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만나.” “내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좀 눌러줘.” “어제 그 유튜브 영상 봤어?”
여기, ‘소셜미디어’라 불리는 어떤 세계가 있다.
사용자는 웹 환경을 통해 자발적으로 개인의 생각과 정보 등을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고, 다른 사용자와 관계를 생성하고 확장시킨다.
이전의 모든 세계를 흡수하며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이 새로운 세계를 살펴본다.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

소셜미디어가 나타나기 전,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신문, 방송 등)와 퍼스널미디어(휴대폰) 등 두 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나타나 이 모든 것을 흡수해버렸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를 찾았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정의는 스무 개가 넘습니다. 그중 제가 좋아하는 건 ‘인터넷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가치를 공동으로 창조하는 매체이자 수단’이란 정의예요.”

그 가치는 기사나 동영상일 수도, 친구 관계일 수도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신문기사 등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어떤 가치’를 만들어나간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던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소셜미디어에서는 오로지 사용자만 존재한다. 각 사용자는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누구의 지시에 따르기보단,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의 공간이 소셜미디어인 셈이다.

관심과 인정, 화폐 이상의 가치

윤영민 교수는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관심과 인정 욕구’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글과 사진,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이유는 바로 관심을 받고, 인정받기 위한 경우가 많아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죠.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좋아요’를 받기 위해 기업은 돈을 들여 광고를 제작하고 동영상을 만들어 올립니다. 이것들은 소셜미디어 안에서 화폐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주목할 만한 건 젊은 세대들의 폭발적인 호응과 적응력이다. 그들의 활발한 참여와 소통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를 창출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급성장했다.

“10~20대 때는 공감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합니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때잖아요.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그들에게 좋은 소통 창구가 되어준 거예요. 직접 만나지 않고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가 산업화로 재편된 이후, 사람들은 주변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주고받았다.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는 화폐경제의 시대였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 견고한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페이스북을 만든 이유는 선물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돈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 같은 중요한 가치가 공유되고 배분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자본주의 체제는 등가교환과 화폐경제가 지배하는 시장경제다.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그런 ‘시장의 지배’를 받지 않는 선물경제라는 체제 바깥 영역의 등장을 알렸다. 화폐 없이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 애정으로도 이 세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선물경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체제가 가능한 건 ‘소셜미디어’와 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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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윤영민 교수가 지적한 소셜미디어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뿐 아니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 역시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영화평론가의 글에 의지해 영화를 선택하고, 전문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링크 기능을 통해 석사 논문과 대법원 판례 같은 전문자료를 공유합니다.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범위도 넓고, 그 양도 거대해지면서 이제는 전문가들의 ‘말’이 잘 안 먹혀요.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지식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곳곳에 존재하니까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 어린 10대부터 노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할 뿐 아니라 변호사, 교수, 학생, 의사 등 직업군도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소셜미디어’의 세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윤영민 교수는 이런 광범위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 내에서 ‘집단지성’이 가능한지 실험한 바 있다.

“2010년 무렵 ‘정보사회학’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땠는지 아세요?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년 내내 훌륭한 고담준론이 오갔습니다. 전 이때 소셜미디어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봤어요.”

윤영민 교수는 이때의 놀라운 대화들을 거의 있는 그대로 살려 2011년에 <Dialogue 소셜미디어와 집단지성> (전 2권, 한양대학교출판부)이란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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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민 교수는 정보사회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문제를 깨닫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하기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윤영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외로움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외로움과 고립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이를 통해 사람은 생각과 행동을 다시 되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외로움을 잃어버린 세대’예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지하철과 버스 안 청년들을 가만히 살펴보라. 대다수가 고개 숙여 조그만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건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보단,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일은 이제 흔한 사례가 됐다. 온라인으로는 온갖 관계를 맺으면서도,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어느 누구와 쉽게 소통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체에서는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시도 눈을 못 떼게 흥미롭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죠. 전 그게 소셜미디어의 함정이라고 봐요. 거기에 빠지면 사람들은 문제의 일부분이 되어, 자신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윤영민 교수는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소셜미디어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소셜미디어로만 뒤덮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우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나, 그리고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문제를 깨닫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