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ERICA의 온・오프라인 공간에 이런 구인 포스터가 올라왔다. ‘VR게임용 컨트롤러 만드는 회사입니다. 사람을 구합니다.’ ‘스토리 엔딩 본 게임이 일곱 개 이상인 분, 초등학생에게 UI와 UX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분, 이 답 없는 포스터를 보니 내가 나서야겠다고 느끼는 분’. 채용 조건에는 빙고게임이 그려져 있다. ‘여덟 개 모두 해당하는 분은 일단 댁에 계세요. 제가 모시러 갑니다.’ 유쾌한 포스터를 만들어 팀원을 모집한 이는 디미콜론의 이현준 대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우리 이제 이곳에서 재미난 일을 벌이자

디미콜론(D;micolon)은 가변형 VR게임용 컨트롤러는 물론, 그 안에 들어가는 인터페이스 솔루션까지 개발하는 학생창업기업으로 2017년 7월 26일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업이지만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덕분인지 단시간에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 특히 기존 VR게임용 컨트롤러와는 다르게 가상현실 상황에 맞게 직관적이면서도 가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왜 게임이었을까, 그리고 왜 VR게임의 컨트롤러였을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즐긴 터라 이현준 대표에게 게임은 일상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일상 같던 게임을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밀착형 생활보조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창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부딪쳐보니 아이템의 기술이나 방향성, 수익성 등 모든 측면에서 저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죠. 그래서 새롭게 생각해낸 것이 VR게임의 컨트롤러였어요. 제가 워낙 게임을 좋아했던 데다, 기존의 VR게임용 컨트롤러로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게임밖에 할 수 없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은 거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확신이 생긴 후 이현준 대표는 팀원을 모았다.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 자신처럼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빙고 게임을 활용한 기발한 구인 포스터를 만들어 뿌렸고, 이윽고 다양한 팀원이 ‘디미콜론’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는 장다연(광고홍보학과 광고 전공 14), 브랜드 매니저 장성연(경영학부 14), 제품디자이너 김학인(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13)이 그들. 대표 본인은 컨트롤러의 개발을 맡았다. 하나같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재미난 일을 벌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었다.

1. 이현준 대표는 빙고가 그려진 기발한 포 스터를 통해 지금 팀원들을 만났다.
2. 디미콜론의 VR게임용 컨트롤러를 소개 하는 팸플릿

우리 이제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꿈꾸자

최근 유행하고 있는 VR게임은 전쟁이나 격투, 자동차 레이스 등의 가상현실을 통해 실제 현장에 와 있는 듯한 감각을 게임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실감나는 구현을 위해서는 게임의 그래픽과 이미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필요했다.
“기존 컨트롤러는 단순히 손을 표현하는 데 그쳤어요. VR게임 사용자들은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체험을 원하는데, 기존의 단순한 컨트롤러로는 그 체험이 불가능했죠. 새로운 세대의 컨트롤러라면 좀 더 다양한 현실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양손으로 자유롭게 사용하고, 언제든 변형이 가능해야 하죠.”
디미콜론 회사 홍보 팸플릿을 보면 재미난 이미지가 나온다. 앞면을 펼치면 두 개의 컨트롤러가 기관총 모양으로 연결돼 있다. 한 면을 더 펼쳐보면 두 개의 컨트롤러는 스티어링휠(Steering Wheel) 모양으로 변신한다. 그 아래는 포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디미콜론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VR게임용 컨트롤러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컨트롤러 양 끝에는 자석이 부착되어 있어서 다른 컨트롤러와 쉽게 결합이 가능해요. 형태를 변형하면 컨트롤러가 이를 스스로 감지해내죠. 우리가 만든 컨트롤러를 사용한다면, 사용자들은 하나의 게임 안에서도 수시로 컨트롤러를 변형해 운전과 총격전, 대포 발사 등 다양한 가상현실 상황을 즐길 수 있어요. 이게 기존 컨트롤러와 우리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다양한 가상현실의 변형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인터페이스 개발은 이미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이현준 대표는 자석 외에 몇 가지 특징을 더 강조했다. 센서를 이용해 양손의 이동과 기울임을 가상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사용자가 어떤 형태로 감아쥐든 불편하지 않도록 디자인하고 있다는 점, 콘솔 게임과 스마트폰은 물론 PC게임과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제품 개발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핵심 기능은 구현이 가능한 상태예요. 다만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게임 플레잉을 위해 디자인을 다듬어나가고 있죠. 그 밖에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점검하고 있기도 하고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세상에 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미콜론은 시장 진입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놓고 있다. 출시 이전에는 국내외 박람회에 홍보 부스를 마련해 디미콜론을 알림은 물론 온라인 채널을 개설해 관심을 유도한다. 제품이 출시되면 게임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체험형 홍보를 펼치고, 유명 게임사와의 연합 홍보도 계획 중이다. 이후 해외 진출까지 노린다는 방침이다. 이미 디미콜론은 2017년 11월 홍콩과 미국 필라델피아 및 뉴욕 등에서 진행된 글로벌 데모데이 A-Stream에 참석해 GTA(Grand Theft Auto) 게임을 만든 락스타 노스 등 여러 관계자 및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게임과 ERICA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디미콜론 팀원들은 치열하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VR게임용 컨트롤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현실을 위한 컨트롤러

이현준 대표가 VR게임용 컨트롤러 개발을 통해 꿈꾸는 것은 단순히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게임을 구현하는 데 있다. 게임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터랙션의 등장이 필요한데, 우리의 컨트롤러가 바로 그런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상황에 따라 컨트롤러 사용이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린 좀 더 실감나게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겠죠.”
게임이 마냥 좋았던 아이는 성장해 게임을 소재로 한 기업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디미콜론의 영문 표기명은 D;micolon이에요. 세미콜론(;)은 주로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연결할 때 쓰이죠. 이처럼 기술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뜻에서 ‘디미콜론’이라 지었어요. 가상현실이나 기술이라고 하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게임이라면 경우가 다르겠죠. 앞으로 VR게임용 컨트롤러와 인터페이스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저에게는 이것이 곧 세상과의 소통이에요.”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