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람이 있다. 스무 살에 네 권 분량의 장편 판타지 소설책을 낸 소설가, 글과 사진을 가르치는 강연자,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악기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문화예술 모임 ‘남남’의 대표. 이토록 많은 일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로 가득한 사람, 이융희 작가를 만났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매일 A4 기준 10~15장씩 소설을 쓰고 있어요.”

ERICA 캠퍼스 인근 한 원룸에서 만난 이융희 씨는 두 마리 고양이 미니, 달래와 함께 살아가며 매일 5~7시간씩 소설을 쓰는 성실한 작가다. 열두 살부터 스타크래프트 게임 ‘팬픽(Fan Fic)’을 써서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건 그가 친구들과 이 세상에 대화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오랫동안 글을 써온 시간들이 빛을 발했던지 스무 살에는 판타지 소설 <마왕성 옆 무기점>(전 4권, 2006년 출간)을 펴냈다. 이후 웹을 통해 다양한 소설을 발표하며 장르소설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으로만 그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탁월한 감성으로 사람들과 풍경을 찍는 사진작가이자 웹소설과 장르소설, 그리고 사진 등을 가르치는 강연자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그런 많은 일들을 자유자재로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고집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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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저는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글도 사진도 강연도 허투루 하지 않았어요.”

eri_Summer_03_03_01호기심과 고집. 거기에 그의 능력을 한 가지 더한다면 추진력일 게다. 이융희 씨는 스물다섯에 ERICA로 첫발을 디뎠다. 나이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 쉽지 않자 여러 개의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다. 이 활동을 통해 많은 동기 및 후배들과 글, 그리고 사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융희 씨는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르시시즘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나르시시즘은 나를 증명하는 것, 나를 믿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을 믿고 증명해내며 천천히 세상으로 나아갔다.

고집스럽게 관심 있는 일들에 파고들면서 그는 다양한 성과를 쌓아올렸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교 4학년 시절 진행한 ‘ERICA 다 찍어드립니다’ 프로젝트였다.

사진을 좋아하는 동시에, ERICA 캠퍼스에 애정이 많던 그는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 캠퍼스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ERICA 캠퍼스 내 야생화가 피어 있는 공간을 즐겨 찍었는데, 모르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캠퍼스 내에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같은 공개된 장소에 올리면 학생들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ERICA 캠퍼스가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사진 중 다섯 컷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겠다는 것, 촬영 장소는 무조건 ERICA 캠퍼스여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다행히 반응은 뜨거웠다.

촬영 요청이 쇄도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이 스크랩되어 퍼지면서 다시 촬영 요청이 쏟아지는 효과를 낳았다. 바쁠 때는 하루 열 시간 이상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 석사 과정을 수료한 이융희 씨는 최근에도 다양한 일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한양대 후배들에게 소설과 철학을 가르친다. 비평 칼럼을 연재하고, 웹소설에 대한 연구, 그리고 본업인 소설 창작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문화 활동 모임 ‘남남’을 조직해 지인들과 악기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을 남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강연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칼럼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소설과 사진 및 음악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일. 이런 모든 활동들이 결국은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인 셈이다. 사진도, 글도, 기타도 모두 그에게는 ‘문’이다. 세상과 나라는 두 개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 말이다.

 

eri_Summer_03_04_01‘YOLO’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라

이융희 씨의 일주일을 추적해보면 최근 유행하는 ‘YOLO’처럼 보이기도 한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최근 떠도는 YOLO 현상에는 부르주아적인 시선이 강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기반과 지원 없이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사는 게 과연 쉬울까요?”

그는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고백한다. 대학 입학 전에 소설 출간을 통해 벌어놓은 인세가 있었고, 부모님 지원도 따른 덕분에 생활비와 대학원 학비를 충당하며 현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 생활비와 학비만으로도 힘든 학생, 혹은 직장인들에게 YOLO는 목표 자체가 되긴 어렵다. 이융희 씨에게 중요한 것은 YOLO, 라는 단어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다.

“제가 한양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단 부딪쳐보라는 거예요. 뭐든 시도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그와 더불어 중요한 건 최근 유행하는 YOLO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일이죠.”

이융희 씨에게 YOLO는 하나의 관문이다. 삶에서 관통할 수 있는 통과의례 중 하나라는 것.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흥미로운 활동을 직접 부딪쳐가며 겪다 보면 우린 자연스럽게 스스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라는 뜻은 아닐까. 이융희 씨 본인이 숱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듯 말이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