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좋아했던 것은 음악.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뮤지션을 꿈꾸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KMTV와 Mnet 등을 거쳐 글로벌 음악 채널 MBC Music의 센터장이 되었다. 전국적인 인기를 끈 <슈퍼스타 K>를 연출하기도 했던 홍수현 센터장.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필요할까? 그 모든 과정을 이끄는 방송의 선장 홍수현 센터장을 통해 방송은 물론 지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밴드 드러머에서 음악 방송 PD가 되기까지

일산에 위치한 MBC 드림센터는 매주 수요일이면 뮤직 버라이어티 <쇼! 챔피언>의 생방송 준비 및 진행 때문에 분주하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MBC Music 채널을 이끄는 홍수현 센터장을 만났다. 카리스마 있는 PD보다는 친근한 학교 선배의 인상이 더 강했다. 장난기 있으면서도 폭과 깊이를 두루 갖춘 선배 말이다.

“㈜MBC 플러스미디어의 채널 중 MBC Music에 몸담고 있습니다. 음악 방송을 제작하고 음악 관련 사업도 진행하지요. 저는 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센터장입니다.”

PD가 되기 전 홍 센터장은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뮤지션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로 인해 음악을 그만두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우연히 신문에서 본 음악 전문 채널 KMTV의 PD 채용 공고는 그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음악을 직접 하지는 못하더라도 영상으로 소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선택은 첫째도 음악, 둘째도 음악이었으니까.

멋진 음악 방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1995년 KMTV에 PD로 입사했다. 이후 NTV와 Mnet을 거쳐 현재는 MBC Music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이야 방송 관련 경험이 풍부하지만 ERICA 재학 시절에 그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흔히 그 분야의 최고가 되려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우는 그렇지 않았어요. 음악을 좋아했을 뿐, 언론이나 방송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니까요. 제 주변 선후배 PD들을 보면 대개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다른 전공을 통해 쌓인 경험들이 방송 제작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죠. 방송을 하려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한데, 그건 결국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거니까요. 저 역시 그런 경우였죠.”

내 생각에 확신이 들었던 때

높은 꿈을 품고 입사했지만 처음부터 원하는 프로그램을 맡을 수는 없었다. 조연출 시절에는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에 투입되기도 했고, 매일 아침 30초가량 소개되는 에어로빅 영상을 맡기도 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간의 경험들을 잘 헤쳐나간 덕분에 PD가 된 지 4년 만인 1999년 첫 입봉작 와 만났다. 당시 대중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디 밴드와 힙합 뮤지션을 공연으로 소개했던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등의 밴드와 가리온, 주석 등의 힙합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는 모두 직접 발품을 팔며 밴드와 뮤지션을 찾은 홍 센터장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후 대한민국 음악 페스티벌의 시초로 여겨지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기획하여 에 그 실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 센터장은 공연이 열렸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당시에는 음악 페스티벌 자체가 거의 없었던 데다, 그런 공연이 방송 전파를 타고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때예요. 유명 기획사 가수들도 아니고 인디 밴드들이 나오는 공연이었으니 저뿐 아니라 KMTV 측에서도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공연 당일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공연장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 만 명가량의 인파가 모인 겁니다. 첫 공연부터 사람들이 밴드와 함께 뛰면서 즐기더군요. 감동 이상의 전율을 느꼈던 순간이에요. 동시에 저의 ‘낯선 시도’, ‘색다른 도전’이 충분히 대중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순간이기도 하죠.”

이후 홍 센터장은 국내 연말 음악축제로선 처음으로 해외(마카오)에서 진행된 제1회 MAMA(Mnet Asian Music Awards),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음악경연프로그램 <슈퍼스타 K>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중·고등학생이 그의 이름을 알 정도였으니 그 명성을 짐작할 만하다.

“<슈퍼스타 K>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전국노래자랑>의 젊고 세련된 버전’을 만들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었죠. 당시에는 일반인이 방송을 통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전국노래자랑>뿐이었거든요. 대중들의 반응이 워낙 뜨거웠으니 방송으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제 꿈이 이뤄진 셈이에요.”

판을 바꾸는 PD가 되라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려면 많은 이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출자와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조명, 촬영, 진행, 보안 등 수업이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힘이 보탠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시청하는 한 편의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다. 때문에 홍 센터장은 PD라면 사람의 가치를 잘 알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게 방송 프로그램은 ‘사람이 만드는 것, 사람과 만드는 것,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어느 부분 하나 사람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PD가 되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PD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답은 없겠지만, 홍 센터장은 두 가지를 추가로 제시했다. 처음 강조한 것은 감각이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과 흔히 만나는 사람 모두를 조금 다르게, 때로는 삐뚤게 볼 줄 아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

“남들과 엇비슷한 생각을 하며 같은 기획을 반복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어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습관이 잘 닦인 사람일수록 좋겠죠. 새롭고 낯선 시선으로 도전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길 바랍니다. 숱한 실패와 성공 사례들이 쌓일수록 좀 더 깊고 두터운 당신이 완성될 거예요. 더불어 책임감도 꼭 필요합니다.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책임감,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감, 함께하는 동료에 대한 책임감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강한 책임감이 결국 끈기와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법이죠.”

홍 센터장은 성공이란 단어가 입에 잘 붙지 않는다고 한다. 남들보다 좋은 일이 더 많았으니 고마울 따름이지, 성공으로 표현하는 일은 아무래도 부끄럽다는 것. 으스대지 않는 태도에서 되레 신뢰감이 느껴진다.

센터장으로서 그는 후배 PD들에게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주는 편은 아니다. 대신 그가 강조하는 말은 따로 있다. ‘판을 바꾸는 PD’가 되라는 것. 기존의 틀을 뒤집는 ‘다른 생각과 시선’이 뒷받침되어야 식상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항상 발을 굴리며 다른 길을 찾아 헤엄쳐야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좋은 PD로 성장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말이다. 홍 센터장이 그동안 나 <슈퍼스타 K> 등을 통해 남긴 이정표를 떠올린다면, 이는 곧 자신이 걸어온 길에 보내는 믿음과 신뢰이기도 하다. 이제는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넓디넓은 대지를 바라보는 입장에 선 홍 센터장. 그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방송 프로그램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