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과 웹을 통해 볼 수 있는 짧은 분량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칠십이초는 이러한 초압축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곳으로 2015년 <72초>라는 드라마와 함께 등장했다. ERICA 동문이자 ㈜칠십이초에서 감독 겸 배우로 활약 중인 진경환 씨를 만나 ‘72초의 마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양한 감각이 조화롭게 엮인 72초 드라마

심상치 않은 인기다. 속도감 넘치는 편집과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된 촬영기법, 내레이션 중심의 구성 등으로 대변되는 ㈜칠십이초(이하 칠십이초)의 콘텐츠는 최근 2030 세대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2015년 혼자 사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72초> 시리즈 이래, 30대 직장인의 연애사를 그린 <오구실>, 20대 여성 두 명이 등장하는 <두 여자> 등 여러 콘텐츠를 히트시켰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살짝 비틀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그들 작품의 특징.
<72초>와 <두 여자> 등의 연출가이지만 배우(<72초>에서 ‘도루묵’ 역)로도 출연한 진경환 감독은 칠십이초의 창립멤버로 전신이었던 공연 콘텐츠 회사 ‘인더비’의 멤버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공연이론을 전공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인더비에서 활동하다 문득 드라마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프랑스에서 본 <브레프>라는 초압축 시트콤이 생각났어요. 1~2분 동안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형식이었는데, 여기서 착안해 <72초>를 만들게 됐죠.”
그런데 왜 72초였을까. 처음으로 제작한 드라마가 대략 1분 40초 분량이었는데, 제목을 100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흔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고민 끝에 1에서 100까지를 다 불러봤는데 ‘72’라는 숫자가 가장 신선하면서도 입에 잘 붙었다는 것. 시험 삼아 만든 드라마 콘텐츠의 반응은 뜨거웠다. 회사 내부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진경환 감독을 포함한 인더비 핵심 멤버 5인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다시 설립하게 된다. 그게 바로 칠십이초의 시작이다.
“우리 콘텐츠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동하는 도중이나 자투리 시간에 작품들을 봐요.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어야 하죠. 빠른 전개 속도와 눈에 확 띄는 기발하고 다양한 구성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볼 일이 급한 주인공 도루묵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하지만 소변기는 이미 만석 상태. 그는 좀 더 빠르게 볼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한다. 머릿속 사람들의 생각은 현실과는 달리 더 과감하기 마련. ‘이리로 옮기면 더 빠르게 볼 수 있을까, 저 남자는 좀 눈빛이 이상한데?’ 진경환 감독은 주인공의 복잡한 고민과 생각들을 홈쇼핑, 뮤지컬 등 다채로운 화면까지 가미해 빠른 속도의 내레이션으로 보여주었다. 그 기발한 감각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다. 진경환 감독은 기존 TV에서 반복되는 대본 위주의 작품보다는 다양한 감각이 조화롭게 엮인 작품들에 관심이 많았다.
“텍스트뿐 아니라 그림, 소리 등 작품 안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 모든 요소가 짧은 시간 동안 잘 어우러져야 보는 이들의 반응도 좋기 마련이에요.”

칠십이초에서 진경환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연기도 겸한다. 실제 전문배우는 물론 진경환 감독 같은 칠십이초 직원들도 출연해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칠십이초 콘텐츠 의 매력 중 하나로 손꼽힌다.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보는 힘

진경환 감독은 그동안 한 길이 아닌 다양한 길에서 자신의 인장을 찍어왔다. ERICA에서 프랑스학과를 전공했지만, 프랑스에서는 공연이론을 공부했고, 그러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현재까지 드라마 콘텐츠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한 것 같네요. 특별한 재능은 없었지만,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진경환 감독은 ERICA 재학 시절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밤을 새워가며 경쟁을 해보기도 했지만, 엘리트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때 그는 누군가를 뛰어넘으려고 하기보다는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자고 결심했다. 그건 끊임없이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고 싶어 하는 그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저는 평범한 일상을 단면이 아닌 여러 각도로 보는 것이 좋아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보기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 신선한 체험을 콘텐츠로 보여주고 싶어요.”
칠십이초와 진경환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다른 행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것. 세기의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에게 연출은 정반대의 작업이다. 멀리서 보면 평범하고 비극적으로 보이는 일상이,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보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로 가득한지 보여주는 작업인 셈이다. 앞으로 그는 우리의 일상들에 얼마나 많은 마법을 부릴까. 그의 머리와 손끝에서 탄생할 일상의 마법들을 기대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