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앙 내륙의 국가이자 ‘칭기즈 칸’으로 잘 알려진 몽골. 그곳에서 온 타미르에게 한국은 각별한 나라다. 막연한 꿈을 명확하게 만들어준 데다, 가죽공예 작업실을 차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곳이니 말이다. 물론 그녀의 도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ERICA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배우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꿈꾸고 있다.

한국에서 비로소 찾은 나의 꿈

디자인문화관 PBL라운지에서 만난 몽골 출신 타미르의 첫인상은 밝고 거침없어 보였다. 실제 그의 말 역시 솔직했고 가식이 없었다. 몽골에서 지낸 어린 시절부터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그는 원래 몽골의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부모님 소원이었어요. 제가 의대생이 되는 걸 보고 싶어 하셨죠.”

하지만 타미르는 의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한다. 본래 그의 꿈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고. 신발과 옷, 가방 등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손재주가 좋았던 터라 ‘디자이너’야말로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단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의대를 그만둔다고 하니 엄청 화내셨죠.(웃음)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게 의사가 아닌 것을 아니까 결국 이해하셨어요. 한국에는 엄마가 유학차 먼저 오셨는데, 디자인은 몽골보다는 한국이 더 발달했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더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면 한국에 오라고 추천해주셨죠.”

엄마의 추천으로 2011년 4월 한국에 온 타미르는 한국어를 배우는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한양여자대학교에 입학해 섬유디자인을 전공하며 학업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함께하면서 타미르의 꿈은 비로소 명확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신발과 가방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가죽을 자르고 다듬어나가면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가죽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더없이 짜릿한 기쁨을 주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주저하지 않고 직접 부딪치며 가죽공예를 배웠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넓이를 넓혀나갔다.

“쉽지 않았어요. 혼자서 시작했는데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주문이 많지 않았거든요. 당연히 수입이 거의 없었죠. 덕분에 공장, 식당, 편의점, 구두 디자인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하지만 그의 꾸준한 노력과 가죽공예에 대한 열정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부딪치고 실수하면서 실력이 쌓였고 주변 평판도 차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타미르 주변 사람들은 그의 비상한 손재주를 칭찬했다. 이에 대해 타미르는 “수제신발 공장에서 일한 삼촌과 이모 덕에 어린 시절부터 가죽으로 무언가를 꿰매고 붙여 만드는 일에 익숙했다”면서 “엄마도 어렸을 때 같은 일을 하셔서인지 제게 가죽공예 쪽 재능이 있긴 했나 보다”라고 대답했다. 타고난 재능과 손재주, 꿈에 대한 의지가 더해져 그의 실력은 갈수록 일취월장했다.

타미르는 ERICA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학생인 동시에 가방, 신발 등 가죽제품을 만드는 가죽공예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내 꿈을 찾아준 한국, 나를 업그레이드시킨 ERICA

그가 ERICA 대학원에서 주얼리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유는 가죽공예에 주얼리를 접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 실무를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ERICA는 그에게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주얼리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2017년 ERICA 일반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지금은 제가 만드는 가방에 적용할 정도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마련해주신 전시회 덕분에 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기회도 있었고요. 게다가 제 개인 작업실이 없을 때에는 교수님들이 기꺼이 본인의 작업실 공간 일부분을 내주기도 하셨어요. 덕분에 마음 편히 학업과 일 모두에 집중할 수 있었죠.”

고객이 늘어나면서 올해 초 그는 인천 부평구에 자신만을 위한 가죽공예 작업실을 마련했다. 올해 초 경사는 또 있었다. 작업실을 열 즈음 지금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데다, ERICA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줄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고, 개인 작업실을 열었으며, 가정까지 꾸렸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한국생활이 아닐까.

“한국은 몽골보다 수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좋습니다. 가정까지 이룬 상태라 저는 앞으로 귀화를 준비해 한국인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한국생활에 안착한 지금, 물론 그가 가장 감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엄마다. 한국행을 추천한 데다, 항상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엄마 덕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 것. 아직 성공한 게 아니라 잘되려고 하는 시기인 것 같다며 마음을 다잡는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의 행복한 인생을 꿈꾼다.

디자인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온 한국에서 가죽공예를 시작해 3년 만에 자리를 잡은 타미르. 단시간에 그가 놀라운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의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줄 아는 그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 덕분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반응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이니까. 거침없이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그의 행보를 기대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