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에는 방학 기간 해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올 수 있는 서머스쿨(summer school)과 윈터스쿨(winter school) 제도가 있다. 나는 이번 2019 서머스쿨에 참여해 교환학생 신분으로 싱가포르의 NTU(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난양공대)에 다녀왔다. 지난 여름방학을 알차게 채워준, 그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공유해본다.

■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고픈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막연한 구상에 상황도 여의치 않아 정규 학기 교환학생은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해외계절학기에 참여한 친구의 추천으로 용기를 냈다. 지난 3월 국제처에서 2019 서머스쿨 단기파견 교환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바로 지원서를 접수,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대상자로 선발될 수 있었다.
이후 해외 대학 명단과 관련 과목 정보를 보며 이수할 수업을 골랐다. 나는 싱가포르 NTU에서 진행하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마이닝(Artificial Intelligence and Data Mining)’ 수업을 택했다. NTU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대인 데다 전공인 미디어테크놀로지에 가장 적합한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NTU 홈페이지를 통한 서머스쿨 지원과 과목 신청, 학생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 제출까지는 모두 한국에서 진행됐다. 국제처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사전 OT를 진행하고 외국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 나라별 유의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줬다.
우리는 6월 27일에 진행되는 서머스쿨 OT 일정에 맞춰 하루 전날 비행기에 올랐다. ERICA에서는 나를 포함해 10명의 학생이 NTU로 향했다. 서머스쿨 OT 프로그램 중에 캠퍼스투어가 포함돼 NTU의 전반적인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다. 우리 학교 규모가 큰 편이기에 별다른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캠퍼스투어를 해보니 ERICA 5배 정도의 규모에 과별로 건물이 1개씩 있을 정도였다. 캠퍼스 내에서 옐로우, 레드, 블루라인 이렇게 종류별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것도 놀라웠다.
서머스쿨 수업은 7월 1일부터 24일까지였다. 도착하자마자 곧 개강을 맞은 우리는 국내에서 신청한 학생비자를 발급받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내가 이수한 과목은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4시간씩이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마이닝을 구분해 교수님 두 분이 격주로 강의를 진행했다. 수업은 영어로 하지만 중국인 교수님들이라 발음에 차이가 나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중간고사는 퀴즈로 대신하고 간단한 모델을 만들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 기말고사로 평가받았다. 수업 마지막 날엔 공연이 있는 종강 파티가 열려 모두가 함께 즐겼다.

■ 나를 성장시킨 잊지 못할 시간

올해 서머스쿨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NTU의 수업에 참여하고 온 이수진 학생.
전공과 연결된 과목이라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전반적인 커리큘럼도 한국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전공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알고리즘을 더 상세히 가르치고, 우리는 3학년부터 직접적으로 배우는 인공지능을 1학년 때부터 배운다는 것이다. 주전공에서 이수한 기계학습과 빅데이터 처리를 해외에서는 어떻게 배우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생소했던 것은 출석을 부르지 않는 문화였다. 출석점수 없이 온전히 학생 자율에 맡기는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외국인 학생들은 개강 이후 자주 빠졌는데, 자랑스럽게도 한국 학생들은 아무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열정을 보였다. 수업 중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바로 질문하는 NTU 학생들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서머스쿨로 2과목을 듣는 친구도 있지만 나는 1과목만 이수했다. 그동안 힘들게 달려온 나에게 보상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다. 수업 외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싱가포르 곳곳을 누볐고, 낯설고 새로운 장소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 노력했다. 공부로 지식을 키우고 경험으로 시야를 넓힌 덕분에 여름방학을 알차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또 해외계절학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글을 보는 친구들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대학을 선택하기 전엔 꼭 시설이나 환경을 파악하길 당부한다. 내 경우 싱가포르 지역의 특성상 기숙사에 도마뱀 가족이 출몰해 놀랐었다. 또 음식이 잘 맞지 않아 한국음식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짧지 않은 시간을 머무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전공 관련 과목을 선택하면 배움의 안목을 넓힐 수 있다. 출국 전 24인치 캐리어를 꽉꽉 채워 갔었는데, 결국엔 다 사용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떠난 뒤 현지에서 조달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한 달여의 서머스쿨 이후 나는 2학기부터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웰컴한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NTU에 있을 때 뭔가 의문이나 곤란한 일이 생겨도 물어볼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귀국하며 내가 느꼈던 불편함과 답답함을 ERICA를 찾은 외국인 학생들이 느끼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이번 서머스쿨 참여는 여러 가지 의미로 나를 한 뼘 더 성장시킨 경험이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