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올 3월 한양대학교 신임 부총장으로 선임되어 ERICA 새 지휘봉을 잡은 양내원 교수의 첫 소감이다. 김우승 제15대 총장에게 부총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양내원 교수는 고민에 쌓였다. 오랫동안 건축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으나 딱히 ‘부총장’을 꿈꾼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마음속에는 확신이 자리잡았다. 그 확신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그리는 ERICA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회와 학교의 벽을 허문 협력이 곧 ERICA다움

올해 한양대학교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부총장을 맡고 있던 김우승 교수가 신임 총장이 되어 서울캠퍼스로 자리를 옮기고 건축학부 양내원 교수가 신임 부총장에 임명된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런 큰 직함을 맡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제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컨대 한양대학교 하면 적잖은 이들이 공대 중심의 학교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총장님들이 공대 출신이셨죠. 물론 저도 공대 소속 건축학부 교수이지만 스타일은 전혀 달라요. 건축은 인문사회와 예술 등을 모두 알아야 하는 학문이거든요. 인문과 공학에 모두 몸을 걸치며 연구를 해온 만큼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학교를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RICA는 1979년 안산에 터를 잡아 40년을 내리 달려왔다. 분교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열심히 발을 굴리며 이를 극복해냈다. 특히 어느 학교보다 빠르게 산학협력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 시스템을 정립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ERICA의 굵은 땀방울은 결국 각종 수치와 평가로 되돌아오고 있다. 2012년 LINC사업에 선정되었고 2013년 1차년도 평가에서는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CKⅡ사업(2014년)과 PRIME사업(2016년) 등에 연달아 선정됐고,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2015년부터 4년 연속 TOP 10에 올랐다. 양내원 부총장은 ERICA의 이러한 극적인 행보를 ‘미운오리새끼’ 동화에 비유했다.
“미운 오리로 살다가 뒤늦게 백조임을 자각한다는 미운오리새끼 동화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죠. 하지만 ERICA에 대입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교로 인식되던 학교가 이제는 국내 대학 TOP 10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동화나 다름이 없죠.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운오리새끼가 처음부터 기존 오리와는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듯, ERICA 역시 본래 가지고 있던 타고난 능력을 이제 서서히 인정받고 있는 셈입니다.”
양내원 부총장은 그 타고난 유전자가 1939년 한양대학교 설립 때부터 이어진 것이라 강조했다. 설립자 김연준 선생은 남들보다 앞서 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공과학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 혜안은 1960~1970년대에 이르러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급격한 발전의 흐름 속에서 공학의 가치가 대두되면서 한양대학교가 그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양내원 부총장은 이것이 20~30년을 내다본 혜안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고유성이죠. 한양대학교만의 고유한 강점 말입니다. ERICA 역시 설립 이후 놀라운 혜안을 발휘하며 ERICA만의 고유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학은 거의 없었거든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의 협업이 일상화된 최근 분위기를 보면 당시 ERICA의 혜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대개의 대학이 한 방향으로 갈 때, ERICA는 ERICA’s Way를 택했습니다. 학교 정문에 자리잡은 두 개의 건축물 ‘아고라’는 이런 ERICA의 지향점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는 학교를 향해 있고, 다른 하나의 건축물은 사회를 향해 있어요. 대신 꽉 막힌 문 같은 건 없습니다. 사회와 학교 간의 벽을 허물고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ERICA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죠. 이것이 ‘ERICA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

ERICA는 결승선에 도착했다기보다 계속 레이스를 펼치는 대학인만큼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양내원 부총장은 우선 학연산 클러스터 존에 입주한 기업 및 연구기관과 학교가 좀 더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과제 수행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일상생활에서 더 긴밀하게 교류하고 소통해야 진정한 협력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 더불어 강조한 것은 융합 교육이다.
“공학은 속도가 아주 빠르지만 인문학과 예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빠른 게 다가 아니에요. 공학과 인문학, 예술의 융합을 통해 사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면 우린 좀 더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죠. 이제는 융합의 중요성 자체를 강조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성숙한 융합을 고민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이 밖에도 양내원 부총장은 재임 중 자신의 역할은 김우승 총장의 공약과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실현하는 데 있다며 그중 몇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서울캠퍼스와 ERICA의 동반 성장이다. 한양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두 캠퍼스가 자연스럽게 섞이며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 더불어 정부가 국가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위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 관련 사업에도 일조하겠다는 뜻과 캠퍼스 내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성숙한 캠퍼스, 행복한 ERICA를 위해

대학들은 저마다 성공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양내원 부총장은 이제 그 차원을 넘어 다른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고 믿는다. ‘성숙 캠퍼스’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전반전에는 성공을 추구하지만, 후반전이 되면 가치를 찾아다니죠. ERICA는 이제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의 단계’에 들어서야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학교가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배워야 합니다. 학생만이 아니라 기업인, 교수 모두가 지식을 갈고닦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죠.”
양내원 부총장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특히 ‘병원 건축’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당시 ‘사람과 관계를 생각하는 건물과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총장으로서 꿈꾸는 ERICA는 어떤 모습일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창의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억눌려 있으면 창의적으로 생각하거나 실천하기 어려워요. 제가 해야 할 것은 결국 행복한 캠퍼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창의적이면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내원 부총장의 첫인상은 ‘따뜻하다’는 느낌이었다. 환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주의 깊게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려 깊은 사람. 그 때문일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내내 ERICA의 찬란한 미래와 따뜻한 캠퍼스의 모습이 동시에 느껴졌다. ‘찬란하면서도 따뜻한 ERICA’를 만들 양내원 부총장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