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융합공학과는 해양 환경의 특성을 연구하고 배우는 학과로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보통 저학년 때는 강의실에서 주로 이론을 익히기 때문에 직접 바다에 나가는 것은 고학년 때 가능하다. 올 상반기, 나는 전공심화로 개설된 ‘해양관측조사실습’ 과목 수강을 통해 실제 해양탐사선을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인기도, 준비할 것도 많은 선상실습

해양관측조사실습 과목은 인기가 많아 4학년 학생 대부분이 듣는 수업이다.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공과목이지만, 3학년들도 수강할 수 있다. 이 과목의 포인트는 바로 선상실습! 나 역시 연구선을 타고 배에서 실험과 실습을 진행해 보고 싶어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PBL(Project Based Learning) 과목으로 그동안 배운 화학해양, 생물해양, 물리해양, 지질해양, 지구물리 분야 지식을 총동원해 직접 연구계획을 세우고 시료채집과 분석, 결과도출의 전 과정을 경험해보는 시스템이었다. 주로 조별 활동으로 진행되기에 수강생 22명이 관련 분야에 따라 3~5명씩 5개의 조를 구성했고, 나는 ‘화학조’에 속했다.
해양관측조사실습 과목의 큰 흐름은 4박 5일간의 선상실습 전후로 총 세 차례의 발표를 진행하고, 기말고사 기간에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조별로 무엇을 연구할지에 관한 주제와 관련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 뒤 사전 자료조사 단계에서 발표 1번, 바다에 나가기 직전 실험 방법과 계획에 대한 발표 1번, 이렇게 2번의 발표를 마치고 선상실습에 떠났다.
선상실습 전 미리 준비할 것들이 꽤 많았다. GF/5 필터, 아스피레이터, 진공펌프, 실험 장갑, 매니폴드, 염화수은, 진공여과기 등 배 위에서 바로바로 실험하기 위한 기구들을 챙겼고 실험과정도 꼼꼼히 되새겼다. 출항 전날 다 같이 학교에 모여 부산으로 향했고, 다음날인 4월 29일 드디어 해양탐사선 NARA호에 올랐다. 육지로 돌아오지 않고 바다에서 며칠을 머물기에 출항 전에는 배 주방에서 쓸 식자재나 먹을 것들을 함께 식량창고로 옮겼다. 그리고 드디어 출항 준비를 마친 NARA호와 곧바로 연구 정점을 향해 나아갔다.

색다른 경험으로 조금 더 성장한 시간

연구 정점은 조별로 정한 주제에 맞게 해양시료를 채취하거나 실험을 진행하기로 정한 지점이다. 조마다 연구 주제가 다르니 연구 정점 역시 달랐다. 5개의 조가 모여 미리 어느 지점에서 연구를 행할지 이야기를 나눴고, 이것을 바탕으로 조교님들이 해양탐사선 측과 상의해 효율적인 항해 동선을 잡았다. 조별로 각자가 정한 정점에 도착하면 NARA호의 장비를 이용해 시료를 채취, 실험에 임했다. 해양 퇴적물 내 독성물질 농도를 측정한 독성조, 대기 인자들의 변동 특성을 측정한 대기조, 해수 내에서의 음파 전달 특성을 연구한 음향조, 기후 변화에 따른 식물플랑크톤 조성 변화를 연구한 생물조 친구들과 함께 실습을 진행하였다.
우리 화학조는 ‘인간 활동이 영양염 및 유기물 분포에 미치는 영향 파악’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실험을 구상했다. 해수를 채수해 필터링한 후 입자 형태의 물질과 용존 형태의 물질을 나누고 해양환경공정시험법에 의거, 필요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배에서는 주로 해수를 채수하고 GF/5 필터에 여과해 시료를 취했다. 실험 항목에 따라 필터링하는 해수의 양(L)을 조절해 필터 시료와 해수 시료를 합쳐 약 200개 정도를 얻어냈다.
우리 화학조는 선상실습 전 이미 친해져서 싸우는 일 없이 분업이 잘 이루어졌다. 바다 위에서 실험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그렇게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땐 놀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일정 중간 담당 조교님의 생일이 끼어 있었는데 조원들과 상의해 잠깐 항구에 정박하는 날 몰래 케이크를 사 왔다. 그리고 케이크를 은박지에 싸서 시료라고 써놓은 뒤 냉장고에 잘 숨겨두었다. 이런 치밀한 작전 덕에 조교님 생일 당일 깜짝 파티를 열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힘든 점이 있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여행 같았던 선상실습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중요한 단계가 끝났다고 기뻐했지만, 사실 하선한 뒤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배에서 모든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실험실에 돌아온 후 분석해야 할 시료가 많았다. 데이터 해석을 위해 여러 논문을 찾고, 최종 발표 자료도 만들어야 했다. 참고문헌을 토대로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문헌을 뒤져 공부하고,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도 설렌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의 나 역시 그랬다. 익히 알던 바다였지만, 직접 배를 타고 항해하며 느끼는 바다는 조금 색달랐다. 이번 선상실습을 통해 해양융합공학이라는 전공과 미래의 꿈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 역시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