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매체에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 경우에 따라서는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하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청년 실업 등 경제 문제에 대한 고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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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 세대’가 ‘3포 세대’로 전락하더니 포기할 대상을 일일이 셀수 없어 아예 ‘N포 세대’로 불리게 됐다. 그리고 급기야는 ‘청년실신(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한 말)’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모두 우리 사회 청년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대변하는 말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공부도, 결혼도, 출산도 모두 부채가 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N포 세대를 탄생시킨 것이죠. 올해 경제성장률은 겨우 2%대로 전망되는데, 이렇게 성장이 더딘 시대에는 예전과 같은 성장의 과실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들이 지게 되는 것이죠.”

지난 2월 KBS 1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견만리>에 출연한 하준경 교수의 강연 내용 일부를 옮겨보았다. 하 교수는 ‘저성장의 그늘, 부채세대 보고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꽃 같은 청춘을 부채와 함께 보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명했다. 대학 강단에서 20대 제자들을 가르치며 절실히 체감하고 있어서일까. 하준경 교수는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이 점점 뒤로 밀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국가가 되는 것이죠. 결국 청년의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적 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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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 세대’의 등장은 청년세대의 뼈아픈 고통이다. 하준경 교수는 사회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인 경제학을 통해 세대 간의 자원배분이 선행되 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문제 및 세대 간 자원배분에 주목

하준경 교수는 TV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 라디오 같은 각종 매체에 인터뷰, 대담, 칼럼 등으로 주요 경제 현안 및 정책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경제학자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거시경제, 인적자본 투자, 경제성장. 이 중 경제성장은 한마디로 경제에 성장을 가져다주는 모든 요인들을 조망하는 것인데, 교육, 금융, 문화, 인구 등에서 어떤 요인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지 분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구 문제나 세대 간 자원배분 요인을 중점 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인구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이 기도 합니다. 인구수가 줄고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증가하고 청년층은 줄어 들고 있죠. 그 결과 기존의 직원을 보호하려는 회사의 방침 때문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 청년층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인구 절벽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하는 하교수.

기업이 신규채용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추가 질문을 던졌다. 하 교수는 기업이 근시안적 판단 으로 신규 채용을 손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시대가 달라졌는데 중장년층의 인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입니다. 요즘은 사람보다 회사가 적은데, 중장년층은 아직도 회사보다 사람이 부족했던 시대에 머물러 있죠. 그래서 열심히만 하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나약하다는 시대착오적인 말을 하는 것이 죠.” 요즘 2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이다 발언이다.

청년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하 교수는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 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린 청년층의 현실을 안타까 워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 자신에게 투자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단순 노동으로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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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하준경 교수의 이런저런 고심을 듣는 동안 각종 데이터나 통계, 그래프, 수식이 난무해 비정하게만 여겨지던 경제학에서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학은 숫자를 다루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부채가 천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경제학은 돈이라는 객관적 수치보다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 사람이 빚을 지게 되었는지, 숫자 이면의 인간 개인의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학문이죠.”

그렇다면 하 교수는 어떻게 경제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 흥미를 갖게 됐다는 하 교수는 경제학을 ‘복잡한 사회경제 문제를 단순하게 도식해 세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하 교수는 당시 지도교수였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영향으로 거시경제 분야 중에서 금융을 전공 하게 됐다. 하지만 학위 취득 후 바로 학자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이 경제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쓰면서 구상했던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싶어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그리고 한국은행 재직 중 저명한 경제학 석학들이 모여 있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 교수가 유학을 다녀온 직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시절 발표한 혁신주도형 경제 전략과 성장촉진 경제 분배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당시 정부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기업들이 규모 확대보다 기술혁신에 투자할 것을 당부하고, 우리 경제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의 현황, 원인 등을 분석한 것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교육 투자나 인적자원의 측면에서 분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분배보다 투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터라 하 교수의 주장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문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현재 경제학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하준경 교수는 학부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행정적 업무들도 많지만 마음껏 연구할 수 있어 학자의 길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애정도 가득하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하 교수. “학생과 교수가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PBL(Problem-Based Learning) 교육으로 공동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커리큘럼도 있고요.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체계 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세대 간 자원배분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 “청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면 청년들뿐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노후도 함께 튼튼해질 것입니다.” 세대 간 갈등과 반목에서 화합이 절실한 시기, 경제학자 하준경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Posted by hyuerica