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지치지 않기 위해, 낙오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발을 굴린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신들의 피난처로 향한다. 케렌시아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뜻하는 말. 당신 일상에서 단비를 내려주는 케렌시아는 무엇이고, 어디이고, 누구인가.

A 씨의 케렌시아
“괜찮아, 넌 지금 잘하고 있어”

Q: 언제 지친다고 느끼나요?
18학번 새내기이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새롭지만 낯선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사실 좀 지칠 때가 있어요. 성인으로서 제게 부과되는 책임감도 무거워지는 것 같고요.

Q: 당신만의 케렌시아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혼자 방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에세이 읽는 걸 좋아합니다. 에세이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제가 고민했던 것과 비슷한 흔적들을 느낄 수 있어서예요. 각별히 아끼는 에세이 책은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하는 고민들이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어요. 작가가 고민을 어떻게 관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읽다 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죠.

Q: 요즘에는 SNS 같은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케렌시아를 찾는 경우도 많죠.
제게는 인스타그램이 그런 공간 같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올렸던 내용은 대개 힘들고 어렵다는 내용이 다반사였는데, 지금 훑어보면 뿌듯하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그때의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하고 지금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현재를 기록하는 일이 결국 미래의 제 자신에게 선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사람들도 자신에게 소중한 케렌시아가 될 수 있겠죠?
네, 제 경우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그래요. 특별한 대화도 아닌데 통화하는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힘이 돼요. 대학을 진학하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꾸준히 연락해주는 그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요.

Q: 쉬고 있을 때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친구와 고등학교 3학년 때 제주도 여행을 같이 간 적 있습니다. 힘든 입시를 다 잊을 만큼 행복했죠. 이번에는 혼자서 가보고 싶어요. 사려니숲길이나 바다가 보이는 해안길을 걷고 싶고, 그러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기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세이를 읽으면서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인데 그중 한 글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제 주변 친구들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겠죠. ‘괜찮아, 넌 지금 잘하고 있어. 난 네가 꿈을 이루리라 믿어. 그 열정 변치 말자.’

B 씨의 케렌시아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나만의 다락방에”

Q: 언제 피곤하고 지친다는 생각이 드나요?
지치는 감정과 행복은 일상 속에서 항상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행복의 정도보다 피로가 더 짙은 날에 “아, 지친다!”라고 느끼겠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쟁이 더 거세져요. 학교에서 감투를 맡으면 그만큼 부담감이 배가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제 자신에 대한 고민이 늘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그걸 ‘대2병’이라고 부르더군요. 중2병과는 달리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차이점이 있죠.

Q: 그럴 때면 어떻게 하나요?
가장 좋아하는 건 여행이지만 학기 중에는 쉽지 않다 보니 대체물을 찾게 되죠. 제 경우에는 그게 ‘동아리방’입니다. 제가 가입한 밴드 동아리방에서 주로 혼자서 놀아요. 네모난 믹서를 가지고 제 목소리를 마이크로 넣어 다른 소리로 변환해 내보내는 그런 놀이를 하면서 말이죠.

Q: 그것도 좋지만,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 아쉽겠어요.
방학 때나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여행을 자주 가요. 그리고 나중에 제 지난 여행기를 다시 살펴보고는 하죠. 아이폰에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맵에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만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제 휴대폰 맵을 열어 그 장소와 함께 그때 제 기록들을 볼 수 있는 거죠. 다시 그곳을 여행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좋아요. 시간은 이미 흘렀지만, 그 맵 안에서는 아직 그때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니까요.

Q: SNS 공간은 얼마나 활용하고 있나요?
제게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두 개예요. 하나는 공개 계정인데, 여기는 아무래도 읽는 사람을 신경 쓰게 돼요. 반면 비공개 계정은 제게 일기장 같은 공간이에요. 아무도 팔로우하지 않고, 그 누구의 팔로잉도 수락하지 않죠. 조금 더 감성적인 사진과 글을 올리게 되는데, 이런 작업 자체가 힐링이 될 때가 많아요. 주변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Q: 사람들이 자신만의 피난처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사는 현실이 피난처가 아니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하고 고민하는 공간들 말이에요. 그런 곳들에서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니까, 그 공간을 떠나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거겠죠.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도 그만큼 많아요. 정도만 다를 뿐 사람들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만의 다락방에 다락(多樂)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