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료화학공학과 이정호 교수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양기능성(ORR&OER) 촉매와 이를 활용한 고용량 고효율의 아연-공기 2차 전지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정호 교수는 아연-공기전지야말로 차세대 배터리를 이끌어갈 유망주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초연결 사회의 핵심 기술

AI를 탑재한 친환경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스마트폰 하나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집안의 IoT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으며, 안경이나 의류 등 각종 웨어러블 기기들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일상. 머지않은 미래에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달라질 우리의 생활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의 창시자인 클라우드 슈밥은 이처럼 사람,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초연결 사회’라 명명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진보를 이끌고 있는 이정호 교수

하지만 아무리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첨단 기능을 장착한 AI 로봇과 자동차가 개발돼도 작동이 멈추면 무용지물. 배터리가 에너지원을 공급해줘야 초연결 사회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배터리가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 기술로 거론되는 이유다.
“초연결 사회의 핵심 기술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유연성이 높은 친환경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진보는 사회 시스템과 일반인들의 생활양식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정호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 원천 기술을 하루빨리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는 충전해서 사용하는 2차 전지 중 리튬이온 전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저하되는 열화현상이 문제인 데다, 안정성도 낮아 종종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의 예기치 않은 폭발 사고로 이어지고는 한다. 이에 연구자들은 리튬이온 전지의 치명적인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전지를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연-공기전지 상용화 앞당겨

현재 많은 후보군이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그중 아연-공기전지(ZABs)는 다른 전기화학 전지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가솔린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이론적 에너지 밀도(1370Whkg-1,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3배 높음)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배터리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손꼽힌다.

“아연-공기전지의 원리는 양극에서 대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여 음극인 아연 금속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리튬 대비 이온 이동이 용이하며, 기존 납축전지나 리튬이온 전지보다 폭발 위험성이 현저히 낮습니다. 게다가 원재료인 아연이 리튬보다 10분의 1 이상 저렴해 원가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연-공기전지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 교수는 지난 1월 <에너지&환경과학(Energy&Environment Science; 2018 IF:30.067, 상위 0.3%)>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양기능성(ORR&OER) 촉매 개발 및 이를 활용한 고용량 고효율의 아연-공기 2차 전지 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아연-공기전지의 공기극에는 일반적으로 산소환원반응(ORR)이나 산소발생반응(OER) 특성이 높은 백금(Pt) 및 산화이리듐(IrO₂), 산화루세늄(RuO₂) 등을 촉매로 사용하는데, 이는 귀금속이라 고가인 데다 내구성이 낮다는 결함을 갖고 있다. 상용화를 서두르기 위해서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성 높은 비 귀금속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시장 확대를 위해 수명을 늘리고 고이온 전도도의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 안정성도 높여야 한다. 특히 발화성이 높은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꾸면 안정성뿐 아니라 경량화, 유연성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이다. 이 교수팀은 두 가지 금속(망간과 철)이 결합된 3D 구조의 헥사아미노벤젠 유기금속 구조체를 합성해 높은 전기전도도 및 비표면적의 촉매와 ‘초고이온전도도 플렉서블 멤브레인’이라는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아연-공기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 금속-공기 전지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고효율 촉매 및 배터리 안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것이 본 연구의 가장 큰 의의입니다. 이를 통해 초 고수명 고효율 차세대 아연-공기 2차 전지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연-공기전지는 고용량과 경량화로 웨어러블 전자기기부터 고성능과 안정성 문제가 핵심인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애플리케이션 창출 및 전지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정성 높은 고체 전해질 상용화 추진

이러한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열정적인 학생들을 만났던 덕분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 그러면서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공학기술연구소 박사후과정의 신데(Sambhaji S. Shinde) 박사와 공저자로 참여한 김동형 학생(융합화학공학과 박사과정 14)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성과물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교수보다 학생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어떤 학생을 만나는지가 중요하죠. 그러니 훌륭한 학생을 만난 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저의 역할은 그저 최대한의 지원과 연구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두 학생의 이름이 함께 명시되기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3년 ‘2020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2차 전지가 아닌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로 선정됐다. 10여 년간 몸담았던 하이닉스 반도체 메모리연구소를 떠나 2003년부터 학교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는 줄곧 태양전지를 연구해왔던 덕분이다. 그러다 3년 전부터 2차 전지 연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효율 실리콘태양전지 연구도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정호 교수는 이번 논문 작업에 참여한 신데 박사와 김동형 학생 모두 훌륭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태양전지 시장은 중국의 주도로 저가 생산기술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미래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대학의 연구자로서 2차 전지 혁신 기술 개발에 좀 더 주력하고 있는 편입니다.”

한편, 이 교수는 2018년 7월부터 2023년까지 약 15억 원이 지원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 주최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에 선정돼 초이온 플라스틱 결정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연구단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 및 미국 텍사스 A&M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이들과 함께 고전도성 유기 이온 결정체를 합성해 2차 전지의 안정성 및 유연성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원천기술 특허를 해외출원 중이며, 직접 사업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 교수. 차세대 배터리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염원이 바야흐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