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구글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속 소셜미디어는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준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뉴스를 빠르게 보여주고, 유용한 정보를 추천해준다. 내 친구들의 최신 소식은 그들이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가와 상관없이 즉시 나의 스마트폰 안에 비춰진다. 이런 편리함은 지인들과의 소통 폭을 넓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했던가. 어떤 때에는 함께 즐길 수 있던 것들이 때론 한없이 나를 쓸쓸하게 한다.

불균일한 사회연결망

소셜미디어 중 ‘친구맺기’ 기능을 가진 것들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라 부른다. 일부에서는 대표적인 콩글리쉬 중 하나라며 ‘소셜미디어’로 고쳐 쓰길 권하지만,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남들에게 나의 연구 분야를 소개할 때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 즉 사회연결망에 대한 직관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연결망과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던가!) 이런 사회연결망에도 물리법칙이 있다고?
SNS에서 우리는 가상공간 위 하나의 점이 되고, 아는 관계의 내 친구에게 선으로 연결된다. 한 명 한 명의 개인을 ‘노드(Node)’라 불리는 점으로 표현하고, ‘링크(Link)’라는 선으로 연결한 것이 소셜네트워크다. 하얀 종이 위에 점과 점을 찍고 선으로 연결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때 한붓그리기를 하던 도형들이 떠오를 것이다. 수학에서는 이런 도형을 그래프(Graph)라 부르는데, 이런 그래프 이론은 1736년 수학자 오일러의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다리’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최근 복잡계 네트워크(Complex Network) 이론은 그래프 이론에서 아주 많은 수의 노드와 링크를 확률 이론을 적용하여 연구한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세상 대부분의 연결망이 아주 불균일한 연결선 수 분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 점이 가지고 있는 연결선 수, 즉 사회연결망에서는 한 사람이 맺고 있는 친구 수 분포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종 모양 곡선(일반적인 좌우대칭의 정규분포)이 아니다. 사람의 키 분포는 대표적인 종 모양 분포인데 병무청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키는 평균 약 173cm이며 120cm에서 210cm 사이에 완만한 종 모양으로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다. 평균의 두 배 정도인 3.5m의 키를 갖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 10배인 17m의 키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사회연결망에서 각자 친구 수는 불균일하다. ‘던바의 법칙’으로 알려진 평균적인 친구 수는 대략 150명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이 150명의 친구를 갖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보다 한참 적은 친구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람은 300명, 1,500명의 친구와 관계를 맺는다. SNS로 확장하자면 10만 명, 아니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소셜 인플루언서가 존재하지 않던가! 사회연결망은 두꺼운 꼬리 분포를 갖는 대표적인 복잡계 네트워크이다.

It’s not your fault

이러한 사회 연결망에서 시나브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잘나가는 내 친구들만 못한 내 사정’이 그것이다. 멋진 핫플레이스와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왠지 나만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혹 본인도 그런 쓸쓸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면 여기 ‘물리학적 처방’을 하나 드리니 마음을 추스르시라.
잘나가는 ‘엄친아’가 왜 하필 우리 엄마 친구 자식들인지?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내 친구는 왜 그리 많은지? 이런 걸로 마음에 상처 받았다면, 여기 ‘친구 관계의 역설(Friendship Paradox)’이라는 밴드를 하나 붙여드린다. 사회학자 스콧 필드는 1991년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그들의 친구보다 더 적은 수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것이 평균이라는 대푯값의 의미에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조사를 해보니 정말 ‘친구들의 평균 친구 수’는 그냥 평균값보다 크다. 이건 불균일한 분포를 갖는 경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표본 편향의 일종으로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친구(팔로워)가 1,500명인 내 친구는 그의 친구들이 주변 사람들의 평균 친구 수를 구하는 데 1,500번 계산된다. 반면, 친구가 20명인 나는 단지 20번 셈에 포함될 뿐이다. 이렇듯, 연결선 수가 많아 자주 출현하는 편향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난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친구가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은 더 가중되어 평균에 포함되면서, 우리 주변에 더욱 자주 보일 뿐이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니 절대 주눅 들지 말자. (토닥토닥!)
그렇다고 친구가 많은 ‘그 친구’를 미워하지는 말자. 덕분에 당신은 유용한 최신 소식과 당신이 좋아할 만한 추천 영상을 빨리 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이용하는 나의 자아존중감과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를 적절히 거르는 균형감이다. 당신의 ‘좋아요’가 되먹임 되어 당신의 친구에게 다시 좋은 정보를 추천하게 된다.
이런 사회연결망의 특징은 다른 곳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에서 소문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신종플루나 메르스 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전파되는지, 도시가 마비되는 대규모 정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 우리가 사는 ‘네트워크 세상’의 다양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하게 적용된다. 효과적인 가짜 뉴스 차단법, 전염병 통제 방법, 전력망과 같은 사회 기간망 안정화 방법 등이 이런 네트워크 연구를 통하여 개발되고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