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프랑스에서 2018 세계대학요트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홍민혁 학생은 이 대회에 팀 아르샤와 함께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요트’라는 운동으로 전 세계를 노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현재 그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관계로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남들이 하지 않아 더 눈에 띄었던 요트

Q: 한국에서 요트는 선뜻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운동은 아닌 듯합니다. 요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에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요. 2014년 ERICA에 입학하고 동아리 가두모집 행사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요트 동아리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였어요. 고민을 했는데 저는 물을 좋아해서 요트를 선택했죠. 몸을 바쁘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이나 서핑을 즐기기도 했죠.

Q: 요트에 매력을 느낀 건 언젠가요?

우리 ‘요트부’는 서울캠퍼스와 ERICA, 한양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함께하는 한양 연합 동아리예요. 처음에 저는 요트가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를 정도로 까막눈이었어요. 한강으로 가 처음 요트를 탔던 때가 떠오르네요. 물에 빠져서 추위에 떨 때만 해도 솔직히 매력을 못 느꼈어요. 그러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전문지식이 생기고 실력이 늘면서 혼자 힘으로 한강에서 작은 딩기요트(무동력요트의 일종)를 처음 몰게 되었는데, 짜릿한 기분이 들더군요.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운을 떼고 나서는 급속도로 빠져들었죠.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타보기도 하고, 국내 대회에도 참여하면서 점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동아리 가입을 계기로 요트를 시작한 홍민혁 학생은 오랜 훈련 기간을 거쳐 지난 9월 프랑스 북부도시 셰르부르에서 열린 2018 세계대학요트선수권대회에 참여했다.

Q: 요트 연습 및 훈련은 어떻게 했나요?

학기 중에는 동아리 부원들과 매주 주말 한강에서 딩기요트를 타고, 방학이면 바다로 나가 다른 학교와 연합으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동아리 소유의 요트가 있었기에 별도로 대여할 필요는 없었어요. 우리 동아리는 4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덕분에 선배님들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고 있죠. 다만 요트가 낯설기 때문인지 동아리에 가입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고, 설령 가입하더라도 활동하지 않는 분이 허다했어요. 제가 2학년 때는 동기가 없어 선배들에 의지를 해야 했죠.

사람의 가치 깨닫게 해준 세계대학요트선수권대회

Q: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 팀을 꾸려 세계대학요트선수권대회에 참가하셨습니다. 어떻게 모였고, 대회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세계 대학생들이 모여 대회를 치른다는 데 흥미를 느꼈어요. 2014년도부터 열심히 연습했으니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2018년 프랑스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접한 뒤 팀원을 구성하기로 했죠. 지인이 선수 출신의 이나경 학생(이화여자대학교)을 소개해주었는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친구였어요. 이후 역시 선수 출신인 박다솜 학생(부경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김지연 학생(목포해양대학교)과 이단비 학생(경상대학교)이 합류하면서 5명으로 팀 ‘아르샤’가 꾸려졌습니다. 팀 이름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와 비상을 뜻하는 ‘나르샤’를 합쳐 만든 말이에요. 바다에서 날아오르자는 포부를 담았죠. 팀이 완성되고 나서는 포지션을 정했어요. 요트 위에서 선수들은 각자 자기 포지션이 있어요. 요트의 선장과도 같은 스키퍼, 맨 앞을 맡는 바우맨, 속도를 담당하는 집 트리머와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메인 트리머, 그리고 바우맨과 트리머를 도와 배의 시스템을 조절하는 피트맨이 있는데 다른 멤버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저는 피트맨을 맡았어요.
팀 구성은 좋았는데 문제가 살짝 있었어요. 서울과 안산, 목포와 통영, 부산 등 사는 곳이 제각각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두 모여 훈련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죠. 그리고 실제 대회는 바다에서 열렸지만, 여러 여건상 우리는 한강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점도 아쉬웠어요. 하나하나 짚자면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그래도 서로를 믿으면서 즐겁게 훈련했습니다.

Q: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경기는 어떻게 치렀는지 궁금합니다.

프랑스 북부도시 셰르부르에서 9월 1일부터 5일간 열렸는데 프랑스와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 중국 등 10개 나라 19팀이 참여한 국제대회였습니다. 처음 3일 동안은 예선전을 치르고, 나머지 2일은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으로 구별해 본선 경기가 진행됐죠. 여성부와 남녀 혼합인 오픈부로 나눠 진행된 대회에서 우리는 오픈부 부문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끝에서 두 번째였거든요. 여성부 1위는 프랑스, 오픈부 1위는 호주였는데 다들 실력이 굉장하더군요. 요트 인프라를 비롯한 운동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훈련을 많이 한 팀이라는 게 느껴졌죠.

Q: 대회를 마치고 난 소감 역시 듣고 싶어요.

매일 4~6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었어요. 잘했을 때는 서로의 눈을 보며 응원해주었고, 좋지 않을 때는 우리의 단점을 분석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랑스나 호주, 네덜란드 같은 외국 선수들과의 실력을 확연히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경기 과정은 물론 결과를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 밖에 팀 운동에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제가 고집이 센 편이라 팀원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간혹 있었거든요. 쓰지만 값진 결과를 받아들고 나니 요트 훈련을 충분히 늘려야 함은 물론, 팀 경기라면 팀원들 모두의 말에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결국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사람의 가치’였던 것 같아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교감해야 서로 즐기며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거죠.

요트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그날까지

Q: 현재는 일본 훗카이도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 계시죠.

일본에서 저는 전공을 살려 교환학생 자격으로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훗카이도대학교에는 요트부가 있는 데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팀 아르샤 친구들과 함께 요트를 즐기고 싶어요.

Q: 홍민혁 학생에게 요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교에서 처음 요트를 접해 이제 5년 정도 됐는데 항상 새롭게 다가옵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생기고, 잘하는 것이 생기면 또 못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요트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기에 방법도 천차만별이고요. 그래서 점점 더 깊게 빠져들게 됩니다. 제가 요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게 뭔지 아세요? 요트는 바람과 파도를 거스를 때가 아니라 순응할 때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람 그리고 파도와 소통이 원활해야 하죠. 그래서인지 저는 요트가 꼭 바람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쉽지만은 않지만, 요트는 이제 저를 앞으로 빠르고 멀리 보내주는 바람 같은 존재거든요. 요트 덕분에 좋은 팀원도 만났고 제 삶이 한층 즐거워졌어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요트를 연습하고 대회를 준비할 걸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Q: 요트라는 운동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2019년에는 나폴리에서 유니버시아드, 2020년에는 이탈리아에서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이 주최하는 세계대학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두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팀 훈련도 더 열심히 하고, 슈퍼 요트를 운전하기 위한 자격증(Yacht master)도 따려고 합니다. 국내에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욕심이 생깁니다.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나면 언젠가는 저만의 요트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두고 보세요. 저는 목표로 하는 건 꼭 이루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까요.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