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름은 그 기업의 성격은 물론 지향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 세 명이 주축이 된 이 스타트업의 이름은 ‘9AND’다. 10이 되기 전의 숫자 9와 ‘그리고’를 뜻하는 영어 접속사가 합쳐진 이름. 이건 완전함에 닿길 꿈꾸는 어떤 몽상가들의 이야기다. 9AND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사진 왼쪽부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헌・이재훈 학생과 마케팅 디렉터 김병준 학생의 목표는 시각예술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기획 스타트업

김태헌 학생(문화콘텐츠학과 13)은 십대 때부터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밋밋한 사각형의 방 안에 회화 작품 한 점만 걸려도 공간의 분위기와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황홀했다. 작품 하나가 죽어 있던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느낌이었달까. 이재훈 학생(문화콘텐츠학과 15)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각예술 분야의 젊은 작가들을 돕고 싶었다. 전시와 강의, 그 밖에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한다면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을 전할 수 있고, 향유자는 그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뜻이 같은 곳에 있음을 확인한 둘은 머릿속으로 꿈꾸던 것을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스타트업 ‘9AND’가 탄생했다. 둘은 공동대표를 맡았다. 작년 9월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했던 9AND는 올해 4월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마케팅 디렉터로 김병준 학생(문화콘텐츠학과 13)을 영입하며 지금의 꼴을 갖췄다.
9AND는 우선 시각예술 작가들이 강연자로 나서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아트 클래스, 다양한 작품을 선사하는 전시회 등을 기획했다. 현재는 서울 문래동 예술촌에 공간을 빌려 행사를 진행하지만 올 12월이면 서울 망원동에 9AND만의 복합문화 플랫폼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간은 크게 전시가 열리는 나인앤드 벙커와 아트 클래스가 열리는 나인앤드 랩으로 나뉩니다. 나인앤드 벙커에서 사람들은 일상을 피해 시각예술의 세계에 취할 수 있어요. 반면 나인앤드 랩은 작가들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수강생과 함께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탐색하는 ‘아트 클래스룸’이 될 겁니다.”(김태헌)
9AND의 핵심은 소통이다. 미술을 비롯한 시각예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작가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려면 무엇보다 활발한 소통이 필수라는 말이다.
“현대 시각예술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작가와의 충분한 소통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색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작가와 향유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작품과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면 시각예술의 진입 장벽은 한층 더 낮아질 수 있겠죠.”(이재훈)

9AND가 기획 총괄을 맡았던 ‘문화로 새로고침- 신촌기차역’ 행사에는 특히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그래피티 존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위)은 작업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가(아래)와 함께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9와 ‘그리고’

9AND는 창업 이후 다양하고 이색적인 전시와 아트 클래스를 진행함은 물론 용산 플래시마켓과 예술 해커톤 등의 문화행사를 기획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 시각예술을 즐기는 대중은 물론 문화예술 관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있죠.”(김병준)
동종업계 선배 기업들의 관심은 9AND에게 큰 힘이 된다. 최근에는 그들을 눈여겨보던 한 기획사의 제안으로 체험형 문화행사 ‘문화로 새로고침- 신촌기차역’(서대문구 주최)의 기획 총괄을 맡아 지난 9월 29일 행사를 치렀다. 사람들의 인식에서 사라져가는 신촌기차역에 청년들의 젊음과 활기를 불어넣어 역동적인 공간으로 ‘새로고침’하겠다는 행사였다. 이 행사 의도는 예술이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9AND 공동대표 김태헌 학생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행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내용을 채워 넣었습니다. 행사 당일 작가들은 관람객과 전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피티 존에서는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기획의 주체가 되어 행사를 치렀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김태헌)
두 발만 믿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예술 콘셉트의 창업은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덕분인지 교내 SID 오디션에서 입상하는 등 각종 교내 창업 관련 대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9AND 멤버들에게는 ERICA라는 존재가 역시 큰 힘이 되었다. 마치 부모님이 한 상 가득 차린 밥상을 배부르게 먹은 기분이었달까. 최근에는 기술보증기금이 주관하는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도 좋지만, 덕분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기쁨이 두 배였다고. 인정도 받고 자금도 확보했으니, 망원동 복합문화 플랫폼까지 문을 열면 9AND의 활동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들에게는 시각예술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에이전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있다.
“복합문화 플랫폼에서 기반을 다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시각예술계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예술 전문 에이전시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김태헌・이재훈)
9AND 멤버들도, 젊은 작가들도 아직은 다 피지 않은 미완의 숫자 ‘9’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손 맞잡고 함께(And) 걷는다. 갈 길은 멀지만 함께이기에 두렵지 않다. 언젠가는 완전함에 가닿을 테니까. 아직은 스스로를 불완전하다고 말하는 9AND가 괜찮다며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