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LTE-A”,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룹니다.”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이 광고 카피들을 보고 있으면 광고 카피라이터의 세계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진다. 우물을 끊임없이 퍼내고 또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사람들의 세계 말이다. 그러나 기억해둘 것.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다.

광고업계에 입문하기까지

“옷 벗으세요.”
진광혁 동문은 글 읽는 게 좋고 쓰는 것도 좋은 국문학도였다. 하지만 생계를 고려해야 했다. 비슷한 분야를 살피다 남의 돈(광고주)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직업 ‘광고 카피라이터’를 찾았다. 남들보다 낫진 않더라도 다르게 살고 싶었던 진 동문은 자신만의 인장이 새겨진 광고 카피를 쓰고자 훈련했다. 광고 관련 공모전에 참여했고 좋은 광고 카피나 책 글귀를 보면 필사했다. 해외 광고도 챙겨봤다. 영화와 책은 물론 흔하디흔한 일상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존의 세상과 일상, 그리고 광고 작품들을 따라하고 변형하고 재창조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모든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그는 졸업 후 작은 광고 기획사에 입사지원서를 내며 자기소개서 안에 다음과 같은 라디오 광고 카피를 써 넣었다. “옷 벗으세요.” 나 같은 인재가 왔으니 당신들은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도발적인 내용의 카피였다. 당시 광고 기획사는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진 동문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그렇게 그는 광고업계에 발을 들였다.

좋은 광고 카피를 쓰기 위해

이후 그는 제일기획과 SK M&C, SM C&C 등을 거치며 업계에서 인정받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14년차로 광고 기획사 ‘꾸욱꾸욱’에서 카피라이터 겸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입봉작 ‘박카스 광고’였다고 한다.
“최초 아이디어부터 메인 카피까지 온전히 제 것으로 진행된 광고는 박카스가 처음이었어요. 당시 광고주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런 요청이 4년차 카피라이터였던 제게는 부담스러웠어요. 박카스는 당시 약국에서만 판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든 약국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는데 그 문턱이 높게 느껴졌죠.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에게 들은 말들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진 동문의 어머니는 피곤에 찌든 채 귀가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그게 위로로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가짜 피로회복제들이 있구나. 그렇다면 진짜 피로회복제는? 그래, 진짜는 약국에 있지.’ 진 동문은 박카스 광고 카피,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를 일상 속에서 건져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그콘서트 등 TV 프로그램에서 카피가 패러디되며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고, 이는 높은 매출로도 이어졌다. 광고를 하며 처음으로 짜릿함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터닝 포인트가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자신의 광고가, 자신이 손수 만든 카피가 세상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말이다. 이후 그는 SK텔레콤과 평창동계올림픽 광고 등에 참여하며 자신의 이름을 업계에 깊이 각인시켰다.
그가 광고를 기획하고 카피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크게 세 가지. ‘공감이 되는 광고인가’,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카피인가’,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가’가 그것이다. 기업과 다수의 대중을 위해 제작되는 만큼 공감대 형성은 광고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조건이다. 더불어 그는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카피를 좋아한다. 이는 문장에 양념이 많이 들어갈수록 재미와 긴장감이 줄어든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
“<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는 문장을 간결하게 씁니다. 본인 스스로 수식어 없이 주어와 동사로만 된 문장을 추구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죠. 카피 역시 깔끔한 문장으로 감동 혹은 재미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고는 창작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업종인 만큼 다른 광고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선은 해당 제품을, 사람을, 나아가 이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든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어느 가구 회사의 카피가 그런 예죠. 그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광고가 나온 이후로는 많은 이들이 침대 하면 과학을 떠올리니까요.”
진 동문은 이 세 가지를 기반으로 꾸준히 쌓아 올려야 좋은 광고 카피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별한 비법이나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 광고는 하늘의 신이 점지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재발견’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카피라이터가 된다

ERICA 재학 시절부터 그는 남들보다 나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남들과는 다르게’ 할 자신은 있었다. 그러자면 자신만의 소신이 필요했다.
“보통 광고 기획안을 두 가지 종류로 내서 광고주에게 보여주는데 A안에는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 B안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방향을 담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 경우에는 B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더 많더군요. 남들이 생각하는 정답만 좇는 게 꼭 옳은 길은 아니에요. 광고 만드는 사람은 남을 설득하기에 앞서 우선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하거든요. 그러니 여러분도 스스로의 생각을 믿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본다면 좋겠습니다. 자신만의 길, 자신만의 틀이 잡혀 있어야 결국 남도 설득시킬 수 있어요.”
그는 일상의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 광고로 만들어내는 카피라이터. 자신을 관통하는 그 무엇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간절하게 노력한다.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놓치지 않으려면 이 세상을 입체적으로 봐야 하니까.
그것이 바로 진광혁 동문이 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광고 카피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훈련을 한다. 그렇게 그는 카피라이터가 되어간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