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건강증진재단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백혜진 교수의 연구 분야는 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위기 발생 시 정보를 숨기려고 하면 오히려 왜곡된 정보가 유포되므로 평소 대국민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소통 전문가 백혜진 교수의 지론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담뱃갑에 폐암, 구강암 등 흡연 폐해를 경고하는 적나라한 그림들이 부착됐다. 흡연자들에게 혐오감을 일으켜 금연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시행 초기에는 효과를 발휘해 담배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3월에는 판매량이 평소 수준을 회복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벌써 담뱃갑 경고 그림의 약발이 떨어진 것일까. 제도 시행 전, 담뱃갑 경고 그림 제정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백혜진 교수는 담뱃갑 경고 그림의 효과는 그렇게 단편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경고 그림이 혐오스러울수록 흡연 욕구가 저하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익숙해질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공포 소구(Fear appeal)의 단점이지만, 담뱃갑 경고 그림은 반발이 큰 담뱃값 인상 정책보다 국민 지지가 높은 금연 정책입니다. 또한 담뱃갑 꺼내기를 꺼리며 흡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거나,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등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eri_Summer_10_02_01대국민 소통 전략에 경종 울린 메르스 사태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 및 금연 캠페인 효과 등 흡연을 비롯해 아동비만, 신종플루나 메르스, 발암물질 등 건강이나 위험 요소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연구하는 백혜진 교수의 연구 분야는 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지난해에는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의 제4대 학회장을 역임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 치료 등 올바른 건강 행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초기에는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한 의료인들이 주축을 이루었으나, 건강 정보 제공에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적극 참여하게 됐다. 자연재해, 인적재해, 환경재해 등 각종 위험 이슈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헬스 커뮤니케이션과는 별도의 분야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지난 2015년에 발발한 메르스처럼 건강이 사회적 위험 요소로 부상하거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재해가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따라서 백 교수의 연구 분야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된 것은 자연스러운 순로였다.

 

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온 나라를 사회적 패닉 상태로 몰고 간 메르스 사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라는 신종 감염병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고 적절한 대국민 소통 전략은커녕 소통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갖추지 못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위기·응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CERC)은 신속성, 정확성, 신뢰성, 교감과 위로, 행동지침, 존중의 6가지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오히려 대국민 SNS 채널을 폐쇄하는 등 소통을 단절했습니다. 그 결과 각종 루머가 확산돼 국민들은 실제 위험보다 더 큰 강도의 위험을 느껴야 했습니다.”

메르스 발발 열흘 후, 정부는 부랴부랴 홍보 전문가들을 소집해 메르스 민간소통자문단을 꾸려 진화에 나섰다. 이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백 교수는 신속히 대국민 소통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사전에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정보를 숨기려고 하면 오히려 왜곡된 정보가 확산될 수 있으니 평소 대국민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합니다.”

 

쉬운 길 대신 험난한 길!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점 지대해지고 있다. 슈퍼푸드 등 미디어에서 몸에 좋은 음식으로 소개되면 즉시 대형마트에서 매진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건강 정보에 대한 욕구가 증대할수록 헬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 유학 전,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백혜진 교수는 소비자 심리 연구 및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던 백 교수가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회학 학풍이 발달한 미국의 위스콘신대학교 유학 시절, 학문의 사회적 기여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부터다.

“우연히 금연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 교수님의 연구를 도와주며 헬스 커뮤니케이션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원래 건강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금연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됐죠.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도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 효과에 대해 썼습니다.”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웠다는 백 교수는 자신에게 딱 맞는 연구 주제를 만나자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했다. “그때 공부가 참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재미있으니까 더 많이 알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했죠.” 그 결과 백 교수의 졸업 논문은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와 미국커뮤니케이션학회의 헬스 커뮤니케이션 분과에서 공동 선정한 최우수 박사 논문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백혜진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자신만의 방향성과 목표의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목표점에 이르는 길이 한길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레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것은 금물. “목표를 뚜렷이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지름길이 아니라 우회하는 길도 있고, 어떤 경우는 차선책이 더 나을 수도 있죠.” 그러며 유학길에 오르게 된 사연을 들려주는 백 교수. IMF 시절 강제 휴직을 당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과감히 유학을 택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쉬운 길을 택하면 꼭 후회하게 됩니다. 어렵다고 포기하면 나중에 그 길을 다시 가야하거든요. 오히려 험난한 길을 잘 이겨내면 성취감도 크고, 많은 이들이 도전하지 않아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eri_Summer_10_03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성장 위해

백혜진 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아동학대예방기관, 미시간보건당국 흡연담당지부,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여러 건강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FDA의 자문단으로 활약하던 시절에는 흑인에게 마케팅을 집중하는 멘솔 담배회사의 메시지를 분석해 금연 정책 수립에 자문을 주기도 했다. 현재도 한국건강증진재단의 담배규제자문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범국민흡연폐해대책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실질적인 정책 입안 및 소통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 사회 기여도가 큰 분야입니다. 신생 분야이지만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까지 65편의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을 발표한 백 교수의 목표는 연구자의 길을 다할 때까지 100편을 채우는 것. 백혜진 교수의 논문 수가 더해질수록 헬스 및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성장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