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ERICA 광고홍보학과 학생이자 공연기획사 인턴이었지만 이제 나는 휴학생이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 ‘힙합 뮤지션’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겁나지 않는다. 내게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주문이 있으니까.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늘 힙합과 함께했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스스로 삶의 가치를 정하고, 그것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힙합은 내 취미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래퍼를 꿈꿨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의심, 환경, 불안정한 미래… 모든 두려움이 나를 덮치면서 꿈을 접었다. 당시 나는 온갖 핑계를 댔지만 결국 겁쟁이였던 거다. 그래도 곁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다. 학교 축제나 동아리에서 꾸준히 작은 공연을 하며 음악을 취미로 남겨두었다.

다시 뮤지션의 꿈을 키우게 된 건 대학교 3학년 2학기 무렵이다. 학교생활과 힙합 공연기획사 마케팅팀 인턴 생활을 병행했다. 카페를 빌려서 진행하는 소규모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해 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어느 날, 세팅이 완료된 텅 빈 무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무대에서 공연하면 관객들 표정이 다 보이겠지? 부럽다.’ 무의식적으로 난 나의 순수한 진심을 들여다봤다. 여전히 힙합을 놓지 못한 나를 보며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적당히 타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랜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내 마음이 끌리는 방향을 따르기로 하고 학교 역시 1년 동안 휴학을 결정했다.

우선 자취방을 정리하고 생긴 보증금으로 음악 장비를 샀다. 지금은 조그만 작업실에서 러프하게 녹음도 해보고 프로그램도 만지며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여러 뮤지션의 랩을 따라 부르며 어디서 강약조절을 하는지, 언제 숨을 쉬는지, 가사를 어떻게 썼는지 분석해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사를 쓰고 녹음해보며, 앞으로 내 음악의 방향과 톤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혼자서 연습하지만, 조만간 힙합 크루에 합류할 계획이다. 같은 꿈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동기부여도 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 있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

학교를 쉬는 1년 동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지금 내 목표다. 우선 새로운 곡을 만들 때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무료로 음원을 공개하려고 한다. 곡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해가 가기 전에 앨범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앨범 하나를 완성하는 자체가 내게 큰 성취이자 도약이 될 테니까.

능력이 뛰어나서 이 길을 선택한 게 아니다. 그냥 나를 믿을 뿐이다. 내가 앞으로 음악이 아니라 전혀 생뚱맞은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더라도, 똑같이 나를 믿을 것이다. 원한다면, 재능은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뇌 구조를 변화·발전시킨다고 한다. 마치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운동하면 근육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의심하지 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그리고 그것을 그냥 하는 거다. 우리는 모두 넘어지면서 성장하는 법이니까. 이 흔해 빠진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쫄지 말자!

누군가에게 자극제가 되는 사람이 되길

나는 사람들의 일상에 영감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사운드를 통해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음악으로 그들에게 자극제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저마다 품고 있는 예술가를 깨워주고 싶다.

현재 내게 자극제가 되는 뮤지션을 묻는다면 기리보이, 페노메코, 염따를 손꼽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기 음악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고, 계속해서 도전해 음악적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1년 후 나는 다시 복학해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할 생각이다. 아마도 낮에는 학교, 밤에는 작업실을 오가는 삶을 살지 않을까.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음악을 병행하는 마케터가 될 수도 있고, 마케팅을 잘하는 뮤지션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꿈은 계속 바뀔지 모른다. 그렇기에 가능성은 열어두되, 현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창 그림을 열심히 그렸던 과거에 나는 ‘모든 인간은 우주다’라는 제목의 일러스트 작품을 남긴 적이 있다. 우주의 관점에서 우리는 한낱 미물일지라도, 나는 우리가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우주의 끝을 가늠할 수 없듯 인간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만큼이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다른 사람의 우주를 인정하고, 자신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모두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