미(770-840 CE)를 기리기 위해 1987년 이란 정부가 제정한 상입니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후원을 통해 매년 전 세계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국제적인 상이죠. 이란 과학기술원의 어느 교수가 제 논문을 여러 편 읽고 관심을 두게 됐다며 저를 크와리즈미 상 후보자로 추천했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상의 기쁨을 안게 됐지요.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저는 4일간의 수상 스케줄이 따로 계획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이란과학기술원, 이란 해양 및 환경 과학기술연구원에서 초청특강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또 기업(SAFF group offshore industries Co.)의 자문요청을 받아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마린 드럭스』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게 된 것은, 수산물 가공 후 버려지는 가공잔사 중 단백질 및 펩타이드를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종설논문(review paper) 덕분입니다. 세계적으로 논문의 인용도가 높아 제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노력과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 행복한 마음입니다.

Q4. 해양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해양에는 지구 전체 동식물의 80%에 해당하는 약 30만 종이 서식하고 있지만, 95% 이상이 미이용 자원입니다. 최근 선진국을 비롯해 바다와 인접한 해양국가들은 바이오 소재 개발 대상을 육상자원에서 미이용자원인 해양생물로 이전하는 추세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육지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양관할권을 보유하고 있고 비교적 해양생물자원이 풍부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40여 년 전, 제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생선과 해조류(미역, 김, 다시마) 등 극히 일부만이 식량자원으로 이용될 뿐 해양생물자원 대부분이 미이용 자원이었습니다. 해양생물에 대한 기초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죠.
그래서 ‘해양생화학연구실’을 만들고 해양생물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해양생물자원을 통해 수없이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탐색하고 그 기능성을 밝혀왔어요. 해양생물자원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려면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생명공학기법(biotechnology)을 이용한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라, 이를 극복하고자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꾸준히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Q5. 글로벌 학술정보 기업이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 과학자’로 5년 연속 선정됐고, 지난 3월에는 미국 의학 분야 논문평가기관으로부터 ‘해양생의학 연구 분야 세계전문가 6위(Top 0.0075%)’로 꼽히셨습니다.

학자의 의무 세 가지를 항상 마음 깊이 새기며 교수 생활을 해왔습니다. 첫째,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하고 둘째,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셋째, 연구결과가 인류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지금까지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므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Q6. 영어로 써진 해양바이오 관련 전문서적 40여 권을 출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9년 캐나다에 있는 메모리얼대학(Memorial University)에 객원교수로 있을 당시, 편집자로서 60여 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고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한 교수를 알게 됐습니다. 제 연구 분야에 관해 공동편집자로 책을 출간할 것을 제의했는데,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심 끝에 혼자서 출간해봐야겠다 마음 먹었죠. 다행히 해외출판사에서 여러 번 출판계획서를 심사한 경험이 있어, 출판계획서를 미국의 유명 출판사인 씨알씨 프레스(CRC press)에 냈고 첫 영문 전문서적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자신감이 생겼고,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요청을 받아 어느새 40권 이상을 출간하게 됐지요.

Q7.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연구와 논문 발표, 전문서적 출간까지 매진해오셨습니다. 교수님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으신가요?

항상 능력이 부족함을 생각하며 누구보다도 노력하고 몰입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는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이든 용기 있게 시도하려는 자세를 갖추게 됐어요. 사실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영문 전문서적을 발간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냈죠. 세상일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8. 앞으로 해양융합공학, 해양바이오 분야가 미래 사회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요?

앞으로 바다 환경을 관리하고 해양자원을 보호하며 이것을 인류에게 가치 있게 활용하려면 종합 과학적 접근이 필요해요. 때문에 해양융합공학은 앞으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또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하는 해양바이오산업 등이 국가의 신동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됩니다.

Q9. ERICA 구성원과 후배 연구자들에게 ‘열정’에 대해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어느 작가가 제시한, 현대인이 갖춰야 할 행복의 4가지 조건이 생각납니다. 첫째는 어학 공부, 둘째는 전문지식 쌓기, 셋째는 악기 다루기, 넷째는 스포츠 즐기기였죠. 이 행복의 조건 4가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 고통과 열정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의 교훈이죠. 공부하고 연구하고 일하고, 무언가에 답을 얻기까지 고통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더 빨리 오게 될 것입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기술혁신형 기업에서 다양한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겁니다. 기술혁신에는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입니다. 그러니 창의적인 연구수행 능력 배양에 정열을 쏟아야 해요. 그것만이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김세권 석좌교수와 ‘해양생의학’

해양생의학은 해양생물자원으로부터 얻은 생리기능성 물질의 의학적 활용 가능성을 탐구하는 분야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양생의학 분야 전문가인 김세권 교수는 항암, 항노화, 항치매, 항비만, 항당뇨 등 해양생물자원의 다양한 효과를 밝히는 연구를 이어왔다. 최근 해양의약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마린 드럭스』로부터 2019 최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