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은 희망에 비해 훨씬 넓고 쉬운 길입니다.”

무료법률상담서비스를 진행하는 한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비관은 넓고 쉬운 길을 지나도 만날 수 있지만, 희망은 아주 좁디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남을 돕는 일 역시 마찬가지. 나 혼자 뭘 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희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은 가느다란 길 너머에 있다.

꾸준한 시도가 만들어내는 변화
왜 우리는 남을 돕는 걸까? 돕는다고 희망이 되기는 할까? 몇 년 전 태국의 한 보험사 광고가 세계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광고 속 사내는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물질적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노점상 아주머니의 리어카를 끌어주고, 배고파 보이는 떠돌이 개에게 닭다리를 건넨다. 길 한편에 앉아 도움을 기다리는 모녀에게는 돈을 건네고, 독거노인의 집에는 살포시 바나나를 갖다놓는다. 주변 사람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버릇만 나빠진다, 그래봐야 좋아질 것 없다는 반응.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주변 반응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일을 꾸준하고 차분하게 해나간다.
그의 선행을 받아들이게 된 이들은 덕분에 차츰 변화하기 시작한다. 노점상 아주머니는 한결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됐고, 떠돌이 개나 독거노인은 더 이상 배를 굶지 않는다. 그리고 길가에서 엄마와 함께 구걸을 하던 어린 소녀는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한 사람의 시도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프로보노들의 따뜻한 이야기
이번 겨울호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변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프로보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Editor’s Talk에서는 공학봉사단을 만나본다. 공학봉사단은 2012년부터 네팔 지역 곳곳을 방문하여 밝은 빛과 더불어 희망을 만들어냈다. 일회성 봉사가 아니라 현지 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한다는 단장 이선영 교수의 말에서 우리는 봉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안전손수레를 만든 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이성식 교수와의 인터뷰 글에서는 단순히 멋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쓰다듬는 디자인과 만날 수 있다. 제5회 산업통상자원부 공공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팀과의 대화에서는 색각이상자의 불편사항을 예리하게 포착해 아이디어로 재탄생시킨 학생들을 만난다.
책에 소개된 이들은 내 주변 누군가의 불편,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의 불편, 더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 곳곳의 불편을 헤아리고 살핀다. 어려운 상황이 속출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시도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아니다. 작은 재주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프로보노’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조금씩 더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