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좀 더 오랫동안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로 그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ERICA 연구진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공동 연구로 발표한 ‘신항산화제 개발’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성능을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새로운 항산화제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남진 박사가 최준호 박사와 함께 신항산화제 솔루션의 분산안정도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만난 ERICA와 아모레퍼시픽

6.25전쟁이 휴전을 선언한 다음 해(1954년)에 화장품 업계 최초의 화장품 연구실을 표방하며 개설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오랜 기간 피부에 대한 깊은 연구와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케이 뷰티(K-Beauty)’를 이끌어가는 뷰티헬스 연구소로 손꼽힌다.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연구는 비단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모든 화장품 업계의 숙제였고, ERICA와의 공동 연구도 이런 일환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때는 2015년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남진 박사(수석연구원)와 피봉수 책임연구원, 연구지원 Lab의 박종희 책임연구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모든 화장품 업계가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항산화제 개발에 힘써왔습니다. 기존에는 비타민이나 펩타이드류 같은 유기 소재를 주로 써왔는데 효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어요. 빛과 열에 취약해서 주변 환경에 쉽게 항산화 성질을 잃었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대학이나 타 연구소의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을 생각하게 됐습니다.”(남진 박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화장품 미래기술과제 공모를 냈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ERICA의 재료화학공학과 김종호 교수팀이 화학분자공학과 김진웅・이상욱 교수팀과 함께 제안한 연구 내용이 선정됐다.

피봉수 책임연구원이 신항산화제를 이용한 스킨케어 제형을 제조하고 있다.

기업 연구소와 대학의 이상적인 협업

활성산소는 호흡 과정에 몸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 과정에 이용되며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소 유도체를 뜻하는 것으로 인체에 산화 작용을 일으켜 노화를 촉진하는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항산화 소재는 그동안 주로 유기 소재 중심으로 논의됐는데 김종호 교수를 비롯한 ERICA 연구팀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공모에 무기 소재인 ‘전이 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나노시트(이하 나노시트)’를 활용하는 신선한 의견을 내놨다.
“나노시트는 광촉매나 2차전지 등 전자 재료 측면에서는 좋은 소재로 인정받아왔지만, 화장품 분야와 연결된 적은 없었습니다. ERICA 연구팀의 내용인즉슨, 나노시트를 항산화 소재로 활용해 화장품에 적용하면 기존 화장품 소재와는 달리 장기적으로도 효능이 지속된다는 거였죠. 오래 지속되는 항산화 효능을 지닌 소재를 찾고 있던 우리 측 ‘니즈’와 무기 소재인 전자 재료를 잘 다루는 ERICA 연구진의 생각이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2015년부터 공동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남진 박사)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전자 항산화제는 나노미터 크기의 무기물과 유기 수지를 분자 단위에서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것으로 유・무기의 각 단점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다. 공동 연구는 철저한 분담과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ERICA 연구진은 나노시트를 효과적인 전자 항산화제로 만드는 공정과 그 이론적인 배경을 연구했고,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기존 화장품 업계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던 전자 항산화제를 어떻게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유・무기 복합체를 통해 기존 유기 소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전자 테크놀로지의 융합으로 전자 항산화제를 개발한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의 사례지요. 덕분에 올해 국제 학술지 <어스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커버로 실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남진 박사)
ERICA 연구진의 구심점이었던 김종호 교수에게 나노 시트 연구는 익숙한 것이지만 이전까지 이를 화장품 분야에 적용한 경우는 없었다. 반대로 화장품 연구가 일상인 기술연구원 입장에서 김종호 교수의 연구는 매우 신선한 사례였다. 공동 연구진은 협업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부족한 점을 상대방에게 배우며 이상적인 결과를 찾아갔다.

ERICA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성과

과학기술정통부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작년 7월 특허 출원을 마쳤고, 현재는 신항산화제의 안정성 및 효능 극대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 연구에 참여해온 피봉수 책임연구원은 ERICA 연구진의 열린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한다.
“ERICA 연구진은 기업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열려 있는 분들이어서 연구가 순조로웠습니다. 기본과 원리뿐 아니라 응용과 상용화에도 아주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었죠. 이처럼 ‘기업 친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연구진이라면 언제든 다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구원임에도 언제나 경쟁력이 넘친다. 박종희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늘 혁신과 새로운 연구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니즈가 있었기에 ERICA와 함께 기존 화장품 업계는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연구 개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목표는 앞으로도 확고하다. 인류가 건강하고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화 방지 연구에 힘쓰겠다는 것.
“서구의 화장품 연구가 겉에 보이는 색채 중심으로 발달한 반면, 아시아에서는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강조하며 내부에서 해답을 찾고자 노력해왔어요.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은 ‘아시아의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화 연구와도 맞닿는 부분입니다. 효과적인 노화 방지를 위해서는 속부터 파고드는 연구가 필수적이니까요. 앞으로도 우리는 피부 자체와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중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겠습니다.”(박종희 책임연구원)

김종호 교수

김진웅 교수

이상욱 교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ERICA 연구진의 노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와 ERICA가 진행한 이번 공동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이는재료화학공학과 김종호 교수였다.

Q: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나노시트’를 기반으로 한 전자 항산화제 개발은 세계 최초라고 하더군요. 처음 반응은 어땠나요?

김종호 교수: 3년 전 우리 연구팀이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전자 항산화제’ 개념을 아모레퍼시픽 측에 전달했을 때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나노시트의 항산화 효능이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냈고, 덕분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자 항산화제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구소 측뿐 아니라 교내 연구진과의 협업도 조화롭게 잘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김종호 교수님과 김진웅・이상욱 교수님은 각자 어떤 연구를 맡으셨나요?

김종호 교수: 우리 팀은 나노시트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공정에 힘썼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출신이기도 한 화학분자공학과 김진웅 교수와 그 팀은 아모레 측과 함께 전자 항산화제가 화장품에 적용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화학분자공학과 이상욱 교수팀은 전자 항산화제의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욱 정밀하게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고요. 우리 학교 연구진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와의 성공적인 공동 연구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공동 연구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종호 교수: 대학에서 확보한 기초 연구 결과가 기업의 실용화 연구와 이상적으로 결합한 우수한 사례로 볼 수 있겠죠. 전자 항산화제를 이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신개념 화장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