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면 대개 사람들은 향수가 짙어지기 마련이다. 집과 가족은 물론 자신의 언어로 소통했던 사람들, 거리 그리고 음식 냄새까지. 안산시 원곡동에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다문화음식거리가 있다. 안산의 외국인 거주자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고향 음식을 먹고, 동향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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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속 국경 없는 마을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내려 원곡본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낯선 언어의 간판들이 눈에 띈다. 중국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언어가 뒤섞인 간판들. 한국말로 적힌 말들 대부분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베트남’ 등 국가명을 표기한 것들이다. 이국적인 음식 냄새들은 지나다니는 사람의 신경을 깨운다. 거리를 걷는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전통의상을 입은 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안산은 수도권 지역의 인구 과밀 해소와 산업 분산을 위해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로 개발되면서 서해안 산업벨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 발전된 여러 산업으로 각국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유입되었다. 현재는 70여 개국의 7만 여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일명 ‘국경 없는 마을’이라 불린다.

2009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일대는 ‘다문화 특구’로 지정되었다. 다문화 특구에는 우리말보다 외국어로 된 간판이 더 많다. 외국인만을 위한 주민센터가 있으며, 세계 각국의 방향과 그곳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다. 때문에 이곳은 ‘세계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거주 외국인 수가 늘어나자, 다문화특구 가게들의 타깃은 원주민에서 이주민으로 바뀌었다. 각종 간판이 외국어로 표기되어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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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음식거리에 가면

다문화특구에 속해 있는 다문화음식거리는 안산역 맞은편에 위치해 있으며 이국적인 음식과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통합된 아사아를 표방한 듯, 아시아의 많은 나라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돈과 시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아시아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70여 개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분포해 있는 만큼 음식 역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쌀국수와 만두, 팟타이처럼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음식들도 있지만 프러프(우즈베키스탄), 나시고렝(인도네시아), 발롯(필리핀), 취두부(중국)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아시아권 음식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서 영업 중인 다국적 상점은 중국식당 50여 개, 중국식품점 20여 개에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이란, 베트남, 러시아 등의 음식점 및 식품점을 합쳐 대략 110여 개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인 만큼 누군가에게는 모양이나 향이 낯설고 이국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게 안산 다문화음식거리는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며 음식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 덕분이다.

반면, 이곳을 찾는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이 거리는 고향의 맛, ‘소울푸드’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또한 모국의 언어로 된 간판과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국어로 된 TV 방송을 볼 수 있으며, 모국 음식은 물론 식자재까지 구매할 수 있다.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휴대폰 대리점과 PC방도 있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영화 <망종>에는 동그랗게 뜬 달 아래, 고향을 그리워하며 처연하게 노래를 부르는 여인이 나온다. 그 노래 안에는 온갖 사연과 고민들이 꾹꾹 눌려 담겨 있다. 어쩌면 다문화음식거리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 거주자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안산 다문화음식거리는 사람들의 사연을 싣고 오늘도 유유히 흐른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