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빠빰빠 빰빠~” 정겨운 인트로와 함께 40년 가까이 우리 안방극장을 지켜온 KBS1 전국노래자랑.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소녀는 어느덧 성인이 돼 그 무대에 올랐다. 거기에 더해 최우수상을 거머쥐고, 받은 상금 전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오래도록 기억될 가수를 꿈꾸며 오늘도 연습에 매진하는 최아임 학생을 만났다.

원조 대국민 오디션? No, 대국민 화합의 장!

지난 4월 23일, 4·27 남북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KBS 전국노래자랑이 파주시에서 진행됐다. 신청한 485팀 중 65팀이 2차 예선을 치러 최종 15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있는 최아임 학생은 이날 강산에의 ‘라구요’를 열창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전에 나갔던 대회들과 달리 즐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어요. 워낙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가 많아 수상까지는 기대를 못 했는데 좋은 추억을 남기고 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입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예선부터 본선까지의 과정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전국노래자랑’ 편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최아임 학생은 드라마에서 본 모습과 같은 생동감과 재미를 느꼈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에 가까웠다.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이 생기발랄한 무대를 준비하기도 하고 나이 어린 참가자들이 점잖고 한이 서린 무대를 준비하기도 했다.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공동체로 모여 각자의 끼를 발산하는 자리였다. 최아임 학생은 다른 참가자들이 준비한 무대와 심사위원들의 재치 있는 언변 덕분에 긴 대기시간을 즐겁게 보냈다고 말한다.
“제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참가자들 무대를 봤는데, 모두 행복해 보였어요. 전국노래자랑은 누가 누가 잘하나 보는 경쟁이 아니라 재미있는 경험을 하러 오는 자리였습니다. 상금에 연연하거나 상을 타겠다는 욕심을 품으면 그 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경쟁하기보다는 즐기려고 했어요.”

할머니가 기뻐하시겠 더‘라구요’

최아임 학생은 자신의 친할머니를 매주 전국노래자랑을 본방사수하는 애청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이 파주시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친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참가를 결심했다. 특집인 만큼 선곡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취지에 맞는 뜻깊은 무대를 준비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강산에의 ‘라구요’를 택했다. 음악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족과 상의한 끝에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강산에의 ‘라구요’를 선곡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죠. 가사 전달만큼 호흡법도 힘들어서 익숙해질 때까지 힘들었어요. 시간 날 때마다 학교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이동하는 아버지 차 안에서도 엄청 많이 불렀어요.”
무대에 오를 때까지도 ‘나중에 잘 되면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으로 모두에게 출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수상 소식에 가족들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최아임 학생은 최우수상 메달을 받아 가장 기뻐하실 친할머니께 가져다드렸다.
“할머니께 메달을 보여드리니 목에도 걸어보시고 엄청 좋아하셨어요. 누군가를 위해 대회에 나간 것은 처음이라 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주위 친구들도 나중에야 소식을 접하고 연락했는데 대견하고 멋지다고 격려해줬어요. 음악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꼈죠.”

진정한 Entertainer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참가했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최아임 학생. 그는 기꺼이 모든 상금을 기부하는 큰 결정을 내렸다. 공직에 몸담아 파주시의 발전을 위해 일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상금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상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기부되었다.
“대회에서 상금을 탈 때마다 저에게 투자하기 바빴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생각이 넓어진 것 같아요. 기부금액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좋은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경쟁’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치열하게 만든다. 치열해진 만큼 결과에 대한 야심도 커진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시간 자체가 아닐까? 이번 경험을 통해 최아임 학생이 얻은 것은 명예도 상금도 아닌 행복한 경험이었다. 자신의 발전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발전에까지 기여한 최아임 학생. 그는 앞으로 어떤 가수를 꿈꾸고 있을까.
“전국노래자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경험을 계기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어요. 좋은 음악을 오래 할 수 있는 단단한 가수가 목표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누군가가 힘들고 지칠 때 잔잔한 위로가 되고 때론 버팀목이 되는 그런 존재로 남고 싶어요.”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