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물질 및 나노바이오 하이브리드 물질을 탐구하는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김종호 교수는 ‘꿈의 소재’로 알려진 그래핀 양자점의 획기적인 합성법을 개발해 광촉매 특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환경 및 인류 건강에 관심이 많은 김종호 교수의 최종 목표는 이를 통해 수소자동차와 난치성 질환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화학 분야 연구자 10위에 선정

‘자동차가 휘발유나 가스 대신 물로 달린다’ 공상과학만화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화학 분야 10위에 오른 김종호 교수가 일생의 연구 열정을 걸고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역작이다. “휘발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배기가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죠. 그런데 물을 연료로 지속적으로 구동이 가능한 미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한 광촉매 및 전기화학촉매가 필요합니다. 이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저의 최종 연구 목표 중 하나입니다.”

분야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순위는 한국연구재단이 전 세계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톰슨 로이터 DB)를 바탕으로 피인용된 상위 10% 논문을 분석해 발표한다. 김 교수가 화학 분야 10위에 꼽힌 것은 최종 연구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에도 나노·재료공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원자 제어 기술기반 그래핀 양자점 합성 및 광촉매 응용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본 논문은 연구 가치를 인정받아 해당 학술지의 가장 중요한 논문(Very important&urgent paper)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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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그래핀 양자점 합성

화석연료의 고갈과 화석연료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때문에 전 세계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나 화학에너지로 변환하려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꿔주는 광촉매다. 그래핀 양자점(Graphene Quantum Dots, GQDs)은 대면적 그래핀을 점 형태의 10nm 이하의 크기로 줄인 것을 말하는데, 전자들이 작은 공간에 구속되면서 반도체 성질을 띠게 된다. 특히 광촉매로서 아주 우수한 활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중금속을 사용하는 기존 양자점에 비해 독성이 적어 인체에 무해하며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낮은 온도에서도 합성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김종호 교수는 위 논문을 통해 그래핀 양자점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표했다. “합성 시간이 길게는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걸리는데,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전구체를 용매에 녹인 후 가정용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5분 동안 마이크로파를 조사하면 이 전구체가 산화, 고분자화, 탄화 과정을 거치며 그래핀 양자점이 합성됩니다. 그러면 원하는 그래핀 양자점을 5분 만에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차세대 신소재 합성에 가정용 전자레인지라니, 예기치 못한 전자레인지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던 찰나 김 교수도 엉뚱한 아이디어였음을 인정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유기 합성법은 많이 알려진 방법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연구원이 연구실 내 전자레인지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 먹다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본 것이죠.”

수소자동차 및 치매 진단 센서에 응용 가능

본 연구의 우수성은 반응시간이 짧아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 외에도 그래핀 양자점의 원자 구조를 효과적으로 통제해 이를 통해 반도체성 성질과 광촉매 특성을 손쉽게 변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물을 용매로 사용하면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 양자점이 만들어지고, DMSO라는 물질을 사용하면 질소와 황이 동시에 도핑된 그래핀 양자점이 합성된다. 이는 단일 전구체를 이용해 그래핀 양자점에 도핑되는 원소의 종류, 양, 화학적 구조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롭고 획기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그래핀 양자점의 반도체 성질을 향상시켜 광촉매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래핀 양자점은 암이나 치매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바이오센서, 광촉매,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나노 소재다. 김종호 교수는 합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실용화할 수 있는지 그 예시까지 보여줬다. 즉, ‘아민’이라는 화합물질이 서로 반응해 ‘이민’을 만드는 광촉매 반응에 그래핀 양자점을 사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민 생성반응은 암 치료제 개발에 꼭 필요한 과정인데, 원래 고온고압이나 값비싼 금속 촉매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핀 양자점을 사용하면 상온에서 태양광만으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환경 친화적입니다.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본 연구가 특히 기여하길 바라는 분야는 전기 수소차와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나노 바이오센서 개발 분야다. 평소 환경 및 에너지, 인류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김 교수. “그래핀 양자점을 좀 더 최적화해 물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이라든지, 환경 오염물질의 정화반응에 응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치매와 같은 난치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도 적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연구 목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교수는 연구자에게는 인내심과 긍정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걷는 것이기에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겠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가져야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법이죠.”

질문은 연구의 출발점

김종호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조언은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자세를 지녔으면 합니다. 즉,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꿈과 삶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합니다.”

김 교수 또한 우리 삶 속에 어떠한 문제들이 존재하며, 그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늘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구는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난 4월에는 ‘TMD 양자점을 이용한 파킨슨병 진단용 바이오센서 개발’이라는 새로운 논문을 미국화학회(ACS)의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인터페이스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발표했다.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연구자, 김종호 교수.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최종 연구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