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연결통신연구소와 ERICA가 스마트팩토리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제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스마트팩토리’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데, 국내 대표적인 정보통신 연구소와 일찌감치 스마트팩토리 연구 개발에 공을 들여온 ERICA는 협력을 통해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대한 소개와 스마트팩토리, 그리고 이번 협약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3D프린터에서 출력된 부품을 로봇 핸들러가 버퍼 설비로 이송하고 있다.

3초 기술 집중 연구하는 ETRI

1976년 통신기술의 체계적인 연구개발과 전자교환기의 도입 및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설립된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이하 ETRI)는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대한민국 최고의 정부출연연구소다. 인터뷰에 응한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 IoT연구본부의 손지연 박사는 현재 ETRI가 집중하는 연구로 ‘3초 기술’을 언급했다.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을 일컬어 3초 기술이라 부릅니다. 센서와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네트워크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죠. 우리 주변 공간을 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기술이 초연결 기술이에요. 5G나 블록체인, 보안기술 등이 대표적이죠. 초지능은 스스로 학습해서 진화하는 콘텐츠 기술을 말해요. 2016년 EBS 장학퀴즈에 도입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엑소브레인’이 대표적이죠. 초실감이란 현장감과 몰입감을 갖춘 미디어를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스마트팩토리 연구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을 살릴 대안

ETRI는 그중 초연결 기술을 연구하는 초연결통신연구소를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3년 전에 스마트팩토리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는데, 손지연 박사는 이를 ‘파스(FaaS, Factory as a Service)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라 불렀다.

“ETRI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스마트팩토리 모델(플랫폼)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했고, 지금은 이를 차츰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파스는 모듈 단위로 구성이 되는데 현재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1층에 자리 잡은 파스에는 2개의 모듈이 있어요. 한쪽 모듈에는 맞춤형 생산을 위한 핵심장비인 3D프린터 12대가 있고, 중앙에는 3D프린터에서 나온 출력물을 이송하는 로봇이 배치되어 있죠. 그리고 다른 쪽 모듈에는 이송된 반제품에 후가공 작업을 하고 조립하는 장비들이 있습니다. 즉, 이러한 모듈 단위의 파스 장비가 있으면 고객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손지연 박사는 스마트팩토리 모델이 중소 제조기업에 큰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보려면 소량의 샘플을 생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걸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은 사실상 거의 없는 탓이다.

“기존 공장의 생산라인은 대개 대량 제품 생산 위주이기 때문에 소량의 샘플 제작을 꺼립니다. 우리는 파스를 통해 중소 제조기업들이 원하는 소량의 샘플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설계나 엔지니어링 과정 등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지원도 가능하고요.”

스마트팩토리의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건 ETRI가 과학기술정통부에서 출연한 두 가지 국책사업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2015년 5월부터 시작한 ‘ICT융합형 개인화 제조서비스 실증확산 기반구축 사업’은 미래형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새로운 제조 생태계를 추구하여 보급・확산하는 사업이다. 역시 같은 해 6월부터 시작한 ‘고객-제조-유통 연계 개방형 파스 IoT 서비스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은 첨단 제조 ICT 기술을 개발해 파스에 적용하는 사업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 산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쇠퇴하고 있는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인 셈이다.

ETRI와 준비된 학교 ERICA의 이상적인 협업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는 올 4월 ERICA 스마트제조러닝센터와 스마트팩토리 분야 개방형 제조서비스 기술교류에 관한 산합협력 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의 협약이 가능했던 건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같았던 덕분이다.

“작년에 김우승 부총장님과 신동민 교수님 등이 깊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두 기관 모두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가 답이라는 생각이었죠. ERICA는 작년에 스마트팩토리 관련 시설을 빠르게 구축했고, 재원 역시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이미 ‘준비된 학교’였기에 협약 맺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죠.”

ERICA는 지난해 7월 제4공학관에 스마트제조러닝센터를 설립하며 스마트팩토리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센터장인 산업경영공학과 신동민 교수를 주축으로 전자공학부 김호 교수와 기계공학과 윤종현 교수, 재료화학공학과 이선영 교수, 로봇공학과 박태준 교수 등 4명이 프로그램 PD로 합류했고 그 밖에도 전자공학부 홍승호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이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기계와 재료, 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프라임사업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제조 분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키워드가 ‘스마트 제조’였어요.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관련 분야 인력 수요도 늘어나고 있기에 한 발 앞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산업경영공학과 신동민 교수)

뜻을 함께하는 연구진 덕에 날개를 단 ERICA는 이번 ETRI와의 협약을 통해 한 단계 진화를 꿈꾸고 있다.

“각자 잘하는 게 다릅니다. ETRI는 ICT기술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학교는 생산과 제조,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되죠. 교육 측면에서 보자면 스마트팩토리 운영 및 가동을 위한 교육은 물론 매뉴얼을 만듭니다. 이미 공학대학 내에 ‘스마트제조개론’ 과목을 개설했습니다. 현재는 우리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지만, 장차 일반 중소 제조기업에도 우리가 직접 만든 매뉴얼을 바탕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ETRI와 ERICA는 서로의 장점을 잘 살린 전략적인 동반관계인 셈이죠.”(산업경영공학과 신동민 교수)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의 손지연 박사는 ERICA 교수 및 연구진은 물론 학생들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협업에 큰 기대감을 전했다.

신규로 주문받은 제품 생산 준비를 위해 설비를 티칭(로봇의 동작을 사전에 프로그래밍하는 것)하고 있다.

제품 생산 현황을 공정별로 원격 관제하고 있는 모습

파스 스마트팩토리가 있는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우리의 삶을 바꿀 스마트팩토리 연구

스마트팩토리 연구가 점차 본격 궤도 오르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공장에 주문할 수 있습니다. 공장은 ETRI에서 제공하는 파스를 통해 빠르게 주문 생산이 가능해지죠. 1명을 위한 소량 생산도 손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우리의 제조업은 물론 소비문화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겁니다.”

물론 스마트팩토리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TRI와 학교 측 모두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사용자 입장에서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실현시킬 수 있으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고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ETRI는 설립 이래 한국 정보통신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기며 우리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의 눈은 지금 이곳의 성과가 아닌 미래를 향해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은 물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ETRI의 행보를 지켜보자.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