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는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다문화 도시다. 2009년 다문화특구가 된 데 이어 2018년 국제화교육특구로 지정됐다. 우리 사회의 일원이지만, 아직도 크고 작은 편견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이들을 돕기 위해 ERICA는 안산 지역 다문화·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멘토링 사업을 이끄는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의 이승미 연구위원.
다문화특구 초등학생을 위한 멘토링

다문화·탈북 청소년 멘토링 사업은 ERICA 글로벌다문화연구원과 한국장학재단, 안산시 소재 초등학교들이 협력해 진행하는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기초학습이 부진하거나 한국어 학습이 필요한 다문화·탈북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매년 ERICA 학생 20~40명을 선발, 요청한 초등학교에 파견하여 연간 33회, 총 100여 시간의 멘토링을 실시한다. 학기 중에는 매주 1회 방문해 3시간씩 진행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한 번에 4시간씩 주 4회, 2주간 집중 멘토링을 진행한다.
“ERICA 학생이 멘토가 되어 안산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중도입국 학생들은 한국어가 거의 안 되는 데다 한국 문화도 낯설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어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대학생 형, 언니를 멘토로 삼아 1년 동안 공부와 생활에 1:1 도움을 받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교육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봄으로써 사회에 나가기 전 의미 있는 경험을 하는 사업입니다.”
사업 진행을 이끄는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의 이승미 연구위원. 그는 이번 사업이 다문화 문제를 깊게 연구해온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의 인식과 2012년부터 많은 다문화 학생이 유입돼 어려움을 겪은 안산시의 요청이 통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7년간 212명의 멘토가 파견됐고 300여 명의 멘티가 도움을 받았다.
“시작은 안산 원곡초등학교와 연계한 봉사활동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멘토 학생들도 봉사학점을 이수하는 형태였죠. 이후 한국장학재단이 주최기관이 되면서 멘토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안산의 원곡, 원일, 선일, 화랑, 석호 이렇게 5개의 초등학교로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어요.”
멘토링 사업이 안착하는 데는 이승미 연구위원의 공헌이 컸다. 유네스코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근무하며 다문화 현실에 큰 관심을 가졌던 그는 멘토링 사업의 내실을 위해 시스템 보완에 힘써왔다. 멘토링 사업이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만큼, 체계적인 교육으로 멘토의 역량을 키우는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멘토들은 의무적으로 3시간씩 7회, 총 20여 시간의 멘토링 교육과 워크숍에 참여해야 한다. ‘다문화사회 이해’, ‘멘티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등 기본교육부터 실제 멘토링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진다. 1학기 때는 매달 한 번꼴로 워크숍을 진행해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2학기 활동까지 종료되는 12월 중순에는 다음 해의 멘토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남기며 활동을 마무리한다.

멘토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관련 교육과 워크숍을 실시해 멘토링 사업의 내실을 높이고 있다.
도움을 주고, 내 안의 편견을 깨는 일

이승미 연구위원은 생활 적응이나 학습에 도움을 받는 멘티들의 만족도도 높지만, 멘토로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무척 높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많은 경우 다문화·탈북가정에 대한 편견을 가진 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멘티 아이들과 직접 만나 부딪히면서 곧 서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새 ‘다문화·탈북가정 아이’가 아니라 그냥 ‘한 아이’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워크숍 현장에서 만난 멘토들 역시 “다문화·탈북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동안의 편견을 깨고, 내가 가진 역량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너무 뜻깊은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실성과 여름방학 집중 멘토링을 포함해 정해진 1년 동안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지가 멘토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에요. 우리 학생들이 활동을 잘해준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멘토 2명이 장학재단 우수멘토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이승미 연구위원은 ERICA의 활동이 지역사회의 인정을 받아 초등학교는 물론 아동센터에서도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경인교육대학교로부터 ERICA의 멘토링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 공동 워크숍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문화·탈북 청소년 멘토링 사업으로 ERICA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참여 초등학교는 다문화·탈북 학생들을 지원할 우수 인재를 지원받고 있다. 멘토로 활동한 대학생들은 장학금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얻고, 멘티로 참여한 다문화·탈북 학생들은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하게 된다. 그야말로 1석 4조의 효과를 거두는 활동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것은 ‘서로의 진심을 나눠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점이다. 다른 문화의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ERICA의 많은 학생이 멘토로 참여해 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