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는 물론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갈등과 불화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갈등을 해결하고 원활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소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가능성 있는 말일까. 소통(Communication) 연구에 매진해온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에게 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잘 들을 줄 알아야 소통의 달인!

세계는 때때로 혼잡하고 시끄럽다. 날이 선 말과 몸짓들이 시시각각 쏟아진다. 흔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소통은 이럴 때야말로 가장 필요한 말이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면 세계의 호흡은 한결 안정적으로 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원활한 소통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일까.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는 과정을 강조했다.
“소통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우리말로 번역한 겁니다. 우리 사회는 소통을 결과 중심으로 해석하지만 소통이란 본래 서로 간에 많은 것을 나누는 과정이란 뜻이에요. 여기서 핵심은 ‘나눈다’와 ‘과정’이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잘 나누려면 잘 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말하는 데 익숙할 뿐 듣는 일에는 집중하지 않았어요. 자기 의견을 백퍼센트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토론만 했다 하면 전쟁이 되죠.”
온갖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소통 부족을 꼽는 이 교수는 갈등의 해결책 또한 소통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을 잘 관리할 줄 알아야 소통도 원활해진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갈등 해결 방법에는 크게 설득과 협상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 설득이라면, 협상은 서로의 생각을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현재 설득만 있을 뿐 협상은 없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며 협상할 줄 알아야 소통의 달인이 됩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갈등과 부딪쳐보자

한양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 교수의 인생을 바꾼 건,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석사 시절 우연히 접한 ‘집단 역학(Group Dynamics)’ 강의였다. 일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집단 성원 상호간 존재하는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강의였는데, 여기서 그는 자신의 길을 보았다.
“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정답을 찾아야 하는 답답함을 느꼈는데, 소통(Communication) 강의는 한결 명확해 보였던 데다 너무 재미있어 가슴이 뛰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집단과 사람의 관계, 소통 연구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죠.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소통 역시 답이 명확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만요.(웃음)”
설득과 갈등, 협상 등 소통 분야 연구에 집중한 이 교수는 올해 초 펴낸 책 <거절당하지 않는 힘>에서 인간을 ‘저항하는 자’로 규정한다. 자라면서 가치관을 확립해나가는 인간은 여러 다른 환경과 부딪치며 갈등을 겪는다. 자기 정체성을 지키려면 다른 의견에는 아니라고 저항해야 한다. 저항은 환경 적응을 위한 인간의 필수 과정이라는 것. 그렇다고 저항만 반복하면 세계에서 도태되기 쉽다. 때문에 인간은 저항과 인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 저항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에 앞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니까요. 그걸 인정해야 다른 가치관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갈등을 잘 해결하려면 앞서 말한 대로 우선 잘 들어야겠죠. 그다음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대표적인 해결방법은 ‘맥락 바꾸기’입니다. 갈등에 부딪쳤을 때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보는 거죠.”
이 교수는 책 속에 언급된 한 여행사의 광고 카피를 예로 들었다. 어느 국내 여행사가 광고에 이런 카피를 실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이 아닌 용기의 문제다.’ 이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속 글귀를 인용한 것. 이 카피는 시간과 돈이 없어 여행을 못 간다고 생각하며 갈등하고 저항해온 뭇 사람들에게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고 말을 건넨다. 이렇듯 효과적으로 관점을 바꾸면 사람들은 저항할 논리가 없어진다. 완전히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통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미래 세계는 우리가 여태껏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겁니다. 마치 꼬불꼬불한 트랙을 질주하는 스켈레톤 경기처럼 말이죠. 이런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는 기존 법칙대로 설득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트랙의 각 상황에 맞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겠죠.”

버킷리스트 없는 인생

소통의 달인이라 칭할 만한 이 교수는 실제 학과 수업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겠죠. 때문에 제 강의에서는 질문과 토론을 장려하는 편입니다. 또한 타 과 학생이라서 소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조를 짤 때 반드시 타 과 학생들 1~2명을 포함시키도록 합니다. 발표를 진행할 때는 조원 모두가 한 학기 내에 한 번은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강의실 내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다 외우려고 노력합니다. ‘저기’나 ‘학생’보다는 ‘현우야’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잖아요.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 동기부여가 훨씬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학생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다 보니 토론을 할 때면 분위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40분으로 예정된 발표시간이 70~80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해요.”
1994년 부임 이래 줄곧 ERICA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을 지도해온 이 교수는 이제 자신이 쌓아온 소통 및 설득 연구를 집대성하여 책으로 낼 계획을 갖고 있다. 설득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 될 거라고 한다. 정년 이후를 위한 연구 분야도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인데, 이른바 ‘기부 PR’이라 불린다.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도울 ‘파이프라인’ 같은 활로가 필요한데 기부가 그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기부 채널을 마련함은 물론, 더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정년 이후 그의 목표다. 기부도 소통도 모두 나누는 행위인 만큼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버킷리스트 만들지 않는 인생’을 강조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인생은 사실상 실패한 인생입니다. 지금 이 순간 후회 없이 살아야 행복하니까요. 후회 남기지 말고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러분이길 바랍니다. 저 역시 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가능한 실천하면서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과의 소통만큼이나, 자기 자신과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이 교수가 원활한 소통을 위한 해결책으로 강조한 것은 특별한 방법이 아닌 태도다. 나 자신과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잘 들을 때 곧 마음이 열리고, 너와 나는 우리가 될 수 있다. 소통은 결국 우리 안에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