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기술을 통하여, 네팔 고산지대 마을에 빛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ERICA 공학봉사단은 배워서 남 주는 적정기술을 통해 빛뿐 아니라 희망을 만들어간다.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나누며 소통하고 있을까.

 

 

자립을 위한 봉사

ERICA 공학봉사단은 겨울방학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을 방문해 공학 기술을 이용한 봉사를 하는 단체다. 현재까지는 주로 네팔의 고산지대를 찾았는데, 2012년 팅간 지역(2.13~2.21)을 시작으로 2013년 콜콥(1.28~2.4), 2015년 가디・팅간(1.26~2.3), 2016년 나르자만답 누와콧(1.4~1.11), 2017년 만탈리(1.31~2.8) 지역을 거쳤다. 낯선 타국의 고산지대, 그것도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사서 고생을 하는’ 공학봉사단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재료화학공학과 이선영 교수가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으며 말을 꺼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한 네팔 학생의 제안에서 시작됐죠. 본인 나라의 사정이 열악하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서울대학교 봉사단만 가다가, 이후 2011년 말에 서울대학교와 경상대학교, 한양대학교 ERICA가 연합한 ‘글로벌 솔라 봉사단’이 조직되어 네팔을 가게 됐어요. ERICA에서는 제가 단장을 맡아 공학을 공부하는 학부생, 대학원들과 함께 공학봉사단을 꾸려 참여했지요.”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인 히말라야 산맥 중앙부의 남쪽 반을 차지하는 내륙국가이자,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할 정도로 지형이 험악한 산악국가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산세가 험한 지역이 많다 보니 네팔 정부에서도 미처 손쓰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고산지대 마을 중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은 날이 어두워지면 자고, 밝아지면 다시 일하러 나가는 생활방식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주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참여를 기반으로 스스로 일어서야 하니까요.”

공학봉사단은 2012년 첫해에 네팔 팅간 지역을 방문해 5킬로와트 상당의 태양광 발전 및 충전 시스템을 제공했다. 단원들은 각 호마다 3구씩의 LED 전구를 직접 설치했다. 태양전지 판넬과 전봇대 등은 봉사단에서 제공하되, 마을 주민들이 직접 설치했다.

“함께 도와가며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들의 마을이니까 말이죠. 우리가 봉사 가기 전, 주민들은 마을 안에 들어올 전력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소 건물을 미리 만들어주셨어요. 덕분에 봉사단은 원활하게 전력을 공급・설치했고, 마을 주민들은 그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죠.”

소통을 통해 적정기술을 전하다


2013년 콜콥 지역에서는 소수력 발전과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을 모두 설치했고, LED 조명 개수도 늘렸으며, 가옥 내부에 온돌을 제작하고 그 기술을 주민들에게 전수하기도 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이런 내용을 기반으로 바이오에너지시스템과 백신냉장고 등을 새롭게 설치했다.

봉사 범위는 그 밖에도 넓고도 다양했다. 네팔 아이들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과학 캠프, 의료 시설이 마땅치 않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카트만두의 의사들을 초빙해 진행한 백신 캠프 등도 2012년부터 2017년 최근까지 꾸준히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적정기술이란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이라고도 하죠. 핵심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요.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문화적・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죠.”

공학봉사단은 2012년 조직된 이래 5년 동안 네팔 지역에 적정기술을 전하며 도움이 되려 힘썼다. 하지만 그건 일방적인 전달이라기보단 이 교수의 말처럼 교류와 소통에 가까웠다. 이 교수는 자신들도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받았고 학생과 교수 간에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특히 공학봉사단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값진 체험을 경험한 학생들은 네팔에서의 일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마을로 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난해서 시작부터 쉽지 않았어요. 지반이 약하다 보니 작업 환경도 까다로운 편이었고요. 물론 재미난 일도 많았어요. 마을에서는 닭이나 염소 같은 가축을 방목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작업을 할 때면 근처를 기웃거리는 녀석들이 많았죠.”(임태엽 학생, 재료화학공학과 13, 2017년 참여)

“제가 갔을 때는 가이드가 따로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길을 만들어서 올라갔으니까요. 마을 분들이랑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전기를 설치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고요. 그래도 현지 주민들이 착하고 좋은 분들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죠. 블랙티나 꿀, 음식 등을 가져다 주시는 게 참 고마웠어요.”(최다현 학생, 재료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2013년 참여)

해가 지면 엄청난 추위가 찾아왔지만, 온수는 언감생심이었다. 그 밖에도 불편한 점을 꼽자면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행복하게 한 건 마을 주민들과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적정기술이란 건결국 현지 분들과의 협의, 소통이 가장 중요해요. 현지에서는 어떤 걸 원하고 무얼 준비해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는지 분명히 이야기 나누어야 제대로 된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이 교수는 협의와 소통을 통해 적정기술을 전한 봉사활동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고 감명을 받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마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자,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며 유행하는 옷을 입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통해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 교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희망을 전하는 공학봉사단

이 교수는 공학봉사단은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여기까지 걸어왔다며 많은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매년 이 봉사단을 아낌없이 지원

해주신 공학대학 학장님과 공학교육혁신센터, CK사업단, 링크사업단 등 ERICA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을 돕고 또한 교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학 봉사단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 교수는 재료화학공학과 강의는 물론, 학생들의 진로 상담도 챙기고 있다. 그러면서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말과 행동이 맞지 않다면 소용이 없잖아요. 작은 행동과 실천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학생들은 알아서 깨우칠 거라고 생각해요.”

2015년 4월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km, 포카라에서 동쪽으로 68km 떨어진 지점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8의 강진으로 1만 700여 명이 사망해 1934년 대지진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2016년 1월 방문한 나르자만답 누와콧 역시 건물이 무너져 있는 등 지진 피해가 확연했다. 공학봉사단은 그 마을에서 무너진 건물들을 다시 세우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외벽에 벽화를 그렸다. 미키마우스와 기린, 푸르게 무성한 풀과 나무도 그려 넣었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그림 속 풍경처럼 밝게 웃고 있었다. 이선영 교수를 비롯한 공학봉사단이 바라는 바 또한 그러한 희망은 아니었을까.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