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고까지 불렸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우리 삶의 모습은 세대를 넘어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대학을 나와 취업하고 결혼, 출산, 양육 그리고 내 집 마련. 인생 별거 없다며,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을 인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 달라졌다.

피규어 대통령 CW레스토랑의 조웅 대표를 만나다

‘You Only Live Once’, 최근 YOLO가 하나의 생활 트렌드로 떠오르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YOLO를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인 YOLO를 추구하며 현대인들은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보다는 ‘나’를,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YOLO를 말할 때 우리는 최상의 경지를 ‘덕업일치’라고도 하는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취미가 자신의 본업과 관련된 경우를 말한다. (일본어 ‘오타쿠’를 우리식으로 다시 표현한 단어인 ‘덕후’와 ‘본업’이 일치한다는 합성어)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말도 종종 쓴다.

이번 호 HY-ERICA에서는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것을 넘어 성공을 이끌어낸 ‘덕업일치’, ‘성덕’의 대명사로 유명한 CW 레스토랑의 조웅 대표를 만나 YOLO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미가 인생의 목표로

황정연 | 레스토랑의 규모가 정말 커서 놀랐다. 그리고 감각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피규어의 개수나 퀄리티도 이 캐릭터들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이렇게 피규어를 많이 모으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

조웅 | 원래부터 수집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였는데, 큰 화면에 펼쳐지는 영화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빠지게 되었다. 이후 나도 저런 멋있는 로봇을 디자인해야지 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소위 영화마니아가 된 것 같다. 디자인 공부를 하며 장차 영화카페를 내야겠다는 꿈을 꾸었고, 이것 때문에 영화에 관련한 포스터나 DVD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국여행에서 우연히 들리게 된 장난감 가게에서 처음으로 피규어를 접했는데 내가 알던 평범한 장난감과는 달랐다. 정말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테일에 감동을 느끼고 이것이 내가 꿈꾸는 장소에 가장 적합한 수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후 10여 년 동안 피규어 수집에 몰입하게 되었다.

황정연 | 10여 년 동안 모아왔으면 피규어 개수가 엄청날 것 같은데, 이중에 특별히 애정이 가는 피규어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나?

조웅 모든 피규어가 다 애착이 가고 소중하지만, 자주 얘기하는 몇 가지들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스타워즈’인데, 그 속에 R2-D2라는 캐릭터가 있다. 구입 당시 한정판이었고, 가격이 굉장히 높았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차를 사려고 모아두었던 2000만 원을 들여 구매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가격은 굉장히 아주 저렴했지만 구하는데 굉장히 애를 먹어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시네마천국’이라는 영화에 등장했던 것과 동일한 영사기가 바로 그것이다. ‘시네마천국’이 워낙 오래전에 나온 영화여서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렵게 고화질 버전의 영화를 구해 해당 장면을 확대해보며 수천 가지의 모델을 직접 비교해보았고, 그 결과 독일에서 오래전에 단종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걸 몇 년 동안 구하러 다니다가 포기하려던 차에, 독일의 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안을 정리하면서 잡동사니를 팔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속에서 단돈 1달러에 판매하는 영사기를 발견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얽힌 이야기를 다 하자면 몇 날 며칠을 들여도 부족할 거다. 내 20대 청춘을 다 피규어에 바쳤으니까.

황정연 | 그럼 그렇게 모은 피규어를 어떻게 레스토랑에 접목해서 복합문화공간을 내게 됐는지? 처음에는 영화카페가 목표 아니었나?

조웅 | 사실 정말 친한 친구들, 심지어 당시 사귀는 사이였던 연인조차도 내가 피규어를 수집한다는 것을 몰랐을 만큼 주변에 숨겼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피규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고, 모으는 사람들을 소위 ‘오타쿠’라고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내 꿈은 이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부끄러워서 숨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뚜렷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밥을 함께 먹을 기회가 생겼는데 친구들이 피규어를 보며 추억에 잠겨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음식과 피규어가 함께하는 문화공간이 내 꿈을 실현시키기에 가장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ri_Summer_02_02건강한 YOLO

황정연 | 대표님은 취미와 일상생활을 완벽히 동일화시킨, 어쩌면 YOLO 라이프를 원하는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정말 부러운 존재인 것 같다. 이 공간을 꾸리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조웅 | 디자인을 정말 좋아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광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했었다. 하지만 실제 업계는 내가 꿈꿔왔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 내가 원하는 광고를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여건 또한 아니었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일이었고, 배우는 보람과 재미가 컸지만 피규어를 이용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내 최종 목표였기에 결국 돌고 돌아 지금의 생활에 이르게 된 것 같다.

황정연 | 10여 년 동안 디자이너 일과 취미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피규어 수집 자체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원하는 물건을 다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아마 YOLO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본다면 대표님은 충분한 재력이 뒷받침해주었기에 이런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것 같다.

조웅 | 실제로 주변에는 나를 재벌 2세나 경산의 재력가쯤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예전에는 오해를 풀려 많은 얘기를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부자로 생각해주신다면 나쁠 것 없지’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디자이너로 일하는 시절 받는 월급의 대부분을 피규어 수집에 투자하고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에 대한 소비를 줄여가며 피규어에 정말 미친 듯이 몰두했다. 지금에 와서 똑같이 생활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이다.

황정연 | 대표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지만, 잘나가는 디자이너의 자리를 포기하고 이 공간을 꾸리면서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는지?

조웅 | 우려하는 목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아버지께서 내가 피규어 수집에 미친 듯이 몰두하자 처음으로 ‘이건 아니지 않냐, 웅아’하며 난생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나에게 기폭장치가 된 것 같다. 아버지께 이 취미를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문화로 만들겠다고 선언을 하고 지금은 실제 나의 꿈을 이루었다. 디자이너의 자리를 포기하는 것도 굉장히 아쉬웠지만, 내 최종목표는 지금의 CW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황정연 | YOLO 라이프를 즐기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힘들어 하거나 도피처로서 현재만을 즐기며 YOLO를 추구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대표님의 인생은 바람직한 YOLO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조웅 | 가장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에 그걸 다 참아가며 피규어 수집에 완전 몰두했는데,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YOLO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 생활을 충분히 챙기고 취미에 어느 정도 투자하며 그에 행복감을 얻는다면 그 자체가 YOLO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무엇이던 내 인생의 활력을 주는 존재를 내 삶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 즐긴다면 그게 바로 건강한 YOLO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ri_Summer_02_03황정연 | 그렇다면 대표님처럼 자신의 취향, 취미와 인생의 최종 목표를 같게 잡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성공한 덕후’, ‘덕업일치’로 잡는 이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

조웅 | 100% 빠져들어 그 분야에 미쳐야 한다. 어설프게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나는 키덜트라는 문화가 생기고 사회적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했기에 이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다. 스스로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의 취미로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지 않고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즐겁게만 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학생 여러분들이 스스로 인생에 맞춘 건강한 YOLO 라이프를 현실의 벽에 굴복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립되었으면 한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