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HYU학술상의 HYU과학상은 양자정보이론을 연구하는 응용수학과 배준우 교수에게 돌아갔다. 19세기의 전자기학(물리학)이 20세기의 정보이론(응용수학) 덕분에 21세기 IT산업(공학)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양자정보이론은 20세기의 양자이론을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산업으로 제시할 학문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수학과 물리학, 공학적 관점 융합

물리학의 고유한 영역이자, 어렵기로 정평이 난 양자역학. 이제 양자역학을 응용한 정보통신개발은 국가 R&D의 최전선에 있다. 양자정보통신의 경우 이미 2012년에 지식경제부의 ‘IT 10대 핵심기술’에 선정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 컴퓨터를 비롯한 양자산업 육성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배준우 교수는 바로 이 양자정보통신의 이론, 즉 양자정보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양자정보이론 분야의 최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열린 ERICA학술상에서 HYU학술상 부문의 HYU과학상을 수상했다.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양자국소 연산 및 고전통신을 이용한 양자회로 게이트 구별’이라는 논문을 2015년 발표했고, 2016년에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양자채널 분리 가능성에 대한 정보이론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공동연구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2015년에 발표한 논문은 양자 컴퓨터의 회로에 잡음이 있는 게이트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2016년 논문은 양자채널 분리에 대한 정보이론적 이해를 제공합니다. 양자정보이론을 통해 양자세계에서 일어나는, 혹은 양자세계를 이용한 정보처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양자정보통신은 미래의 공학입니다.”
양자정보이론은 1990년대 중반, 양자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의 개발로 현대 암호의 보안성이 위협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름 그대로 양자이론에 기반을 둔 정보이론이기 때문에 수학뿐 아니라 물리학, 공학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배 교수는 수학과 학부생 시절 물리학을 부전공하며 양자역학을 접한 뒤, 양자역학과 수학의 연관성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한다.
“제가 연구하는 양자정보이론은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을 활용하고 공학적인 관점을 요구합니다. 미래 IT분야로서 양자정보기술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양자정보이론 난제 해결

배 교수는 양자정보이론 난제 목록에 이름을 올린 ‘현재까지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양자정보이론 난제목록은 2000년대 초반 양자정보이론의 손꼽히는 대가이자 현재 독일 하노버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베르너 (R. F. Werner) 교수가 창안한 것으로, 학계 발전을 도모하고자 전 세계 연구자들이 난제 제안 및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한 양자정보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등재된 총 43개의 난제 중 해결된 것은 10개 미만이다.
이 중 배 교수는 22번 난제의 해결자이다. 22번 난제는 양자상태를 임의의 개수대로 복제하는 것과 양자상태로부터 정보를 얻는 측정 과정은 동등하다는 가설이다. 2005년 배 교수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 그의 지도교수는 배 교수를 포함한 공동연구자에게 22번 난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그렇게 난제 해결을 향한 첫걸음이 시작된 것. 당시 공동연구자들의 연구토론은 수학 분야의 오랜 연구결과부터 최근 양자정보이론의 연구결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배 교수는 22번 난제에 답할 수 있는 놀랍고도 간단한 방법을 찾았다.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길을 찾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길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22번 난제의 경우, ‘양자 얽힘’이라는 난해한 개념을 통신모델에 적용했고 덕분에 해결 가능한 수학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찾은 한 가지 길입니다.”
배 교수의 또 다른 업적은 2007년 양자암호의 보안성 증명을 완성한 것이다. 양자암호의 도청에서 양자 메모리의 필요성을 수학 문제로 표현해 2006년 가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양자정보 난제 세션에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때마침 청중 중에는 양자정보이론 난제를 운영하는 베르너 교수가 있었다. 그는 배 교수에게 이를 난제 목록에 올리도록 권유했다. 이렇게 제안하게 된 31번 난제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상태. 배 교수의 연구그룹에는 이 난제의 해결자를 꿈꾸며 참여한 수학 강국 인도 출신의 연구원도 있다.

미래 산업을 이끄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길

미래 공학의 기반이 될 양자정보이론의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배 교수. 이를테면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샤논의 연구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현재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것처럼, 본인의 연구도 그렇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19세기 전자기학 이후 20세기 양자이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세기 전자기학이 21세기 IT의 기초 물리학이었듯이, 20세기 양자이론은 미래 양자산업의 기초 물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는 양자이론을 양자산업으로 이끄는 이론, 즉 양자정보이론이 필요합니다. 제 연구는 양자이론을 미래 산업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