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연구실. 다른 수식이 붙지 않은 이 담백한 연구실명은 더한 것도 뺀 것도 없이, 곧바르게 인공지능 관련 연구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한, 이 직선적인 이름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의 틀에 매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도전정신이 담겨있다.

오롯이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탄생한 곳

2016년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인간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초강력 태풍급으로 우리 사회를 강타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그 후로 1년 뒤 ERICA에도 인공지능연구실이 설립됐다. 인공지능연구실을 이끄는 소프트웨어학부 이상근 교수는 “2016년이 알파고가 잔잔했던 인공지능이라는 연못에 돌을 던진 격이라면, 현재는 그 연못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비유처럼 이제 인공지능은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산업 전반에 확산돼 우리 사회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도약시키는 기수가 됐다. 관련 연구실과 더불어 많은 연구가 양산되는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렇지만 이상근 교수는 여타 연구실과 ERICA 인공지능연구실은 다르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딥러닝에 관심을 두다가 인공지능을 연구하려는 연구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실은 처음부터 인공지능 기계학습(머신러닝) 연구를 위해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만의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요. 다른 연구실에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 교수가 이처럼 정통성을 내세우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학부 때부터 미국 유학, 그리고 독일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거쳐 2017년 ERICA에 부임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기계학습이라는 한 우물만 파며 그에 관한 연구를 줄기차게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적으로 대 유행어가 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말이 됐지만, 이 교수가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컴퓨터 공학도 사이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겠다고 나서면 괴짜 취급을 받았다. 학계에 막 소개된 신생 분야인 데다, 그다지 시선을 끄는 주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다본 이 교수는 이내 인공지능의 세계에 매료됐고, 주저 없이 도전했다.

다양한 기관에서 인공지능 연구과제 쇄도

인공지능연구실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 중 특히 기계학습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기계학습 오동작 유도를 위한 공격과 방어 기법, 기계학습 방법론의 취약성 분석 및 강건한 기계학습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상근 교수가 이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지면서 국책연구소나 기관, 민간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연구과제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몇 가지 연구를 소개하자면, 지난해부터 수행 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의 연구과제 ‘기계학습모델 압축(Model Compression)’은 소형 모바일 컴퓨터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어마어마한 크기의 딥러닝 모델을 압축하는 연구다. 이렇게 모델을 압축하면 클라우딩 슈퍼컴퓨터와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치 않으며,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고, 보안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는 향후 각종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나 IoT 기기,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올해부터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컨소시엄 산학과제는 지난 6개월간 현대자동차 측에 관련 주제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다가 연구과제로 선정된 경우다. 기계학습모델을 통해 미래 자동차의 차량 제어 기술을 높이는 연구로, 예를 들면 과거의 속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학습시켜 미래의 차속 예측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량 제어의 최적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기에 연구 초년도에 바로 중장기 컨소시엄 산학과제에 선정됐을 정도로 업계에선 관심이 뜨거운 주제다.
또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명화공업과 함께 스마트팩토리에 적용할 인공지능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명화공업은 안산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범라인을 구축 중인데 여기에 도입할 인공지능 비전을 사용한 부품 점검 시스템 및 예지보전(기기의 이상을 상태 감시에 의하여 예지하고, 그 정보에 기인해 기기의 성능을 보전하는 것)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연구실을 이끄는 이상근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은 다양한 기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상근 교수는 전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대가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연구실 향해 전력 질주

이 외에도 국정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의 연구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상근 교수를 비롯한 7명의 연구원과 4명의 인턴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연구원들은 인력에 비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지만 그만큼 다양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연구실은 지금보다 앞으로 더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 연구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민동준 연구원(컴퓨터공학과 석사 18)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도전할 게 많은 연구 분야”라며 그것이 인공지능연구실에 지원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정현 연구원(컴퓨터공학과 석박통합과정 17) 또한 “미세먼지량 예측, 에너지 사용량 예측 등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이 분야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상근 교수가 다음 연구주제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I)’.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16년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관련 연구를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는 어떠한 근거로 인공지능이 결론을 내린 것인지 인간으로서는 그 내막이 블랙박스처럼 깜깜이 속이었다. 이에 반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은 유리박스와 같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을 이해할 수 있어 인공지능 통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산업 분야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듯이 이제 전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도래할 것입니다. 국가 경쟁력의 척도인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 도입은 필수입니다.”
국가 경쟁력과 맞닿아 있기에 인공지능연구실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다. 스스로를 독려하며 더욱 정진해 나갈 뿐. 이상근 교수는 인공지능연구실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연구실로 발전시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졌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