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신설된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자동차 디자인 대회다. 수백 명이 지원한 2017년 대회는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선에 세 팀이 선발되었고,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종 상의 색깔(골드, 실버, 브론즈)을 가렸다.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박하완・최정미 학생은 모두 최종 결선에 올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하완(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13)
최정미(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15)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는 82년간 쌓은 자동차 기업 재규어의 디자인 해리티지(전통)를 공유하고 차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재규어 코리아가 직접 기획한 사회공헌활동이다. 2017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결선 현장에는 줄리안 톰슨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디렉터도 참석해 최종 평가를 진행했다. 박하완・최정미 학생은 이 대회에서 각각 실버 프라이즈(2위), 브론즈 프라이즈(3위)를 수상했다. 최종 결선에 오른 세 명 중 두 명이 ERICA 학생이라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디자인문화관에서 가진 문답을 통해 대회 준비 내용은 물론 그들이 꿈꾸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자율주행시대에도 더욱 빛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라?
Q 수상 축하합니다. 대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박하완: 그동안 학과 선배들이 여러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봤어요. 저 역시 인정받는 결과물을 내고 싶어서 참여했죠.
최정미: 대회 참여 자체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저만의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데다, 작업 준비를 하며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Q 대회 주제는 ‘자율주행시대에도 더욱 빛나는 재규어의 미래를 구현하라’였습니다. 박하완 학생은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XJ-야누스, 최정미 학생은 셜록 홈즈 이미지를 활용한 W-Type을 내세웠죠. 이런 콘셉트를 택한 이유는 뭔가요?

박: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자동차 내부의 공간 활용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운전자가 그만큼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그러려면 비좁아선 안 된다고 판단해 재규어 XJ계열의 세단을 대상으로 삼았어요. 야누스는 로마신화의 신이지만, 사회적 의미로는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죠. 저는 XJ-야누스를 통해 XJ계열의 고급스러움과 재규어 세단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인 스포티한 드라이빙(역동성)을 하나의 차 안에 담고 싶었습니다.
최: 재규어의 전문가들은 이미 수없이 많은 학생 및 지원자들의 작품을 봤겠죠. 때문에 독창적인 ‘나만의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셜록 홈즈는 사립탐정 캐릭터로 섬세하고 우아한 동시에 공격적이고 미치광이 같은 면모도 갖고 있어요. 재규어는 공격성과 신사적인 면을 동시에 갖춘 자동차 브랜드여서 셜록 홈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 콘셉트에는 ‘자율주행시대’라는 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냥 미래가 아닌 ‘자율주행시대에도 빛나는 재규어의 미래’라는 거죠. 이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 자율주행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저는 운전자가 어느 정도 운전을 하는 단계를 설정해 작업했습니다. 아무리 자율주행시대라 해도 운전자는 운전 고유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 하니까요. 그게 재규어가 강조하는 역동성과 맞아떨어지기도 하고요. 충격흡수장치인 서스펜션을 뒷자석에 배치해 탑승자 입장에서는 비행기 일등석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자 했고,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어요. 재규어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겨냥한 콘셉트였는데, 하나의 자동차가 상반되는 두 가지 면모를 가진 걸 ‘야누스’에 비유해 표현한 겁니다.
최: 셜록 콘셉트는 제가 생각한 자율주행시대의 재규어에 잘 맞았어요.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자동차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은 운전자와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분리되면 자동차 본래의 목적성이 흐릿해진다고 생각해요. 셜록 홈즈도 왓슨이라는 동료와 함께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잖아요? 저는 W-Type을 왓슨에 이은 또 다른 셜록 홈즈의 동료라고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차량 내부 인테리어 앞부분은 운전자 혼자 탈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마치 셜록의 사무실 같은 공간이죠. 반면 뒤는 왓슨이나 그 밖 동료들의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셜록의 앞부분과 왓슨 및 동료의 뒷부분이 계속 소통을 이루면서 드라이빙하는 모습을 디자인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셜록이 물고 다니는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차체의 볼륨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리어펜더의 볼륨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앞부분은 셜록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연상되도록 함과 동시에 재규어가 지금껏 유지해온 앞부분의 공격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했고요.

Q 기발하면서도 꼼꼼한 콘셉트가 인상적이네요. 그동안의 노력이 느껴집니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둘은 협력 관계였나요? 아니면 라이벌?

박: 한 달 정도 같이 대회를 같이 준비했는데, 서로의 콘셉트에 조언을 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연습도 같이 했습니다. 수상자를 가리는 대회니만큼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협력 관계였죠.
최: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동료의 입장에서 오히려 조언을 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서로 소통을 많이 하고 조언을 잘 받아들였기 때문에 대회를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Q 두 분은 이제 4학년이죠. 산업디자인, 그중에서도 특히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진로를 찾다가 디자인 분야를 알게 되었는데, 특히 산업디자인에 끌렸어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 아웃풋을 내기 위해 수만 번의 스케치를 그려야 하고, 조형물을 만들고, 이를 평가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 자체가 매혹적으로 느껴졌어요. 그중에서도 자동차 디자인을 주 전공으로 결정한 건 ‘아이디엠’이라는 학회 덕분이었어요. 학회에서는 환경과 제품, 자동차 등으로 파트를 나누어 디자인을 연구했는데, 우연히 본 선배의 자동차 스케치가 너무 멋졌어요. 웃긴 이야기지만, 그 스케치에 반해서 자동차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 미술은 물론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는데 디자인을 한다면 이런 제 관심사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중 산업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산업인 동시에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분야라고 생각해서예요. 자동차 디자인을 택한 것도 마찬가지죠.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의 일부분인 동시에 굉장히 예술적이거든요. 자동차 디자인을 하려면 조형을 다루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하는 데 순수미술부터 건축과 철학, 조형물 등 다양한 분야가 영감을 줄 수 있어요. 이런 예술적인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서 산업의 대표적인 제품인 자동차를 만든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1. 박하완 학생의 XJ-야누스는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의 공존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2. 최정미 학생은 셜록 홈즈 이미지를 활용한 W-Type으로 호평 을 받았다.

Q 두 분의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박: 시간이 흘러도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재규어의 E-타입이나 시트로엥의 디에스 시리즈처럼 말이죠. 제 평생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차를 만들 수 있다면 행복할 거예요.
최: 사람들이 ‘자동차 안에서 어떻게 이런 것들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어요. 단순한 운송수단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삶의 일부가 되는 자동차 말이죠. 자동차가 삶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겠죠. 지금 당장의 계획이라면 제가 여태껏 해온 공부를 써먹을 수 있는 곳에 취업하는 거예요. 제 생각에 성공한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에서도 쓸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인터뷰하는 내내 최정미・박하완 학생의 말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읽혔다. 그 갈망과 열정은 그들의 작업물에서도 마찬가지도 느껴졌다. 박하완 학생은 디자인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소설가가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디자인이라는 이야기에 담아 상대방에게 똑같이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최정미 학생에게 디자인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이라는 것. 그들에게 디자인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일은 아닐까. 잘 풀릴 수만은 없겠지만, 이 재미난 일을 그들이 놓을 리는 없을 듯하다. 그들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을 그날을 기다린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