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지구는 자연재해 수준의 폭염으로 들끓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폭염뿐 아니라 한파, 폭설, 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들이 심상치 않다. 해양융합공학과 예상욱 교수는 이런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한다. ‘엘니뇨와 전 지구 대기 원격상관 및 미래 변화 연구’ 논문을 발표한 예상욱 교수를 만나 기후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았다.

엘니뇨의 정체를 밝히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여름에는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는 소식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운전도 척척 해주는 세상이건만, 가마솥 찜통더위에는 속수무책. 고속도로가 솟고 다리 난간이 휘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우리 일상을 불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열사병이나 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늘어 생명을 위협받기도 했다. 또한 농작물이 일소 현상으로 타들어가고, 축사와 양식장의 폐사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극한의 폭염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아프리카는 물론 더위와 무관할 것 같은 북유럽에서도 역대 최고기온이 관측됐다. 이럴 때일수록 예상욱 교수는 각종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으로 바빠진다. 예 교수의 연구 분야가 기후 변화의 원인 및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날씨·기후 변화인 덕분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가 고민해야 할 유일한 화두는 ‘기후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때문에 예 교수가 지난 1월 지구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상위 1%에 속하는 <리뷰 오브 지오피직스(Review of Geophysics)>에 게재한 ‘엘니뇨와 전 지구 대기 원격상관 및 미래 변화 연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엘니뇨는 2~7년 주기로 열대 동·중태평양 지역의 표층 수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비록 특정 지역에 한정돼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지구에서 발생하는 가장 강력한 기후 변동성 중 하나이며, 대기나 해양의 원격 상관성을 통해 전 지구의 일기 및 기후 변동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예 교수는 오랜 시간 엘니뇨가 어떻게 전 지구 일기 및 기후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특성이 미래 기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연구한 기존 논문들을 토대로 강도, 위치, 지속기간 등 엘니뇨의 특성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했다.
“엘니뇨의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엘니뇨가 매우 강하게 발생했던 1997년과 1998년에는 전 세계에서 2만 2,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엘니뇨의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예측한다면 이러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예상욱 교수는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급격하게 녹는 현상을 유심히 지켜보며 연구하고 있다.
기상・기후를 연구하려면 막대한 양의 자료를 분석하고 기후 모델을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대용량 전산장비 덕분이다.

불덩이가 되고 있는 지구, 그 해결책은?

예 교수는 특히 엘니뇨가 발생하는 열대 태평양 외에 인도양, 대서양, 북태평양 같은 해양들이 어떤 기작을 통해 엘니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처럼 해양은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만약 예 교수가 몸담고 있는 해양융합공학과에서 왜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다음 설명을 들으면 그 의문이 풀릴 것이다.
“해양은 대기보다 매우 큰 열용량을 갖고 있는 열의 저금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양 온도의 작은 변화도 다른 기후 시스템에 막대한 열출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 변동성, 더 나아가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양의 변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 관심사인 이상 기온 현상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예 교수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20년 동안 지구 온도는 매년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을 내놓았다. 기후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지구 온난화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CO2 발생 등 인위적 강제력과 지구 내부 변동성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부터 두 요소가 함께 급상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현 시기를 ‘인류세(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든 새로운 지질시대)’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지난 80만 년간 지구의 CO2 농도는 300ppm을 넘은 적이 없는데 현재는 400ppm을 넘어섰습니다. 이제까지 지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겪고 있는 셈이죠. 아무리 지구 내부 변동성이 영향을 미쳐도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예 교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 및 연구가 필요하며, 생활 속에서 지구를 위한 작은 습관들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주장만 해서는 안 될 터이기에 예 교수는 출퇴근 시 늘 지하철을 이용한다.

전 지구적 관심사, 열린 마음으로 공조

우주 연구도 중요하지만 지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예 교수. 위성으로 지구를 관측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십 년 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과학자들에게 지구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대상이다. 예를 들어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구름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적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후나 환경 변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 교수는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연구자는 넓은 시각과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연구만으로는 기후 변화를 연구할 수 없습니다. 전 지구적 관점과 자료를 적용해야 하죠. 그래서 이 분야 세계 연구자들은 자료를 공유하는 학풍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이 저에게 자료를 요청할 때면 그들의 기후나 날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200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연구 논문이 실렸을 때는 가까운 중국뿐 아니라, 우리와 반대편에 있는 페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최근 기후 변화 연구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현재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티핑 포인트(결코 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에 얼마나 접근했는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는가?’이다. 이와 관련해 예 교수의 다음 연구 주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북극의 얼음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중위도 지역의 일기,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극심한 폭염과 같은 극한 기상이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후 변화는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매일 경험하는 것이죠. 제 연구가 지적인 만족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연구가 되길 바랍니다.”
예 교수의 연구실에서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이상기후로 시름에 젖은 전 세계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가 발표되길 고대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