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만을 위한 책상이 필요해? 아니면 나만을 위한 드론은 어떨까? 팹브로스는 ERICA에서 배운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직접 만드는 제작소다. ‘대책 있는’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그들과 만나보자.

팹브로스라는 이름 아래 함께 일하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 정성일・김용현 대표, 교육과 기획을 맡고 있는 제민 씨, 디자이너 김한솔 씨

필요한 게 있다면 일단 만들면서 즐겨!

금속과 공구들이 뿜어내는 소리로 가득한 팹브로스 제작소(이하 팹브로스)의 작업실. 회사명 팹브로스 뒤에는 ‘제작소’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드는 곳일까? 그리고 왜? 팹브로스의 김용현(기계공학・디자인공학 다중전공 08)・정성일(기계공학과 08) 대표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팹브로스(Fab Bros)는 Fabrication Brothers의 약자예요. 메이커 문화를 기획하고 다양한 제작 업무를 하는 제작소입니다.”(김용현 대표)

제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메이커 문화는 창조경제, 창업 생태계와 맞물려 마치 창업이나 국가산업을 위한 대안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현 대표는 ‘일단 만들면서 즐기는 것’이 메이커 문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필요한 걸 직접 만들면서 즐기는 것이 메이커 문화의 본질이라는 것. 제작 분야는 더없이 광범위하다.

“자신의 앉은키에 맞는 책상과 의자를 만들고, 아이를 위한 장난감을 만드는 것 모두 제작(Making)의 일종이죠. 다만 우리는 기계공학 전공자들인 만큼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한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정성일 대표)

팹브로스는 본인들이 흥미를 느끼는 작품들을 제작해 그걸 매개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예술가나 건축가 등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제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수행하는 셈이다.

“드론을 만들어서 드론 파이트클럽 대회를 열었고, 카트를 만들어 카트 어드벤처를 기획했죠. 우리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만들어서 그걸 매개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합니다.” 김용현 대표는 그 밖에 대표적인 콜라보 프로젝트로 지난해 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원심림(Centreefugal Park)’ 작업을 꼽았다.

“건축가 양수인(‘삶것’ 소장) 씨가 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출품작으로 건축과 예술, 공학이 융합된 형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원심림 나무들을 기계로 만들고 싶다며 팹브로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셨죠. 원심림은 팹브로스의 첫 프로젝트였습니다.”

팹브로스가 참여한 원심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원심목’이라 불리는 초록색의 나뭇잎(캐노피)을 두른 기둥들이다. 모터가 내장된 원심목은 원심력에 따라 둥글게 펼쳐지면서 회전하는데, 바람의 방향과 흐름에 따라 진짜 나무처럼 움직인다. 원심목이 이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건 원심림 곳곳에 설치된 아두이노(Arduino) 덕분이다.

풍속계에 내장된 아두이노는 바람 상태를 측정해 서버에 전달하고, 서버는 그 정보를 분석해 각 원심목의 적정 회전 속도를 판단한다. 그리고 적정 회전 속도정보를 각 원심목에 설치된 아두이노로 전달해 모터 속도를 제어하는 것.

팹브로스는 원심림과 카트 어드벤처, 드론 파이트클럽 대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그 이름을 점차 알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제작을 기반으로 이토록 다양한 일을 벌이는 이유는 ‘메이커 문화’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서 즐기는 행복과 자유로움을 퍼뜨리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마냥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팹브로스는 메이커톤, 카트 어드벤처 워크숍 등 다양한 종류의 메이커 교육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김용현 대표는 대학 때부터 메이커톤(Make-a-Thon)에 중독돼 있었다.

“메이커톤은 대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팀을 구성해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드는 대회예요. 낯선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자연스럽게 제작의 세계로 빠져든 것 같습니다.”

정성일 대표는 4학년 때 제작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김용현 대표처럼 제작에 중독된 사람을 만나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았다. 현재 팹브로스에서 둘은 각기 하드웨어와 코딩 등 맡고 있는 담당 업무가 있지만 이건 사실 무의미한 구분이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말이다.

“제작이란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대신 자신이 원하는 걸 스스로 만드는 작업이에요. 때문에 제작자의 주체성이 핵심이죠. 일단 구상부터 실제 작품 제작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부딪쳐보세요. 그런 과정이 더해질수록 우린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김용현 대표)

팹브로스가 꿈꾸는 것은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다. 그들의 눈은 그 너머 우리의 손으로 만든 ‘어떤 세계’에 있다. 그 세계를 향해 가는 과정이 마냥 쉽거나 편안할 리 없지만 도전정신 충만한 팹브로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제작에 중독된 사람들이니까.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