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창업 4수입니다.” 2015년 IoT 전문기업 로제타텍을 설립한 조영진 대표는 굵직굵직한 창업만 벌써 4번째다. 이 말은 실제 창업 경험은 그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무엇이 그리 조 대표의 창업 의욕을 북돋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유전자에는 주체할 수 없는 도전 DNA가 꿈틀거린다고 말했다.

eri_Summer_11_02_01

컴퓨터에 미쳤던 ‘IT 1세대

“제가 고등학생일 때 컴퓨터 비슷한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간단한 계산과 오락용으로 개발된 PC의 초기 버전들인데 단번에 저의 흥미를 끌었죠.” 로제타텍 조영진 대표의 창업의 발아는 IT라는 말이 태동하기도 전인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도 컴퓨터를 줄여서 PC(Personal Computer)라고 하긴 하지만, 굳이 컴퓨터 앞에 퍼스널(개인)이라는 말을 붙여서 사용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정부기관이나 연구소에서나 사용하는 것이라 일반인에게 막 보급되기 시작한 탁상용 컴퓨터는 별도로 퍼스널 컴퓨터라 불렸다.

조 대표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대학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요즘 말로 컴퓨터에 ‘입덕’한 것이다. 때마침 한국인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컴퓨터단말기 제조회사 텔레비디오의 황규빈 회장이 모교의 발전을 위해 16비트 컴퓨터 200여 대를 기증했다. 산업공학과 전공 중에서도 컴퓨터 관련 수업을 가장 좋아했다. 연대기순으로 과거를 회상하던 조 대표는 당시의 추억들을 차례차례 소환하며 마치 다시 스무 살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 컴퓨터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러던 중 대화는 첫 번째 창업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조 대표의 첫 창업은 놀랍게도 대학교 2학년 때로, 고향 선배와 의기투합해 컴퓨터 전산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조 대표의 나이는 21살. 종합병원들이 막 전산화를 추진하던 시절이었기에 종합병원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원을 찾아다니며 구매를 독려했다. 하지만 갓 스무 살을 넘은 풋내기 대학생들의 전산 프로그램을 사줄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에서 전산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청년창업이라는 말은커녕 창업이라는 인식도 부재하던 시절, 컴퓨터 실력만 믿고 호기롭게 창업에 도전했지만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조영진 대표. 하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실패였다.

 

국내 IT 역사와 함께하는 창업 이력

속에 잠재하던 창업 DNA가 깨어나자 조영진 대표의 창업 욕구는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 졸업도 하기 전인 4학년 1학기 때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당시는 컴퓨터를 켤 때마다 A드라이브에 부팅용 플로피디스켓을 넣어야만 부팅이 됐던 XT 컴퓨터에서 하드 디스크가 내장된 AT 컴퓨터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팬티엄은 물론 286, 386급도 등장하기 전인 퍼스널 컴퓨터 초창기 시절,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컴퓨터 회사를 차린 것이다.

“기업에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잘 아는 기업이 없었거든요. 저희 세대가 컴퓨터 1세대이기 때문에 직접 컴퓨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기업 문화 안에서는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당시 대기업은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만 생산할 뿐,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미처 힘을 쏟지 못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몇 안 돼 자연스레 개발자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 그렇게 알게 된 당시 날고 긴다는 컴퓨터 전문가들과 1993년 문을 연 것이 ‘정소프트’다. 정소프트는 2001년 코스닥에 등록하며 안랩,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벤처의 성공신화로 명성을 떨쳤다.

“그때만 해도 저희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현대전자, LG IBM, 대우, 삼성전자, 현주컴퓨터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구매해줬습니다. 국내 영업은 너무 쉬었죠. 그래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힌 정소프트는 IMF로 인해 실적이 주춤해진 데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98년 미국 IT산업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차렸다. 이때 조 대표는 10여 년간 미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미국에서도 조 대표의 도전 스토리는 계속 이어졌다. 첨단 IT기기의 향연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컴퓨터 복구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갖은 텃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굴지의 유통업체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며 영업망을 확대했다. 조 대표의 미국 실리콘밸리 입성기는 그야말로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eri_Summer_11_03_01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2015년 조영진 대표는 옛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기 위해 정소프트 출신 4명과 함께 로제타텍을 설립했다. 로제타텍은 IoT 기술을 화재 시스템에 접목한 스마트 재난속보 시스템, 스마트팩토리의 안정성을 향상시켜주는 국내 최초 PCL 쉐리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바나나와’를 통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 IoT 기술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서비스라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1990년대 IT 업계의 선구자였던 조 대표가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기수가 돼 또 다른 세기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잘 안되면 어쩌나’, ‘직원들에게 월급은 줄 수 있을까’ 저도 항상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등 사업을 할 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재미 때문에 또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지난 2월에 론칭한 바나나와 애플리케이션은 회원 수가 천 명을 돌파했다. 즉각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여타 건강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진정한 건강관리를 위해 알짜배기 서비스를 제공, 향후 건강관리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PLC 쉐리프와 전통시장·공공건물 등 화재사고 신속 알림 서비스도 점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전망성과 탄탄한 기술력 덕분에 로제타텍은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챌리지클럽’에도 선정된 바 있다.

지칠 줄 모르는 프론티어 정신의 소유자, 조영진 대표이기에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어떠한 조언을 들려줄지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실패를 많이 해봐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그만큼 경험이 쌓이기 때문이죠. 성공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입니다. 성공에 연연하기보다 그저 도전하는 동안 재미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조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국내 IT 역사와 궤를 같이 할 수 있었다. 어느덧 쉰을 넘은 나이, 하지만 로제타텍이 조 대표의 창업 이력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영원한 청년 창업가, 조영진 대표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hyu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