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강원도 원주시 소재 한솔오크밸리에서 보험 산업 발전을 위한 ‘2017 대학생 아이디어 콘테스트’ 본선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12개 대학생 팀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보험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 명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친 본선대회에서 ERICA의 하준혁・엄다연 학생은 보험 플랫폼 ‘Pocket In’으로 우수상(손해보험협회장상)을 수상했다. 두 학생이 조직한 팀의 작품 콘셉트는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보험 플랫폼이었다.

독점 아닌 공유의 시대를 위해

Q 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두 분이 기획했던 보험 플랫폼을 소개해주세요.

엄다연: 기존 보험 상품들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왜 보장내역을 직접 고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현재 보험 상품 대부분은 가입절차가 복잡한 데다 보장내역이 고정되어 있거든요. 소비자는 대개 보장내역 전부를 알지 못한 채 보험회사를 따를 뿐이죠. 때문에 보험 상품의 주체인 소비자가 자신의 옷을 코디하듯 보험 보장내역을 필요에 맞게 직접 고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준혁: 보험 플랫폼 Pocket In의 특징은 소비자가 보장받고 싶은 내역만을 골라 포켓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보험회사는 물론 위험의 종류와 관계없이 말이죠. 플랫폼은 소비자가 선택한 내역들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플랫폼은 그 내용에 맞춰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보험 상품을 만들어주는 거죠. 쉽게 말해 대리점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각 회사의 휴대폰을 구비해서 판매하잖아요? 마찬가지로 Pocket In은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 상품을 인수할 수 있는 보험회사와 연결해주는 거죠!

2017 대학생 아이디어 콘테스트에 참여할 당시 그들의 팀명은 ‘쿠크다스’였다. 멘탈이 약하다는 공통점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Q Pocket In의 구체적인 사용방법이 궁금합니다.

엄: 가입을 완료하면, 플랫폼은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해 그에 맞는 보장내역을 추천합니다. 소비자는 그중 원하는 내역을 골라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하고 보험기간을 설정합니다. 그러면 플랫폼은 자동으로 보험료를 산출해주고, 소비자는 자신의 상품을 인수할 보험사를 선택합니다. 이후 보험회사에서 인수심사를 거치고 나면 계약이 체결됩니다.

Pocket In은 가입과 동시에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에게 맞는 보장내역을 추천한다.(❶) 소비자가 내역을 골라(❷) 장바구니에 담으면(❸) 보험료가 자동으로 산출되고, 소비자는 상품 인수할 보험사를 선택해 계약을 체결한다.(❹)

Q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상품 거래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요?

하: Pocket In의 또 다른 특징은 상품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보험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보장내역을 교환하거나 보험 상품을 사고파는 거죠. ‘상품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보험 해약률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엄: 한국은 상품 거래가 현재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허용이 되고요. 생명을 거래할 수도 있어 다소 민감한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의 제한과 규제를 두고 시행한다면 보험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보험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을 적용했다고 들었습니다.

하: 플랫폼 기능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사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뿐 아니라 시계 등에도 플랫폼이 적용된다면 소비자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보험 상품을 확인할 수 있죠. IoT 기술이 있기에 이런 편리한 삶의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엄: 블록체인은 상품거래 부분에 활용했습니다. 사용자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공개된 정보를 확인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보험 상품을 확인해 거래를 제안할 수 있어요. 사용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Q 이번 플랫폼을 준비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하: 규격화된 상품에서 탈피한 소비자별 맞춤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험회사가 모든 것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독점의 시대가 아닌 공유의 시대를 꿈꾼다고나 할까요?

소비자를 이롭게 하는 보험계리학

Q 두 분 모두 보험계리학을 배우고 계시죠.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엄: 중・고등학교 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게 좋았습니다. 수학도 좋아했고요. 보험계리사는 보험 상품을 기획하는 동시에 온갖 데이터 수치들을 수리적으로 분석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제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느껴 국내 대학 최초로 보험계리학과를 만든 ERICA에 입학했습니다.

하: 저는 경영학과 학생이지만 부전공으로 보험계리학을 선택했습니다. 아는 형이 보험계리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수학을 많이 다루는 학문이라고 이야기 들었어요. 수학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보험계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죠.

Q 보험계리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엄: 이름대로 보험계리사가 되길 꿈꾸는 이들이 모인 학과예요. 보험계리사는 사보험, 퇴직연금, 사회보험 및 금융 분야에서 확률이론, 금융공학 및 프로그래밍 방법을 이용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니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는 물론 보험요율 산출을 위한 수학 공부가 필수적이에요. 그 밖에도 경제, 금융, 경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Q 여러 가지 학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군요. 보험계리사가 꿈이겠죠?

하: 네, 물론입니다. 다연이와 저 모두 현재 보험계리사 자격증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보험계리사가 되면 저는 무엇보다 보험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잘 만든 보험 하나 열 보험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도전의식이 강한 편이라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보험 상품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기후 변화에 따라 보장내역이 달라지는 보험 상품?

엄: 사람과 상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건강나이를 고려한 보험 상품이 그렇죠. 이 상품은 계약자가 건강해질수록 보험료를 할인해줘요.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확률이 줄어서 좋고, 계약자는 건강해져서 좋죠. 아직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지만, 건강나이를 계산하는 다양한 모델들을 더 많이 연구해서 체계적인 보험 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은 이미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고, 우리는 그 예측 불가능함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그들이 보험계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조한 두 가지가 있다. 세상의 온갖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보험 소비자들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것.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우리에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단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그들의 치열한 노력과 연구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일 게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