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가고시라는 좁디좁은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있다. 어떻게 준비했기에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힘든 점은 없었을까. 이번 겨울 호에서는 금융감독원에서 주관하는 공인회계사시험과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국가공무원 5급 공채에 합격한 ERICA의 능력자들을 만난다.

2018 공인회계사 합격자: 최황제(경영학부 11), 이경민(경영학부 12), 문수빈(경제학부 12)
2018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기술직 합격자: 한동규(건축학부 건축공학 전공 08)

남의 일 같았던 고시 합격이 내 일!

“얼떨떨했어요. 지금 이게 현실인가 싶었죠.”
지난가을, 학교에서 2018 공인회계사 시험을 통과한 학생 세 명(문수빈, 최황제, 이경민)과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기술직(건축 직렬)에 합격한 한동규 학생을 만났다. 올여름 합격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느냐고 물었지만 반응은 뜻밖이었다. 오랜 기간 고시 공부에만 열중하다 보니 처음에는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실감이 나질 않았다고.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가족과 주변 친구 반응을 보며 비로소 자신의 합격이 피부에 와 닿았단다.
이론과 실무가 접목된 ‘재무회계’에 매력을 느껴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한 문수빈 학생, 회계 관련 수업이 유난히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았다는 최황제 학생, 위대한 꿈을 가진 사람을 돕고 싶었는데 회계사가 그에 딱 맞는 직업이라고 느꼈다는 이경민 학생, 1학년 때 학교에 걸린 ‘국가공무원 5급 공채 합격자’ 플래카드를 본 이후로 줄곧 국가공무원을 꿈꾸었다는 한동규 학생… 고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그만큼 공부 방법도 다양했다. 100명이 지원하면 공부 방법도 100가지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는 일이었다.
“결심했다면 일단 부딪쳐봐야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죠. 시간 관리는 항상 규칙적으로 했고요. 고시 공부는 장기 레이스인 만큼 주말에는 공부 생각을 잊고 무조건 쉬었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이 마라톤을 즐길 수 있거든요.”(이경민, 최황제)
문수빈 학생은 처음 6개월 동안 전 과목 기본기를 다졌고, 그 이후에는 이론 요약 노트와 문제집을 바탕으로 그 내용을 반복해서 숙지했다. 시험 당일에 자신이 공부한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다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규 학생은 문제 푸는 요령과 합격 사례 분석에 집중하는 실리적인 방식을 택했다.
네 학생의 말에는 공통된 몇 가지가 있었다. 고시는 장기전이라는 말과 그렇기 때문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잘 쉬어야 그만큼 공부도 잘할 수 있다. 물론 처음 의지가 충만하더라도 그 기세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오기 마련이니까.
“2014년부터 국가공무원 5급을 준비했는데 2015년 지방직 시험에서 2차까지 붙고도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다음 해에는 전국직 1차에서 떨어졌고요. 그때 멘탈이 심하게 무너졌죠.”(한동규)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어요. 마치 합격한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특출한 이들처럼 느껴지기도 했죠.”(이경민)

같은 절실함과 목표가 있었기에 힘이 된 고시반

그럼에도 그들이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던 건 말없이 어깨를 토닥이며 밥 한 끼 사 주던 가족과 친구들 덕분이다. 학교에서 단과대별로 운영하는 고시반 역시 큰 힘이 되었다.
“고시반 생활이 합격의 큰 원동력이었어요. 물론 고시반에 있다고 갑자기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 비슷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자체가 큰 힘이 됐어요. 같은 ‘절실함’과 ‘목표’를 가진 동료들이니까요. 그리고 추천도서나 서브(공부 내용 정리 노트)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됐죠. 인터넷 강의료를 지원 받은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큰 혜택을 받은 셈이고요.”(한동규)
고시반 담당 교수(이한승 건축학부 교수, 이성욱 회계세무학과 교수)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때로는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심리적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때로는 실질적인 문제를 같이 해결하며 큰 힘이 되었다고. 희망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고시 생활을 버텨낸 그들이기에 고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할 말도 많았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요. 자신이 왜 도전해야 하고, 왜 공인회계사가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고 답을 찾아야죠. 충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공부부터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문수빈, 최황제)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에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한동규)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시 몇 년 준비하는 게 시간 낭비는 아니에요. 그리고 고시를 준비하면서 습득하는 내용은 대개 관련 실무나 자격증 시험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충분히 고민해봤다면 일단 도전해보세요. 여러분의 시도는 결코 헛되지 않을 거예요.”(이경민)
내년 졸업을 앞둔 한동규 학생에게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주거정책을 개선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박스에서 지내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더군요. 지속될 경우 그 지역이 ‘우범지대’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외국인노동자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주거 및 복지정책에 집중해보고 싶습니다.”(한동규)
문수빈 학생은 앞으로 회계 법인에 입사하여 기본기를 쌓은 뒤 세무 컨설팅 분야로 진출하고자 한다. 최황제 학생은 회계사로서 경력을 꾸준히 쌓는 것이 목표이다. 내년 졸업을 앞둔 이경민 학생은 이미 회계 법인에 입사하여 새내기 사회인이 됐다.
“임원 한 분에게 ‘고시 동기 중 현직에 계신 분이 몇 분이나 되느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고 하시더군요. 수백 명 합격 동기 중 겨우 한 자리수라니… 생존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에 와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이경민)
특별한 합격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정을 관리하고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은 사실 우리가 숱하게 들어왔던 방식이니까. 하지만 매일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하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꾸준함이 쌓이고 모였기에 그들은 국가고시라는 좁디좁은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희망과 불안 사이를 오가던 그들의 마음은 이제 어디쯤 와 있을까. 빛나는 미래에 한 뼘은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파워 엘리트가 쑥쑥! 자란다 – ERICA 고시반

글에서 만난 공인회계사 합격자들과 국가공무원 5급 공채 합격자의 공통점은 모두 교내 고시반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합격의 단맛을 맛봤다는 데 있다. ERICA에는 국가공무원 기술직과 행정직을 준비하는 기술고시반과 행정고시반, 공인회계사 시험을 대비하는 공인회계사반, 보험계리사 시험을 위한 보험전문인반, 언론고시를 위한 언론고시반이 있다. 하지만 호기심에 무조건 입반할 수는 없다는데… ‘파워 엘리트’가 자라고 있다는 각 고시반의 입반 기준과 절차는 무엇인지, 특전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 밖의 궁금한 점은 각 단과대 행정실로 문의하면 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