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임 이래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멤브레인 사이언스 저널(Journal of Membrane Science)> 등 국제학술지에 총 23편의 해수담수화, 가스정제, 제습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기계공학과 김영득 교수가 지난 9월 한양대학교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국내에 흡착식 담수화 기술을 처음 선보인 선구자이다.

■ 물 부족 국가에서 물과 만나다

우리 속담 중에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다. 김영득 교수의 경우, 지난 10년간 한 우물을 팠더니 정말 물을 찾았다. 김 교수의 연구주제가 바로 흡착식 담수화 기술(Adsorption Desalination)이기 때문이다. 흡착식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비롯한 용해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음용수 및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해수담수화 기술의 일종이다. 지구는 70%가 물로 덮여있다는 점에서 복 받은 행성이다. 하지만 그 물 중 97%를 차지하는 바닷물은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다. 지구의 물 중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물은 1%에 지나지 않으며, 그마저도 지구 온난화로 사막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20세기가 블랙골드(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물 부족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수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은 자동차(가솔린, 디젤)용 후처리 촉매변환기에 대한 것. 당시만 해도 김 교수의 관심은 물보다는 공기에 있었다. 그랬던 김 교수의 관심사가 완전히 다른 분야라 할 수 있는 물로 전환된 것은 2010년 싱가포르의 NUS(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KAUST(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약 5년간 박사후과정 및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KAUST에서는 WDRC(Water Desalination and Reuse Center) 소속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태양열원 흡착식 담수화 파일럿 플랜트’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담수원이 부족해 이웃인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공수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물 부족 국가로 잘 알려진 곳이고요. 그래서 두 나라 모두 해수담수화 기술에 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심각한 물 부족 국가에서 연구했던 김 교수는 해수담수화 기술을 접한 뒤 10년째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초지일관”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환경친화적인 흡착식 담수화 기술

흡착식 담수화 기술은 세계 각국의 물 부족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해수담수화 기술의 1세대는 해수를 끓여 증발시키는 증발법이고, 2세대는 역삼투법이다. 하지만 김영득 교수가 전념하고 있는 기술은 KAUST에서 연구를 시작한 흡착식 담수화 기술. 이 기술은 다공성(highly porous) 및 친수성(hydrophilic)을 가진 흡착제의 물리적 흡착(physisorption)에 의한 증기 흡착 특성을 이용, 증발기 내 해수로부터 흡착(adsorption) 공정과 탈착(desorption) 공정으로 담수를 얻는 방법이다. 김 교수가 특히 흡착식 담수화 기술에 주목한 이유는 기존 해수담수화 기술(역삼투 공정)에 비해 에너지 및 운영비용을 저감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존 해수담수화 연구의 주요 기술인 역삼투 공정은 고압 운전으로 운전 비용이 많이 들고, 막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집, 여과 및 화학세정 공정 등 복잡한 전처리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농축수를 해양 방류 시 심각한 해양 오염도 야기하고요. 하지만 흡착식 담수화 기술은 저온의 열원을 사용해 고농도의 농축수, 고순도의 담수, 냉방을 위한 냉수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게다가 저온 열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태양열, 바이오가스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전처리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다. 특히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응축기로부터 담수를, 증발기로부터 냉방용 냉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공급수의 농도와 상관없이 순수(deionized water)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따라서 흡착식 담수화 기술을 적용하면 초순수(ultrapure water)와 공조(air-conditioning)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에 제지, 제약, 반도체, 스마트팜 같은 산업 분야에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초순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는 초순수를 생산할 수 없어 흡착식 담수화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역삼투법 등 기존의 해수담수화 기술도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적용하기에 부적합한 규모나 흡착식 담수화 기술이 더욱 효과적인 분야에 활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 초지일관의 신념으로 꿋꿋하게

초지일관의 신념으로 10년간 흡착식 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김영득 교수.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돌아와 국내에 흡착식 담수화 기술을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차세대 기술에 선뜻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곳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곳도 없어 흡착제를 직접 믹서로 갈며 어렵게 연구를 이어나가야 했다. 또한 해수담수화 기술 연구는 주로 환경공학이나 토목공학 분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계공학과 분야에서는 유일한 연구자였다.
“흡착식 담수화 기술은 산업에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구를 이어온 이유는 하나예요.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흡착식 담수화 기술의 타당성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해온 결과 현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생산기술원 등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게 됐다. 연구자로서의 초지일관 신념을 지켜오니 흡착식 담수화 기술의 진가를 알아보는 곳이 하나둘 생기게 된 것이다. 연구자는 꿋꿋하게 소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교수.
“물론 한 길을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본처럼 연구자는 한 분야를 정년퇴임할 때까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에 따라 연구 주제가 바뀐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죠.”
현재 김 교수의 과제는 흡착식 담수화 기술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낮은 담수 생산량 문제를 보완하는 것. 이를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신형식 해수담수-냉방 복합플랜트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초지일관의 신념으로 나날이 연구를 진전시키고 있는 김영득 교수. 그의 흡착식 담수화 기술이 하루빨리 우리 산업계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