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공생, 협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위해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대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요즘, ERICA 경영학부 문준연 교수는 경상대학장으로서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문 교수는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 허브가 될 것을 다짐했다.

중소기업, 어떻게 교섭력을 높일 것인가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날드 코스(Ronald Coarse)는 그의 저서 <기업의 본질>에서 여건에 따라 사람이나 기업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나쁜 기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는 처음부터 전략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문준연 교수. 깊어만 가는 사회적 불평등의 골을 좁히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절실하지만, 대기업의 갑질 논란이 심심치 않게 미디어를 달구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더 귀담아들어야 할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문 교수는 중소기업 공급자와 대기업 구매자의 관계에서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경쟁력 및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SSCI(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인용지수) 등재지인 <저널 오브 비즈니스 리서치(Journal of Business Research)>에 중소기업 공급자는 가급적 대기업 구매자가 장기적으로 거래하기를 원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본 논문에 의하면 특정 구매자만을 위한 생산설비를 신설하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식으로 신뢰감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거래 특유의 자산(transaction-specific investment)’이라고 한다. 공급자가 이 과정에서 구매자의 전략 유형을 고려하여 정합성이 높은 전략을 추구해야 실적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험도 도사린다. 특정 구매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구매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에 노출돼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복수의 기업과 거래하고, 생산품목을 다변화시켜야 한다.

지역사회 사회적경제 지원에 발 벗고 나서

최근 문준연 교수가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주제는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사회적경제는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활동을 일컫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이 있다. 지난해 경상대학 학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진행한 것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경제 혁신리더 과정’이었다. 금요일 저녁 3시간씩 강행되는 비교과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학장에 취임하면서 사회적경제에 관한 활동을 많이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혁신리더 과정을 운영하면서 사회적기업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LINC사업단의 지원하에 ‘한양대 ERICA 사회적경제연구센터’도 설립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0주간 ‘안산사회적경제대학’의 첫 번째 학기가 열렸는데 예상보다 많은 수강생이 몰려 보다 넓은 곳으로 강의실을 변경해야 했다. 안산사회적경제대학은 지역의 사회적경제조직 임직원이나 조합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지식 없이 의욕만으로 뛰어들어서는 지속 가능한 활동을 펼치기 어렵다. 그 때문에 경영학 전문지식과 성공 사례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이 모였는데, 사회적경제에 대한 열기가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문 교수는 앞으로도 안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안산사회적경제대학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SP멤버십’ 제도를 신설해 한양대 ERICA 사회적경제연구센터의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등급별로 센터에서 운영하는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안산시 및 경기도의 사회적경제 지원기관을 위한 정책 수립, 사회적기업의 경영전략 및 성장전략 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 밖에 사회적경제협의회를 구성해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사회 협력을 강화하고 협의회를 통해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다.

문준연 학장은 경영학 전문지식과 성공 사례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LA 지역 한인 사업자 대상 경영교육, 외국 유학생 및 교환학생 포용 방안 등 일반인과 함께하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반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육

“국제 학술지에 좋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연구자로서 보람 있는 일이지만 마케팅 논문은 교수나 전공자들만 읽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실제 마케팅이 필요한 이들은 개인사업자나 영업을 하는 일반인들이죠. 비전공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문준연 교수가 전문서적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단행본을 발간하고, 한국형 온라인 강좌인 K-무크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이노베이터는 왜 다르게 생각할까>라는 책을 발간해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경영철학을 소개한 바 있다. 관련 내용으로 진행 중인 온라인 강좌는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문 교수가 지역사회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유학 시절, 대학이 그 지역사회의 문화센터 역할을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민들도 도서관에서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체육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대학 구성원들만의 연구·교육기관이 아닌 거죠. ERICA도 충분히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RICA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시는 중소기업이 많이 분포하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상대학 교수 및 학생들이 힘을 실어준다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것.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자면, 마케팅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들과 학과 수업을 연계시켜 산학협력 공동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ERICA가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한 만큼 이제는 안산 및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끝으로 덧붙인 문 교수의 제언에서는 지역사회 속에서 ERIC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있는 그의 진정한 고심이 묻어났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