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HYU 학술상을 수상한 이한승 교수는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사업(ERC)인 ‘건설구조물 내구성혁신 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세계적 수준의 건설구조물 내구성 혁신 기술 개발과 산학협력 거점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 덕분이다. 이한승 교수의 최종 목표는 건설구조물의 내구수명을 200년으로 연장시키는 데 있다.

200년도 끄떡없는 내구성 기술 개발

“건물의 일생은 사람과 똑같습니다. 박테리아나 균에 의해 몸에 증상이 발생하면 이를 정확히 진단한 후 치료하듯, 아파트나 교량 같은 건설구조물도 짓는 순간부터 해체하기까지의 전 생애에 걸쳐 내구성을 진단하고 보수해서 유지 관리해야 합니다. 서해대교나 롯데월드타워 같은 건설구조물을 200년은 사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진국에 비해 유독 내구수명이 짧은 국내 건설구조물들의 현실을 지적하는 이한승 교수. 국내 콘크리트 구조물의 법정 내구수명은 40년으로, 60~120년 이상을 목표로 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신축 지상주의에 혈안이 돼 빨리 짓고 값싸게 짓는 것을 최고로 쳤기 때문이다. 건물들을 마구잡이로 짓고 부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현재의 구조물을 어떻게 하면 보다 오래 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 건축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특히 1970~1980년대에 지었던 많은 건물들이 30~40년이라는 나이를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내구성을 진단하고 유지 관리에 들어설 시점이다. 만 40세가 되면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구성 혁신 기술 및 유지 관리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받아 제가 운영하는 건설구조물 내구성혁신 연구센터가 2015년 선도연구센터사업(ERC;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공학 분야 대형 국책연구사업)에 선정됐죠.”
이 교수의 건설구조물 내구성혁신 연구센터는 서울캠퍼스의 ‘초대형구조시스템연구센터(당시 센터장: 이리형 명예교수)’, ERICA의 ‘친환경건축연구센터(당시 센터장: 신성우 명예교수)’에 이어 세 번째로 ERC사업 건축 분야에 선정됐다. 이는 한양대학교 건축 분야의 자랑으로 손꼽힌다. 덕분에 경쟁에서 떨어진 타 대학 연구센터로부터 “또 한양대냐”는 부러움 섞인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에도 이 교수는 흔들림 없이 건설구조물의 내구성 기술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을 떠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 가치 발견의 순간

건설구조물 내구성혁신 연구센터에는 현재 8개 대학의 14명 교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3개 그룹 14개팀이 열화 원인을 진단하는 ‘내구성 진단 모니터링 센서’, ‘내구성 설계’, ‘보호·보수 공법’, ‘유지 관리와 자산가치 통합 평가 시스템’이라는 4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7년 동안 2단계에 걸쳐 160억 원이라는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지난해 1단계(2015~2018년)를 완료한 센터의 성적은 최고 등급인 S(Super) 등급. 각 팀별로 내구성 혁신 기술 및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제 삼극특허(미국, 일본, 유럽에 모두 출원된 특허) 1건, 기술이전 10건(3.65억 원), SCI급 논문 266편, 구조물 내구수명 정책제안 1건 등 지난 4년 동안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그중에서도 재미난 연구를 소개해주겠다는 이 교수.
“콘크리트 구조물에 박막형 센서를 매설한 후 철근이 부식하는지, 염소이온이나 이산화탄소가 침투하는지 여부를 무선통신모듈로 전달받는 내구성 헬스 모니터링(Durability Health Monitoring)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건설구조물의 내구성을 진단하는 데 최신 ICT 기술을 적용한 거죠. 이는 세계에서도 선도적인 개발 기술입니다.”
최근 이 교수는 센터에 참여 중인 재료공학, 화학공학, 정보통신공학, 전기·전자공학 등 타 분야 연구자들과의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낯선 분야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이 교수의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특히 그동안 건축공학 분야에서 다루지 않았던 빅데이터, 인공지능, 딥러닝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접목은 연구의 흥미를 더해준다.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하도록 도와주는 덕분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교양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 이는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융합연구의 시대에는 개인 역량보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연구 성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자신의 연구 분야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고민해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하는 시대니까요.”

연구센터의 내구수명도 무한 연장

이한승 교수는 교무처장도 겸하고 있어 주간에는 본관의 교무처장실에서 근무하다가 연구실에서 밤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2단계 연구 목표인 ‘건설구조물의 내구수명’을 200년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상용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건설구조물의 내구수명을 200년으로 늘리는 것이 정말 실현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고 말고요. 내구성 설계를 제대로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진도 8 규모의 지진에 견디는 건물도 지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신축 구조물에 내구성 설계를 필수적으로 적용시키고 기존 구조물들의 유지 관리 강화를 촉구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와 별도로 이 교수는 또 하나의 바람을 갖고 있다. 바로 건설구조물 내구성혁신 연구센터의 수명 또한 연장시키는 것. 2단계 연구성과 평가에서 또 다시 S등급을 받으면 3년이라는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동안 축적된 연구 인력과 노하우, 장비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센터로 도약하면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찾아오는 자립형 연구센터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지속 가능성 시대에 발맞춰 건설구조물도, 연구센터도 내구수명 연장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