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건축을 고민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맞추어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건축학부 태성호 교수는 그에 못지않게, 어떠한 재료와 기술을 결합해야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구현할 수 있는지 설계 단계부터 평가하는 기술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건축을 제안하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지속가능한 건축이란?

지난 9월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0월,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주에 일주일이 넘도록 대형 산불이 번졌다. 캘리포니아에는 지난 3월 이후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 매우 건조한 상태였고, 이는 지난 허리케인과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불편한 진실이라며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 세계적으로 성찰력을 발휘해 후대를 위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 분야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건축물은 건축 단계부터 사용 및 폐기의 전 과정에 걸쳐 막대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CO₂와 폐기물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건축은 어떤 건축일까. 친환경 건축재료로 지으면 될까, 아니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했다고 홍보하는 에너지 절감 빌딩을 말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녹음이 우거진 전원 속에 지어진 그림 같은 생태주택을 말하는 것일까.

주택 건축재료 및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평가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태성호 교수는 지속가능한 건축은 환경성, 경제성, 사회성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사용량, 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성뿐 아니라 비용이라는 경제성, 그리고 삶의 질, 거주성능이라는 사회성을 종합적으로 두루 갖춰야 지속가능한 건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건축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농산물에 붙는 친환경 인증마크처럼, 건축에도 친환경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예를 들어 미국에는 리드(LEED), 영국에는 브리엄(BREEAM), 일본에는 캐스비(CASBEE), 국내에는 지시드(G-SEED)라는 녹색건축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건축물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려면 어떤 건물이 친환경 건축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태성호 교수의 주 연구 분야가 바로 이러한 평가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정량적인 평가방법에 근거해 설계해야 체계적으로 지속가능한 건축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평가기술을 연구하는 연구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친환경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태 교수는 2005년 한양대학교 친환경건축연구센터에 연구 조교수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평가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그러니 그를 평가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평가방법을 구축하겠다는 태 교수의 연구 열정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곧 지속했다. 그리고 국제저널에 다수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그 열정을 인정받았다.

이미 올해 들어서만 건설환경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SCI) 저널인 ‘신재생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리뷰(Renewable & Sustainable Energy Reviews)’에 4편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 중 지난 9월에는 2편의 논문을 게재했는데, 한 건은 건축재료에서 건축물로 연결되는 멀티스케일 규모의 평가방법을 제안했다.

“현재는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재료 개발과 건축물 평가가 각각 별도로 시행되고 있는데, 건축재료에 대한 친환경적 선택이 친환경 건축물을 건설하고, 이러한 건축물들이 모여 친환경 도시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같은 달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는 장수명 건축물을 위한 내구성 설계와 친환경 설계를 결합한 친환경 내구 설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즉, 개별적으로 인식됐던 내구성 설계와 친환경 설계 개념을 결합해 오래 사용하면서 지속가능한 건축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건축물의 환경성, 경제성 등을 개별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제 연구의 차별점은 멀티스케일의 통합적인 지속가능성 평가기술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2014년 국토교통부장관상 수상

국내 친환경 건축물 평가 시스템은 2013년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에서 녹색건축인증제도(G-SEED)로 바뀌었다.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반영하고,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인증제도는 꾸준히 보완, 개선돼야 한다. 그래서 지난 2016년에도 한 차례 더 정비됐다. 그때마다 태 교수는 인증제도 정비를 위한 연구에 참여하며 환경영향 평가 부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 개정된 녹색건축인증제도에는 그동안 태 교수가 제안해오던 건축물의 전 과정 평가(LCA)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건축물도 사람처럼 탄생에서 폐기까지 생의 주기를 갖고 있다. 전 과정 평가는 탄소 배출량이나 산성화 등 환경영향을 생산단계, 시공단계, 사용단계, 폐기단계에 이르는 건축물의 전 생애 관점에서 평가한다. 기존에는 주로 사용단계에서의 에너지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감이 없지 않았다.

“하나의 건축물을 구성하기 위해 생산되는 재료부터 전 생애 관점에서 평가해야,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 건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를 절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겠지만, 고기능성 창호 등 신규 재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됩니다. 사용단계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만 급급하면 전 생애 관점에서 볼 때 풍선효과를 야기하는 거죠.”

하지만 2016년 녹색건축인증제도가 재정비됐을 당시만 해도 건축물의 전 과정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준비되지 않았다. 이에 태 교수는 신속히 전 과정 평가방법을 제안해 녹색건축인증제도가 실질적인 평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지속가능한 건축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최근 태 교수는 녹색건축물 관련 단체로부터 건축물의 전 과정 평가에 대한 강연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업계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기에, 이제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는 인식의 저변 확대를 위해 그동안 태 교수가 동분서주한 덕분일 것이다. 태 교수의 다음 목표는 지금까지 연구한 건축재료 및 건축물 레벨의 지속가능성 평가기술을 도시 개념으로 확대해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건축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태 교수의 연구 열정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