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질 무렵 ERICA 본관 사자상 앞에 자리잡은 4,000송이 장미들이 캠퍼스를 환하게 밝힌다.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하얀 형광빛 LED 장미들은 밤하늘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라이트로즈가든’이라 불리는 이 꽃밭은 팬커뮤니케이션코리아 김용배 대표의 기부로 조성된 것. 창의적인 생각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전 세계 사람들을 홀린 LED 장미의 매력

올 3월부터 라이트로즈가든(Light Rose Garden)이 본관 사자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6개월간 저녁마다 빛을 밝힐 라이트로즈가든은 ‘팬커뮤니케이션코리아’ 김용배 대표의 기부로 조성되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ERICA의 일원이자 라이트로즈가든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을 산책하다 어두운 주변 풍경을 보고는 이 아름다운 공간을 밤에도 환하게 밝혀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LED전구를 활용한 장미를 선보인다면 공간이 밝아질 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2014년 DDP에 처음 공개돼 한 달 만에 10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명동성당에서 이어진 전시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기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이어졌다. 2017년 2월 14일부터 9일간 홍콩 센트럴파크에서 공개된 라이트로즈가든은 주변 도로와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이는 이후 중국 청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외 대중을 매혹시킨 LED 장미의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꽃잎은 섬유 재질의 패브릭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 LED 전구가 내장돼 있다. 꽃을 받치고 있는 꽃줄기는 탄성이 좋은 강선으로 만들어 휘어지되 쓰러지지는 않게 설계되었다. 이는 바람이 불면 휘어지기 마련인 꽃줄기의 특성을 고려한 것. 실제 꽃처럼 바람에 휘어지지만, 실제 꽃에는 없는 밝은 빛을 가진 라이트로즈는 국내외 사람들을 홀렸다.
“최초 공개됐을 때는 하얀색이었지만 ERICA의 라이트로즈는 형광빛이 더 짙어졌어요. 하얀 형광빛일 때 사람들이 사진 찍기 좋다는 무수한 테스트의 결과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해요. 젊잖아요? 밝고 환한 빛으로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LED의 수명은 긴 편이지만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꽃잎은 시간이 지나면 때가 탄다. 때문에 김 대표는 라이트로즈가든의 수명을 한시적으로 본다. 원래는 6개월 정도를 예상하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4~5개월 정도를 바라본다고. 다만 김 대표는 ERICA가 올 9월에 개교 40주년을 맞는 만큼 그때까지는 꽃잎들이 때를 타지 않고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기부를 통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중앙대학교 석사과정을 거쳐 ERICA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 대표는 학과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열정적이라며 수업이 진행되는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비슷한 생각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라 함께 수업 듣고 이야기 나누는 자체가 즐거워요. 그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죠. ERICA에 라이트로즈가든을 조성하자는 것도 함께 대화를 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예요. 올해가 개교 40주년이니까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게 결국 제 회사에서 진행하던 라이트로즈가든과 만나게 된 거죠.”
4,000송이 LED 장미와 가든 설치비용은 모두 김 대표의 기부로 이루어졌다. 그는 한양사랑발전기금에도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가장 좋은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에요. 우리가 하는 작업은 혼자서 할 수 없거든요. 학교 일, 나아가 세상 일 모든 것이 마찬가지죠. 우린 서로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니까요. 사람들을 돕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한 셈이죠. 앞으로도 창의적인 생각과 실천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재학생과 교수, 교직원은 물론 안산 지역 사람들이 라이트로즈가든을 방문해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며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전했다. 그는 휘어도 꺾이지 않는 꽃줄기처럼 유연하게 시대의 바람을 타며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 그의 기부는 결국 이 시대를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패브릭 꽃잎 속에 담긴 LED 전구처럼 밝고 환하게 빛나는 인생을 관통하고 있다고 말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홍콩 중심가에 전시된 라이트로즈가든은 현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이는 CNN과 BBC 등 세계 유수 언론의 취재로도 이어졌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