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나 디미콜론 이현준 대표는 자신의 덕질을 일로 승화시킨 예다. 사람들은 그들의 덕질을 일컬어 ‘생산적인 덕질’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평범한 덕질은 생산적이지 않은 걸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야구카드와 화장품, 아이돌에 대한 모든 것, 엽서, 금속배지 등을 모으며 우리는 삶의 기쁨을 발견해낸다. 그 소중한 감정이야말로 생산적이지 않은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일상 속에서 덕질을 즐기는 ERICA 사람들과 만나보자.

하냥이와 함께하냥?
문윤희(공학대학 행정팀 학적 담당)

문윤희 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하냥이(ERICA 길고양이를 부르는 애칭)들에게 밥을 주면서 그들의 덕후가 되었다.
“두 번째 밥 주러 간 날, 제 목소리를 들은 하냥이들 여럿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던 때를 잊지 못해요. 반가워하면서도 손길은 정작 피하는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어서 더 좋습니다. 수십 마리인지라 매일 다 볼 수는 없지만, ‘오늘은 어떤 녀석을 볼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리게 돼요.”
문윤희 씨는 ‘함께하냥’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하냥이를 사랑하는 학생들을 만났고, 지금은 그들과 함께 밥을 주고 있다. 그녀는 ERICA 캠퍼스에 하냥이들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

야구카드는 내 삶의 자극제
김종수(컴퓨터공학과 10)

김종수 학생은 2014년 야구에 빠지며 야구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야구 카드보다 종류가 다양한 메이저리그 카드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모은 것만 200장이 넘는다.
“가장 아끼는 카드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는 브룩스 레일리의 메이저리그 루키 시절 카드와 작년 고인이 된 메이저리그 투수 로이 할러데이의 카드요. 레일리 선수에게는 야구장에서 직접 카드에 사인을 받은 적 있어요. 로이 할러데이의 경우에는 제가 정말 좋아했던 선수인지라 카드를 볼 때마다 뭉클해져요.”
그에게 덕질은 자극제다. 지금은 학생 신분이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어서 빨리 취업해서 좀 더 많은 카드를 모아야겠다는 자극이 된다는 것!

화장품 이즈 마이 라이프!
왕은빈(문화콘텐츠학과 14)

사춘기 시절 여드름 피부가 콤플렉스였다는 왕은빈 학생은 이를 가릴 방법을 찾다 화장품 덕질의 길로 들어섰다. 10대 때부터 기초 및 색조 화장품을 두루 써가며 일명 코덕(코스메틱 덕후)이 되었다고 한다. 화장품 욕심이 많은 그녀는 현재 클렌징 오일 세 개, 클렌징폼 네 개, 클렌징 비누 두 개, 스킨 세 개, 에센스 두 개, 메이크업 베이스 네 개, 파운데이션 네 개, 립 제품과 아이섀도우 수십 개, 향수 열 개 등 숱한 화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 얼굴은 왜 하나인 거냐는 말을 버릇처럼 해요. 매일 더 많은 화장품을 써보고 싶거든요. 화장을 시작하면 보유한 제품 대부분을 꺼내는데,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내게 종강 같은 오빠들
이민정(정보사회학과 17)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 음악방송에 출연한 B.A.P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우리 오빠들’의 목소리가 담긴 CD와 각종 굿즈는 기본이다. 공개방송에서 그들을 보기 위해 방송국에서 밤을 샌 적도 있고, 콘서트 내내 스탠딩 자리에서 그들의 공연을 본 적도 있다. 오빠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작곡・작사 공부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오빠들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고 한다. 작년부터는 MXM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덕질도 시작했다는 그녀의 한마디. “B.A.P과 MXM, 제발 ERICA 축제에 와주세요!” 그녀에게 덕질은 종강 같은 것이라고 한다. 종강처럼 떠올리기만 해도 반갑고 행복한 존재라고.

엽서는 곧 나의 지난 시간들
이민지(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17)

이민지 학생은 전공 특성상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갈 일이 많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큰 전시회부터 선배・지인들의 전시회 등을 두루 참여하다 보면 항상 배포용 기념엽서가 눈에 띄었다고.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지 기념관에서 구비하는 각종 엽서들은 그녀의 발길을 붙잡았다. 길을 걷다가도 가게 유리창 너머로 엽서가 보이면 눈을 뗄 수 없었다. 각 엽서들은 저마다의 의미가 있었고, 그녀는 그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행복했다. 그게 벌써 5년이 넘었다고 한다.
“제게 엽서 덕질은 기록이에요. 전시회에 가든, 여행을 가든, 길을 걷든 엽서는 어디에든 있거든요. 엽서를 보면 그때 내가 무얼 봤고 무얼 했는지 떠올라요. 제겐 일기 같더라고요.”

거부할 수 없는 금속배지의 유혹
최은지(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12)

토시루즈라는 캐릭터를 만든 ‘아이블로썸’ 최은지 학생은 금속배지에 흠뻑 빠져 있다. 2016년 즈음 금속배지 유행이 돌면서 수집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략 80개 이상을 모았는데, 그중 전포롱 작가의 ‘세일러 고양이’ 배지를 가장 좋아한다. 전포롱 작가의 작품을 워낙 좋아한 데다, 배지의 디자인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그녀는 금속배지를 수집하는 일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예쁜 디자인의 금속배지를 사고 나면, 또 새로운 디자인의 배지가 절 유혹해요. 그걸 또 사면 또 다른 배지가 제게 어서 자신을 가지라고 손짓하죠. 덕분에 제 통장은 ‘텅장(텅빈 통장)’이 되겠지만 제 방 한편을 꽉 채운 금속배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 마음도 반짝반짝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