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20세기 미국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주로 길 위에서 펼쳐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집에서 멀리 떠나 잠시 머물 곳을 찾아 쉼을 얻는다. 그들은 대개 혼자이거나 둘 이상이어도 서로 교류하지 못하는 외로운 단독자 신세다. 단독자들은 어떻게 하면 다른 누군가와 교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는 ‘우리’가 되는가.

장면2.
얼마 전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낯선 화법과 전위적인 구성으로 무장한 미래파 시인들이 등장했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그들의 시를 읽고 비평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리고자 애썼다. 선생의 글이 생전에 남녀노소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이처럼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고 이해하려는 그 태도 덕분은 아니었을까.

우린 매일 집 밖을 벗어나 활동을 하며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친다. 때로 어떤 말들에는 공감하고 어떤 말들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배워온 이의 생각을 단번에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단독자가 다른 누군가와 교감하고 싶다면 황 선생처럼 우선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가을호에서 만난 이현우 교수,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는 최현진 동문 모두 소통할 때 우선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통은 나의 말이 아닌 우리의 말을 다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에만 집중해서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노력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와 너는 이렇게 좋은 세상 위에서 마주 설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우리가 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