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꽃의 화려함에 반한다. 하지만 뿌리와 줄기가 없다면 꽃은 설 수도 물과 양분을 공급받을 수도 없다. 2015년 재료공학과와 화학공학과의 통합을 통해 설립된 재료화학공학과는 산업의 뿌리와 줄기가 되는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재료화학공학과 학생들이 박주현 교수와 함께 실험 후 얻어진 시료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소통하고 융합하라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높은 평가를 받는 학과가 있다. 각종 국책사업에 선정될 뿐 아니라 산업체 관점 대학평가(신소재・철강 분야) 및 중앙일보 대학평가(화학공학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재료화학공학과의 이야기다. 수없이 많은 재료공학과 및 화학공학과 사이에서 ERICA의 재료화학공학과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박주현 교수를 통해 그 비결을 들어보았다.
인간은 재료를 자연에서 가공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쓰기 편리하게 이용한다. 재료공학은 이런 재료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금속과 세라믹, 전자, 복합 형태 등 다양한 재료가 그 연구 대상이 된다. 화학공학은 화학과 물리학적 원리를 두루 활용하여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쓰이는 제품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화학공학과 재료공학은 별도의 학과로 운영되지만, 두 학과 연구 내용은 겹치는 부분이 많고 상관관계가 밀접하다. ERICA에 1980년 설립된 금속재료공학과와 1987년 설립된 화학공학과가 2015년 통합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상관관계가 원동력이 됐다.
“우리가 주로 연구하는 에너지, 태양전지, 반도체, 나노 재료 등은 재료공학과와 화학공학과 모두에 해당되는 분야예요.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공동 연구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주현 교수는 거기에 더해 학과 간 오랫동안 지속된 소통을 원동력으로 손꼽았다.
“두 학과 연구진들은 통합 이전부터 꾸준히 소통하며 지내왔습니다. 공동으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밥 먹거나 노는 일도 같이 했어요. 2014년 CK-II사업 선정을 준비하면서 두 학과 통합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긴 했지만, 이미 이전부터 연구와 일상 모든 측면에서 가까웠어요.”
박주현 교수는 학과의 이런 전통(?) 덕에 학계와 산업계 모두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학문별 구분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는 요즘 국내외 과학 연구 방면에서 가장 강조되는 키워드는 ‘융합’이다. 이것과 저것을 섞고 나누며 연구하면 그만큼 연구력은 배가 된다. ERICA 재료화학공학과는 꾸준히 ‘융합의 기틀’을 다져온 덕분에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것.
2015년 재료화학공학과는 두 학과의 커리큘럼을 융합해 세 가지 전공 트랙을 만들었다. 금속과 세라믹 소재 등을 다루는 ‘무기 소재 및 공정’, 고분자 포함 유기물질을 다루는 ‘유기 소재 및 공정’, 유・무기를 비롯해 소재 전반을 아우르는 ‘융합소재’가 그것. 1학년과 2학년 때 재료화학공학의 기초를 배운 학생들은 3학년부터 이 중 한 트랙을 전공으로 선택해 공부하면 된다.


1. 1,600도 제강반응 실험을 위해 슬래그 시료를 정확히 배합하는 모습
2. 박주현 교수는 재료화학공학은 밥 짓는 일과 비슷하다며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최적의 조건

재료화학공학과에서는 여러 국책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공부와 연구를 적극 지원한다. 1999년부터 시행하는 BK21(플러스) 인력양성사업은 교육부에서 연구중심대학의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현재까지 7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한 CK-II사업(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은 학부 과정의 특성화 교육과 학부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이다. 학부 실험실 환경 개선은 물론 실험장비 및 재료 구축, 기업 현장실습 지원, 각종 경진대회 지원 등을 통해 학생들의 연구 및 취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CK-II사업은 학생들의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은 물론 현장실습과 인턴십 기회, 경진대회 지원, 역량 개발 프로그램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취업률 향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한편 재료화학공학과는 취업률뿐 아니라 대학원 진학률 또한 높은데 박주현 교수는 이를 학과 자체의 경쟁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대생 대학원 진학 비중이 30~40%에 달합니다. 전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인데, 우리 학과의 경쟁력과 비전이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세계적인 명성의 교수진, 여러 사업과 교수진을 통해 진행되는 다양한 연구과제, 풍부한 장학금과 연구비 등 장점이 많거든요.”

뜨거운 용광로 같은 이곳

박주현 교수는 재료화학공학과에서 배우는 공부를 밥 짓는 일에 비유했다.
“밥 짓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의 기본이죠. 우리 학과에서 배우는 공부가 산업 측면에서 보면 밥 짓는 일과 같아요.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강 재료, TV나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의 패널과 전자기판, 외장재, 투명전극 등등… 그 모든 것은 ‘재료’가 없다면 성립 자체가 안 됩니다. 재료화학공학은 그런 학문이에요. 우리 학과를 이수하면 철강기업은 물론 반도체기업, 바이오기업 등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서 그만큼 재료화학공학 전공자들을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모든 일의 기본을 배우고 쌓는다는 건 얼핏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이론과 체계가 자칫 지루하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본을 쌓지 않는다면 화려한 꽃을 피울 수는 없을 것이다. 박주현 교수는 재료화학공학과가 용광로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조화로운 융합과 뜨거운 열정을 재료 삼아 우리 산업의 빛이 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땀과 교감으로 이룬 결실
2017 스틸유니버시티 코리아 챌린지 대회 수상자들

작년 11월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2017 스틸유니버시티 코리아 챌린지에서 재료화학공학과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장동민(13학번, 금상 수상), 정태수(13학번, 동상 수상), 한지원(13학번, 동상 수상) 학생이 그 주인공. 이 대회는 국내 유일의 철강기술 관련 대학(원)생 대상 경연대회로 지난 11월 29일 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2차 정련이라는 공정을 주제로 열린 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은 철강 공정 시뮬레이터를 실행해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모의조업에 성공하는지 실시간으로 겨뤘다. 자세한 이야기와 소감을 세 학생에게 들어보았다.

Q 작년 2017 스틸유니버시티 코리아 챌린지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장동민 셋 모두 작년 3학년 2학기 때 박주현 교수님의 ‘철강재료학’이란 수업을 들었어요. 강의 첫날에 교수님께서 스틸유니버시티 코리아 챌린지 대회를 설명하시며 좋은 기회가 될 테니 수강생 전원 참가해보라고 하셨죠. 노력하면 충분히 결실을 볼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했어요.

Q 경연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됐나요?

정태수・한지원 작년 대회 주제는 2차 정련이었어요. 이는 강(鋼, Steel: 철이 탄소를 1% 이하로 함유하고 있는 상태. 열처리에 따라 성질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어 여러 가지 기계, 기구의 재료로 쓰임)의 품질을 저해하는 불순물을 각종 정련설비를 통해 제거한 후 필요한 성분을 첨가하고 조절해 최종 용도에 맞는 강을 제작하는 공정이에요. 제작된 강에 들어갈 성분과 소요 시간, 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가격이 책정되는데 가장 저렴한 결과값 세 개의 평균이 곧 점수가 돼요. 가장 저렴한 순서대로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이었죠. 제작 공정의 비용을 낮추는 ‘경제성’이 중요했기에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돌리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24시간 내내 진행되는 대회라 자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시뮬레이션을 놓을 수 없었어요.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Q 같은 학교 학과에서 세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상당한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동민 공정 시뮬레이팅을 하는 데는 많은 경우의 수가 필요해요. 하늘에서 정답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죠. 혼자서 그 많은 수를 다 따져보는 건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대회를 치뤘어요. 재료화학공학과 휴게실에서 실시간으로 토의하고 도움을 주며 각자의 해답을 찾아나갔죠. ‘이런 시간대에 이런 성분을 넣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 계속 정보를 주고받았어요.
정태수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에요. 마음도 잘 맞고 교감이 워낙 잘되니까 대회 결과가 좋았죠. 그리고 우리 셋뿐 아니라 대회에 참여한 친구들 모두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박주현 교수님과 HiTeP²(Laboratory for High Temperature Physicochemical Processing of Materials, 고온물리화학 소재공정 연구실) 조교님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고요.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수상할 수 없었을 거예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장동민・정태수 이제 4학년인데 학부를 졸업하면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해요. HiTeP²에서 계속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려고 합니다. 올 11월에 열릴 대회에도 꼭 다시 참여할 거예요. 그때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 챔피언십 대회에 나가고 싶습니다.
한지원 4학년 때도 박주현 교수님의 철강 수업을 열심히 듣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올 대회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